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 금요일

[이제는 SaaS 시대] ⑬ 제니퍼 모건 SAP 클라우드 비즈니스 그룹 사장, “인수합병 전략이 통했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인수합병을 할 때 SAP가 보유한 제품들과의 통합은 기본이다. 이 기본을 바탕으로 문화적인 통합 영역도 중요하게 검토한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SAP와 해당 기업 경영진끼리 많은 대화를 한다. 그래야 빠른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게 무척 중요하다. SAP의 이런 인수합병이 성장 전략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본다.”

제니퍼 모건 SAP 클라우드 비즈니스 그룹 사장에게 클라우드 SaaS(Software as a Service) 시장에서 안착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비결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전사적자원관리(ERP)와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분야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가졌던 SAP가 자사가 보유한 제품들을 꾸준히 서비스 형태로 탈바꿈시키면서 동시에 비용 관리, 경험관리, 인사관리, 구매관리 분야의 전문 SaaS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며 새로운 시대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성과도 이를 증명한다. 시장 조사 업체인 시너지리서치그룹이 최근 발표한 2019년 1분기 성과 자료에 따르면 SAP의 엔터프라이즈 SaaS 연간 성장률은 39%를 기록해 강력한 지배자인 마이크로소프트 34%, 세일즈포스 21%, 어도비 29%는 물론 라이벌 관계로 유명했던 오라클 25%를 훨쩍 뛰어넘었다. 개인용 제품까지 제공하는 기업들과 시장 점유율 격차가 있지만 B2B(Business to Business)만 타깃으로 하는 회사로서 변신에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도 클라우드 SaaS인 SAP S/HANA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뿐아니라 전세계적인 이목도 집중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본사와 글로벌 지사를 단일 환경으로 구현한 ‘글로벌 싱글 인스턴스’ 환경을 구현하면서 프로세스 혁신(PI)을 이룬데 이어 또 한번 디지털전환 시대 변화에 대응하면서 다시 한번 세계적인 주목을 끌고 있다.

SAP 클라우드 포트폴리오와 비즈니스 플랫폼

제니퍼 모건 사장은 이런 대형 고객사 확보 비결에 대해 “고객들이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있는 개방형의 폭넓은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업 내부에 구축하거나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위에 올릴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은 물론 멀티클라우드 환경도 가능합니다”라고 말했다.

SAP의 이런 변신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클라우드 퍼스트를 천명하면서 SW 아키텍처를 모두 새롭게 정비했다. 제품을 만들거나 활용할 때 사용하던 아밥 생태계도 더욱 커지고 진화되었다. 서비스 기반 아키텍처(SOA)가 벤더간 서로 다른 기술 구현으로 대규모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후 컨테이너와 컨테이너 관리 분야의 쿠버네티스, 아주 잘게 쪼개진 서비스들의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쳐로 탈바꿈했다. 유연하지 못할 것 같았던 것들이 유연성을 갖추고 보안이 가미된 강력한 백엔드 시스템과의 연동도 한결 수월해졌다.

SAP가 다양한 SaaS 기업을 인수합병하면서도 제품간 통합을 자신하는 이유도 그동안 제품을 새롭게 만들면서 새로운 흐름을 빠르게 받아들여 구현했기 때문이다.

SAP 인수합병과 매출 성장 추이

SAP는 45년 넘게 시장을 선도하면서 25개 산업의 핵심 경영 업무(SAP S/4HANA)외에도 고객(SAP C/4HANA), 경험(Qualtrics), 인사(SAP SuccessFactors), 구매(SAP Ariba), 지출 관리(SAP Concur) 등의 다양한 업무 프로세스를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해 제공한다.

특히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인메모리 기술에 투자하면서 HDD의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환경을 탈피한 게 무엇보다 주요했다. 핵심 ERP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기존 환경들을 하나하나 새롭게 변화시키는데 성공한 것을 바탕으로 2011년부터 본격적인 SaaS 기업 사냥에 나섰다. 자사 제품을 통합해 제공하는 방식을 고수하던 SAP가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새로운 시대 변화된 모습이다.

