3월 29, 금요일
로봇 시대, 인간의 일

[Book수다] 로봇 시대, 인간의 일

대졸 실업자들이 늘고 있고 비정규직 문제로 사회가 시끄러운데 이제 인간이 로봇과 일자리를 놓고 경쟁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 마음이 우울하다. 새로운 정부마다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하는데도 일자리가 부족하다.

사람들은 왜 일을 하고 싶은 걸까. 일을 통해 존재 의미를 되새긴다. 그런데 일자리가 부족하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늘 퇴직을 걱정한다. 인간은 로봇이 되려고 하고, 로봇은 인간이 되려고 애를 쓴다. 인간의 일을 로봇에 맡겨두어 좋은 것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까지도 맡기면 인간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나?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은 오직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으로 인해 인간다움을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호기심과 질문, 결핍과 곤궁함 바로 그것이다.

“처음 직면하는 위험과 결핍은 두렵고 고통스러웠지만 인류는 놀라운 유연성과 창의적 능력으로 대응체계를 만들어냈다. 결핍과 고통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인류가 경험을 통해 체득한 생존의 노하우가 유연성과 창의성이다. 결핍에서 오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인간의 유연성과 창의성은 기계에 가르치기 거의 불가능한 속성이다.”-327쪽

인간이 지금까지 다른 어떤 생물체를 제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를 호기심에서 찾는다. 그런 이유로 살아남았는데 우리는 질문을 없애고 호기심을 없애는 일에 스스로 앞장서고 있다. 유일한 존재 이유를 버리고 인공지능에게 인간의 일을 넘겨주려고 한다.

이대로 좋은 건가.

저자 구본권은 기자 출신으로 디지털 세계에서 사람의 권리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 고민한다. 인간으로서의 삶의 균형을 잡는 게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디지털 시대, 인공지능 시대를 사는 사람의 길을 제시한다. 우리 삶을 깊숙이 들어오는 기술을 그는 무시하거나 배제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의 고유한 영역을 스스로 지킬 수 있길 희망한다.

이 책은 모두 10장으로 구성됐다. 디지털 영역에서 일어나는 윤리의 문제, 경제의 문제, 철학의 문제, 사회의 문제 등을 하나하나 걸고넘어진다. 어떤 기술들이 있으며 그러한 기술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짚어본다. 폭넓은 그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사람의 관점에서 기술을 바라보고 그 기술이 우리 삶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찾아본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책을 쓴 바 있는 독일 태생의 경제학자 E.F. 슈마허는 자연과 인간 삶을 되돌아보며 기술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이야기 한 바 있다. 중간기술 혹은 적정기술이 그것이다. 그는 특정 지배층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 모두를 위한 기술을 말했다. 부자를 위한 혹은 특정 권력을 위한 기술이 아니다. 기술에 소외당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해보면 그가 던진 말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 로봇은 과연 우리 모두를 위한 기술과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까.

로봇은 사람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 안에서 움직인다. 더욱 정교해지는 알고리즘, 진화화는 데이터 시대,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은 이렇게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언어의 장벽도 앞으로는 사라질 것이다. 자율 주행차로 인해 차를 운전하는 드라이버의 개념도 바뀔 것이다. 단 호기심과 질문만은 남겨둬야 할 일이다.

“인간의 사고와 감정은 호기심과 질문을 통해 작동하는 구조다. 호기심과 질문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거대하고 놀라운 힘인 사고력, 공감능력, 의지력을 불러내는 마법의 호리병이다.”-272쪽

개인 정보 보호와 데이터 삭제, 잊힐 권리와 같은 디지털 시대 인간 삶의 영역으로 침투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살펴보고 어떤 해결책이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하는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은 인공 지능 시대로 돌입한 우리 사회에서 인간으로서 어떤 삶의 태도를 지녀야 하는가를 묻는다.

이제 우리가 답해야 할 차례다. 묻고 답하는 기회를 통해서 우리는 보다 인간 다운 삶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책 8장에서 소개되고 있는 ‘호기심의 인류학 ‘분야는 흥미로운 소재라고 할 수 있다. 기계와의 경쟁에서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그게 호기심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기계에 의해 사라질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내 안에 있는 호기심과 좀 더 가깝게 지내는 것이 내 삶을 위해 건강한 길이라는 생각이 밀려온다. 우리 시대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가 남긴 메시지, ‘갈망하라’라는 말이 이제서 이해가 된다.

이반 일리치(Ivan Illich)의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는 전문가 사회에 의해 소외되는 인간 삶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직업군에서, 자격증이나 전문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그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일들조차도 불법으로 취급받는 삶을 소개한다. 점점 더 우리를 쓸모없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쓸모 있는 사람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다시금 찾아보자고 말한다.

전문가 사회에서 불편한 인간의 삶을 온전히 돌려놓는 길을 모색한 이반 일리치의 생각 후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은 로봇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가 어떻게 이 시대를 받아들이고 인간 고유 영역을 지켜나갈 수 있는 지혜의 실마리를 던진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덮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기술이 인간의 삶의 길을 유용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길을 우리는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 이 책이 그 길을 여는 문이 되어 줄 것이다.

 

로봇 시대, 인간의 일

 

로봇 시대, 인간의 일 –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할 이들을 위한 안내서
구본권
어크로스
2015년 11월 20

About 길 윤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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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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