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 토요일

[이제는 SaaS 시대] ② 권영범 영림원 CEO, “시행착오 끝에 얻은 성과”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중소기업 입장에서 제품과 보안 관리자들을 따로 두고 운영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구축형의 경우,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에 구축형 대비 클라우드 ERP를 도입한 뒤, 연간 7,000여만 원의 비용을 1/6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언제 어디서나 안전한 상황에서 업무도 볼 수 있습니다. 물류와 원가관리 부분도 아주 잘 연동되어 만족스럽습니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퓨오바이더스 김승모 상무는 영림원소프트랩의 클라우드 서비스 중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에버(SystemEver)를 사용하면서 얻은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참고로 퓨오바이더스는 닭이나 돼지, 소를 비롯해 동물약물관련 사업을 하는 전문 기업이다.

김 상무는 모바일 환경에서도 다양한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라고 덧붙였다. 매달 비용을 내는 문제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ERP 제품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서버와 네트워크, 보안 인프라 투자는 물론 전담 요원도 필요했습니다. 그 인건비까지 매년 계산해도, 이런 서비스는 정말로 중소기업에게 엄청난 이득입니다”라고 설명했다.

ERP 시장에서도 클라우드 바람이 불고 있다. 설치형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인 SaaS(Software as a Service)로 제공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영림원소프트랩이 대표주자 중 한 곳이다.

영림원소프트랩 권영범 CEO

‘[이제는 SaaS 시대]’를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이 역시 영림원소프트랩(이하 영림원) 권영범 CEO였다. 그는 메인프레임 시절부터 클라이언트서버 구조에서 현재 이슈로 떠오른 클라우드 시대까지 경험했다.

특히, 설치형 ERP 제품을 발빠르게 클라우드 환경에 맞도록 바꾸고 새롭게 시장에 도전하고 있어 그간 경험과 성과, 내용 등도 듣고 싶었다. 그와 만나 나누는 이야기 중 기술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 주제지만, 이번 만남에서는 기술 이야기보다 SaaS 생태계에 적응하는 내용을 주로 이뤘다.

기자와 모처럼 만난 권 CEO는 “기술적인 부분은 오히려 간단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서비스를 어떻게 고객들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하는지에 있었습니다.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어요”라고 웃었다.

영림원이 클라우드 제품을 선보인 것은 5년 전이다. 지난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icrosoft Azure)를 준비해 처음 선보였고, 1년을 넘긴 시점에 모든 활동을 재정비했다. SaaS 시장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이나 마케팅, 영업전략, 해외시장 진출 등 다양한 방면에서 패지키 소프트웨어와는 다르다는 걸 직접 경험했다.

선입견을 깨다

처음엔 설치형 제품과 클라우드 서비스 ERP가 서로 충돌해 매출이 줄어드는 걸 방지하기 위해 영림원이라는 회사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노출하지 않았던 것. 소위 말하는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을 걱정해서다.

하지만, 문제도 발생했다. 신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고객들은 영림원이 신생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받아들였다. 다른 애플리케이션도 아니고 경영의 핵심 업무인 ERP였으니 더 보수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에 생각을 고쳤다. 영림원이 만든 서비스라는 걸 강조하고 부각시켰다. 패키지 시장과 SaaS 시장이 서로 달랐다는 점도 결정을 내린 배경이다. 기존 제품은 매출 300억 원~3,000억 원 고객 위주로 사용했지만, 시스템에버는 300억 원 이하 고객들이 주로 선택했다. 걱정했던 카니벌라이제이션은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무기를 장착한 셈이었다.

클라우드 ERP, 비용절감과 파트너 협력 찾다

퓨오바이더스 김승모 상무는 “시스템을 고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제공한 서비스 그대로, 교육을 받고 나서 바로 사용했습니다”라고 말한다.

ERP 제품은 기본적으로 상당한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클라우드 ERP는 도입 비용이 기존 설치형보다 낮다. 때문에 컨설턴트를 대거 투입하는 것을 고객과 영림원 모두 달갑지 않아 한다. 문제는 또 있다. 낮은 비용, 싸다는 인식 때문에 고객사는 클라우드 ERP 시장에 컨설턴트를 투입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오해도 샀다.

