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 금요일

카플 O2O 서비스 ‘풀러스’, 제가 한 번 타봤습니다

[서준석 테크수다 PD seopd@techsuda.com] 드디어 직접 타봤습니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처음 경험해보는 것은 마음을 참 설레게 합니다. (나만 그런가…) 그런데 뭘 타봤냐고요? 지난 5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를 거점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풀러스(www.poolus.kr)’입니다.

O2O(Online to Offline)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어떤 서비스인지 아실 것 같은데요. 한 마디로 정리하면 ‘모바일 카풀 중개 서비스’입니다. 풀러스에서는 ‘온디맨드(on-demand) 카풀 기반 라이드 셰어링 서비스’라고 그럴듯하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서비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관심 있게 지켜봤는데요. 그 이유는 ‘쏘카(www.socar.kr)’ 창업자로 유명한 김지만 대표가 새롭게 창업한 회사의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쏘카를 꽤 유용하게 사용했었는데요. 모바일 앱으로 차를 빌리기 때문에 간편하고, 사용 시간 단위로 비용을 지불할 수 있어 몇 시간만 차가 필요할 때 자주 이용했습니다.

그런 획기적인 서비스를 만들었던 김 대표가 이번에는 ‘카풀’을 주제로 또 다른 서비스를 만든 것이죠. 어떤 서비스일지 궁금해서 사용해 보려고 했는데,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는 분당에서만 이용할 수 있어 거점이 서울인 사람은 좀처럼 이용해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7월 11일, 드디어 그 제한이 풀렸습니다. 출발 지점은 여전히 성남시로 제한돼 있지만, 도착지점은 전국으로 확대됐습니다. 판교로 취재를 갔다가 서울로 돌아올 때는 풀러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직접 타볼 기회가 생긴 건 7월 12일, 풀러스가 서비스 확대를 기념해 기자 간담회를 연 덕분이었습니다. 서비스에 대한 이모저모를 소개하고 퇴근길은 풀러스를 이용하도록 행사를 마련했는데요. 참 재치 있죠?

우선 행사 당일 풀러스가 공개한 재미있는 데이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2개월여 동안 앱 다운로드를 통해 풀러스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드라이버 및 라이더 합산)은 2만 명을 넘었고 카풀 매칭은 7천 여 건에 달했다. 풀러스를 이용한 총 카풀 이동 거리는 51,200km로 지구를 한 바퀴(약 4만Km) 이상 이동한 셈이다. 풀러스를 기반으로 한 승차 공유 덕분에 줄어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8.5톤에 달한다. – 풀러스 보도자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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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드라이버와 라이더의 비율이 1:1 수준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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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은 성적입니다. 서비스 3개월 만에 드라이버와 라이더 포함 2만여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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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재미로 보는 데이터.

 

풀러스의 서비스 운영 방식을 보면 ‘우버’랑 비슷해 보입니다. 차를 소유한 사람이 드라이버로 등록해 라이더(승객)을 태우는 방식이거든요. 다른 점이 있다면 풀러스는 ‘카풀’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출∙퇴근 시간에만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점입니다. 오전 5시부터 10시까지, 저녁 5시부터 익일 새벽 2시까지 풀러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 외의 시간에는 이용이 불가능하죠.

김지만 대표는 “수요가 넘치는 반면에 공급이 부족한 출퇴근 시간에만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운송업계에 피해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비스가 잘 되고, 이용자들의 요구가 있더라도 장기적인 로드맵에 이 시간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기존 시장과의 상생을 어느 정도는 고려한 선택입니다. 다만 이것이 운송업계를 설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카카오택시와 비슷한 ‘풀러스’
앱의 이용 방식은 ‘카카오택시’와 비슷합니다. 풀러스엔 현재 두 종류의 앱이 있는데요. 드라이버용 앱과 라이더용 앱입니다. 카카오택시와 비슷하다고 한 건 라이더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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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라이더 앱(왼쪽)과 드라이버 앱(오른쪽)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하고 요청을 보내면 근처에 있는 드라이버와 매칭을 해줍니다. 드라이버가 라이더를 태우기 위해 승인을 하면, 라이더 앱에 드라이버의 사진과 이름이 나타납니다. 이때부터는 드라이버와 라이더가 서로 채팅이나 전화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카카오택시는 운행 완료 후 기사와 승객이 직접 거래를 하지만, 풀러스는 앱 안에서 미리 등록한 라이더의 카드로 결제가 진행됩니다. 이동한 거리에 따라 비용이 청구되기 때문에 드라이버는 앱 운용에 좀 더 신경 써야 합니다. 목적지 도착 전에 실수로 운행 완료를 눌러버리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니까요.