패키지 ERP가 클라우드 환경으로 변화되는 게 놀라운 일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고객 관리와 경험, 마케팅, 커머스 등 CX 분야에 15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다양한 기업들을 인수합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80억 달러에 인수한 경험관리 기업 퀄트릭스는 최근 SAP가 가장 강력하게 밀고 있는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AP는 이를 경험경제라고 알리고 있다.

경험경제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할 때 겪는 경험에 의해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것을 중심으로 형성된 경제를 뜩한다. 한마디로 경험 경제는 소비자 경험 관리의 기반이다. 이 단어는 20년 전부터 사용되었지만 경험 관리 분야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일구며 최근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경험 경제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운영데이터와 새로운 영역의 경험 데이터를 잘 결합해야 한다. 운영데이터는 전사적자원관리나 고객관리, 인력 관리 등에서 도출되는 수치적 데이터를 말한다. 경험 데이터는 고객사가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으며, 왜 특정한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제공한다.

경험 데이터(X-data)와 운영데이터(O-data)의 상관관계

라이언 스미스 퀄트릭스 CEO는 “이직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작은 조직에서는 왜 이직했는지 파악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큰 조직에서는 이직을 한 사실을 알지만 왜 이직을 했는지 파악하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해야 합니다”라면서 ”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주는 게 기존의 SAP 제품들이라면 왜 일어났는지 알려주는 게 바로 퀄트릭스의 서비스”라고 말했다.

워킹맘의 경우 워킹맘을 위한 정책을 시행했더니 직원마다 원하는 바가 모두 달랐다. 어떤 직원들을 조기 복귀를 원했고, 다른 직원은 더 오래 쉬기를 바랬다. 어떤 이들은 유연 근무제를 사용하기를 원했다. 퀄트릭스는 이 모든 경험 데이터를 모아 마치 맞춤형 보험상품과 같은 출산 휴가 정책을 마련했다.

그는 “퀄트릭스가 위치한 유타 주에서는 약 80%의 여성들이 출산 후 다시 복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퀄트릭스는 자체적인 경험 데이터를 활용해 이 수치를 절반으로 낮출 수 있었습니다”라고 밝혔다.

라이언 스미스 퀄트릭스 CEO

효성이 국내 첫 고객인데 해외 시장 조사 때 퀄트릭스와 협력한다. 제품 출시 전에 시장과 고객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궁극적으로 실패율을 대폭 낮추고 신제품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SAP는 현재 광범위한 산업 분야의 43만 7천여 고객사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하이퍼스케일러를 포함한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력해 더 많은 한국 기업이 인텔리전트 엔터프라이즈로 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미 많은 한국 기업들이 SAP의 머신러닝, 사물인터넷, 고급 애널리틱스 등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변혁 여정에 돌입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5대 기업 중 4곳은 SAP의 차세대 디지털 코어 솔루션인 SAP S/4HANA를 도입했다. 또한, 지난 1년간 중소기업 부문도 매출이 전년대비 20% 성장하며 눈부신 성장을 보였다. 현재 SAP 코리아 고객 중 중소기업 고객은 70%가 서울 외 지역에 위치해 있다.

SAP는 치열한 환경 속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을 ‘인텔리전트 엔터프라이즈(Intelligent Enterprise)’라고 정의한다. 인텔리전트 엔터프라이즈는 ▲기존에 접하지 못한 속도로 변화하는 시장을 빠르게 파악하고(속도) ▲이에 맞춰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민첩성), ▲차세대 솔루션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가시성), ▲빠르게 전사적 자원을 가장 효율적인 영역에 배치(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이성열 SAP 코리아 대표

지난 5월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성열 SAP 코리아 대표는 “이제는 모든 기업이 경험데이터와 운영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최상의 경험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도 이 같은 시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그 어느 때 보다 더 빠르게 혁신해 나가야 한다. SAP는 모든 규모의 한국 기업의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변혁 파트너로 그들이 인텔리전트 엔터프라이즈로 발돋움하고 혁신을 달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이 변하기 전에 미리 변해 있어야 고객의 디지털전환을 돕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 견고하고 탄탄한 반면 유연하지 못할 거 같은 SAP가 클라우드와 SaaS 시대 온전히 탈바꿈에 성공했다. [테크수다 Techs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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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안구 기자
긴 여정을 떠나며. 동료들은 다 어디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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