영림원은 초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컨설턴트를 투입하지 않더라도, 고객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 툴을 미리 준비한 것이 새로운 협력과 확장 가능성으로 작용했다.

시장의 요청도 반영했다. 일부 고객사들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도입하더라도 초기 단계에 필요한 컨설턴트 투입을 요청했다.

이에 상시 상주 대신 방문 서비스를 시작했다. 1회 방문 비용을 미리 정했고, 최대 20회라는 상한선을 정했다. 만약 고객사들이 20회 이전에 방문 서비스를 종료하면 그만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파트너들이 컨설턴트들을 특정 고객에게 모두 상주시킬 경우 또 다른 고객사 프로젝트를 수주, 진행하지 못했는데, 컨설턴츠를 유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서 유연하게 다양한 고객사에 투입하는 효과를 거뒀다.

권 대표는 “20회 다 부를 줄 알았는데, 10회에서 끝낸 고객사도 있었습니다. 고객사도 회사 내 프로세서를 빨리 정립하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 스스로 더 빨리 대응해 나갔습니다”라고 말했다.

일본 시장 가능성이 열리다

영림원은 해외 진출을 위해 베트남에 지사를 미리 설립했다. 국내 많은 제조사가 베트남에 지사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시장에서 성과가 먼저 나타났다.

영림원에게 일본 시장은 아픈 경험을 안겨준 곳이다. 7~8년 동안 투자하면서 진출을 모색했지만, 파트너가 파산하면서 투자를 멈춰야 했다. 권 대표는 “당시 해외 사업에 사람을 많이 투입하면 망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라고 말한다. 한국산이라는 인식보다 관련 인력들 양성이 더욱 힘들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클라우드 ERP는 상황이 달랐다. 인력 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었기에 일본 시장에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게 바뀌었다.

관련 업계에 있던 은퇴자들과 접촉해 파트너를 함께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청했고, 1년이 지난 시점인 2017년부터 좋은 파트너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현재 10개 파트너와 계약을 맺었고, 고객사도 3곳으로 늘었다.

일본 백화점 미스코시이세탄의 자회사가 영림원 클라우드 ERP를 도입했다. 권 대표는 “누가 코드 한 줄 건드리지 않고 우리의 SaaS ERP를 도입할 거라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일이 진짜 벌어졌어요”라면서 웃었다.

일본 ERP 시장은 패키지 제품이 1억 엔, 한화로 10억 원이 넘는다. 거기에 컨설턴트를 투입하면 비용도 상승한다. 때문에 저렴한 가격 경쟁력은 자신이 있었다. 다만, 일본 고객들의 깐깐한 품질 점검에 걱정이 많았다. 의외로 풀렸다. 앞선 사례처럼 이외로 쉽게 통과했다. 일본 진출의 성과는 일본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동남아 시장 진출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겼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위에서 가동되는 것도 현지 고객들의 신뢰를 얻는데 한몫했다. 권 대표는 “우리가 서비스를 아무리 잘해도 현지 고객 신뢰를 얻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MS라는 거대한 클라우드 사업자가 제공하는 인프라 위에서 제공한다고 하니, 기본적인 신뢰를 미리 쌓고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각 나라별로 설비를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도 있었죠”라고 말했다.

영림원은 앞으로 해외 시장에 철저히 클라우드 ERP로 대응할 생각이다. 컨설턴트를 뽑아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기까지 6~7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장 자체도 맞아야 하는 등 구축형 제품으로 다가서기에 너무나 많은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권영범 대표는 SaaS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에 발빠르게 대응했기에 지금은 누구보다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기존 구축형 시장에서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기에 새로운 서비스에 투자하는 시행착오 역시 최소화시켰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권 대표는 “우리에겐 끈기가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끈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경쟁력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30년 넘게 한 우물을 판 이의 담백한 답변이다. [테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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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안구 기자
긴 여정을 떠나며. 동료들은 다 어디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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