드라이버는 라이더(승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드라이버의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근거리에 있는 라이더의 매칭 요청이 드라이버 앱을 통해 보이는데요. 목적지가 자신의 퇴근 경로와 가장 비슷한 사람을 골라 승인하면 됩니다. (라이더의 목적지가 부산이라도 예쁜 분이라면 태우고 싶을 것…아, 아닙니다.)

라이더앱에서는 목적지를 설정하면 거리에 따른 가격이 나옵니다. 저의 경우 판교역에서 자택(서울시 송파구)을 목적지로 설정했는데요. 비용이 약 1만 원 정도 나왔습니다. 처음 라이더로 가입하고 결제 카드를 등록하면 2만 원 쿠폰을 주기 때문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무료로 타볼 수 있어 더 좋았던…퍽!)

대중교통과 비교하면 가격이 아주 싼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택시와 비교하면 저렴합니다. ‘네이버 지도’로 같은 거리를 검색해 봤더니 1만6,000원 정도가 나옵니다. 풀러스는 1만 원이니 6,000원을 더 아끼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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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러스(왼쪽)와 택시(오른쪽) 가격 비교

 

풀러스에 따르면, 요금은 택시 이용 요금보다 30% 저렴하도록 운영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지금은 이용자를 확보해야 하는 시기라 수시로 쿠폰을 제공해 6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플러스 라이더 앱을 보면 항시 제공하는 60% 할인 쿠폰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가격 정책도 나중에 변경될 수 있답니다. 김지만 대표에게 가격 정책의 큰 로드맵에 대해 물었더니 고민이 많다고 하더군요.

“수요와 공급에 따라 요금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드라이버 입장에서 자신이 얻는 수익이 적으면 굳이 드라이버를 할 필요가 없고, 라이더 입장에서 가격이 비싸면 이용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이용자가 몰리는 시간에는 조금 더 비싸게, 이용자가 부족한 시간에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탄력적인 요금 정책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지만 풀러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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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만 풀러스 대표

 

지금까지의 이용 패턴을 보면 주로 금요일 저녁이나 비 오는 날 운전자 부족 현상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금요일 저녁이니 다들 약속이 있는 경우가 많고, 비 오는 날의 경우 누굴 태우고 내리는 과정이 번거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처럼 운전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운전자로 활동하는 이용자들에게 또 다른 리워드(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라이더가 매칭 요청 후 1분 이내에 매칭이 완료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니, 드라이버 수를 풍부하게 유지하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풀러스에 호기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보험이나 드라이버 등록 절차 등 궁금한 게 많을 텐데요. 질의·응답 형태로 정리해봤습니다.

풀러스 Q&A

Q. 풀러스의 수익 모델은 뭔가요?

– 중개 수수료입니다. 라이더가 지불한 금액에서 20% 정도를 수수료로 받을 예정입니다. 수수료의 비율은 아직 미정입니다만, 20%에 가깝게 책정될 겁니다. 물론 서비스가 안정화될 때까지는 수수료를 받지 않을 겁니다.

Q. 안전한가요?

– 드라이버 등록 절차가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서류도 많이 내야 하고 풀러스 직원들이 드라이버를 직접 찾아가서 미팅도 합니다. 또 드라이버와 라이더 간의 상호 평가시스템을 통해 태도에 문제가 있는 회원들은 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받습니다. 또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안심보험(메리츠화재)에 자동 가입되도록 했습니다. 현재 보험료는 풀러스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무료로 보험 서비스를 받는 것이죠.

Q. 본래의 목적에 어긋나게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해선 어떻게 처리하나요?

– 연속으로 계속 라이더를 태우는 드라이버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운영 정지를 한 경우는 없지만, 서비스 이용에는 제한을 받게 됩니다. 출퇴근 시간에 차량 소유자가 기름값 정도 벌 수 있도록 한 것이기 때문에 완전한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면 제한할 수밖에 없습니다.

Q. 아무래도 자신의 차를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승용차가 많을 것 같은데요. 동승자가 여러 명일 경우에는 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있겠군요?

– 맞습니다. 실제로 풀러스 드라이버 중에 포르쉐 소유주가 몇 명 있는데요. 2인승 이기 때문에 동승자가 1명이라도 더 있으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또 유아용 카시트를 달고 다니는 드라이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동승자 여부를 입력할 수 있게 개편할 예정입니다. 또 여러 명이 라이딩을 하는 경우를 대비해 승합차를 보유한 렌터카 업체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계획 중입니다. 이 경우 플러스는 연결만 해줄 뿐이고, 렌터카 업체에서 드라이버와 차량을 운영하게 됩니다.

본격 카플 라이딩
간담회가 끝나고 플러스 라이더 앱을 실행시켰습니다. 목적지를 입력하고 매칭 요청을 했더니 처음에는 11명에게 요청을 보냅니다. 매칭은 안 되고 숫자는 점점 줄어듭니다. 초조해집니다.

택시와 다르게 카플은 출퇴근 시에 경로가 비슷한 사람을 태우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최종 목적지를 골목까지 세세하게 설정하면 매칭이 잘 안 된다고 하네요. 반대로 목적지를 지하철역 등 잘 알려진 곳으로 설정하면 매칭이 잘 이뤄지는데요. 드라이버들이 자신의 출퇴근 경로에 해당 역이 있는지 없는지를 쉽게 알기 때문이랍니다.

김태호 풀러스 부사장에 따르면, 처음에는 목적지를 자세하게 입력하고 실패할 경우 역 등의 장소로 바꿔 다시 도전하라고 하네요. “절대 포기하지 말라”라는 말도 더했습니다. 꿀팁이네요.

출발 지점을 현 위치로 설정하고, 목적지만 입력했는데요. 알고 보니 실내에 있던 까닭에 스마트폰의 GPS가 오작동을 일으켜 출발지가 수내역으로 찍히고 말았습니다. 그 실수 때문에 드라이버가 판교에서 수내역 중간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사태가 발생해 버렸죠. 처음 이용하시는 분들은 출발지를 꼭 다시 한 번 확인하셔야겠습니다. 앱 자체에서도 매칭 요청을 하기 전에 출발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라는 창을 띄워주면 좋을 것 같네요.

5분 반경에 있던 드라이버를 3km나 떨어진 수내역으로 보내버렸더니 기다리는 시간이 20분을 훌쩍 넘겨버렸습니다. 자업자득인 셈이죠. 유후~

저를 집까지 데려다준 드라이버는 놀랍게도 풀러스의 직원! 개발팀의 장지연 매니저였습니다. 혹시라도 모를 드라이버 부족 사태를 대비해 지원을 나왔다고 하네요. 기자들을 모아 놓고 시연을 하는데, 매칭이 안 되면 곤란하니 몇 안 되는 직원들까지도 발 벗고 나선 모양입니다.

혹시 ‘짜고 치는 고스톱’은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했는데요. 현장에 있던 다른 기자는 풀러스 직원이 아닌 (잘 생긴) 일반 드라이버와 동행했다고 하네요.

장지연 매니저의 집은 인천이었지만, 지원을 나온 것이니 조금 돌아가더라도 태우자는 심정으로 송파구에 사는 저를 태웠다고 합니다.

(공짜로) 승용차 타고 퇴근해서 신난 서 PD와 정지연 매니저
(공짜로) 승용차 타고 퇴근해서 신난 서 PD(왼쪽)와 정지연 매니저

 

풀러스 덕분에 좋은 차를 타고 집으로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드라이버로 등록하는 절차를 직접 체험해보려고 합니다. 절차가 까다로워서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잘 돼서 테크수다 독자들에게 풀러스 드라이버 등록 절차를 소개하는 기회도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잠깐! – 스타트업 기출문제
풀러스는 지난 5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쏘카 창업 경험이 있는 김지만 대표의 작품이라곤 하지만, 서비스 3개월 만에 이렇게 제법 규모 있는 기자 간담회를 연 것은 의외였습니다. 30명 미만의 스타트업이 기자 간담회라니, 분명 흔한 풍경은 아닙니다.

간담회를 여는 데 비용이 적잖이 들기도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일반적으로 마케팅보다는 서비스 개선에 더 투자하는 편이니까요. 쏘카 창업 당시와는 사뭇 다른 공격적인 행보인데요.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이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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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수다 2016년도 스타트업 고사 기출문제

 

재미로 한 번 만들어 봤습니다. 다 이유는 될 수 있다고 보는데요. ‘③ 전국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드라이버 확보를 위해‘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앞서 7월 11일 기준 드라이버 이용자는 9,285명, 라이더 이용자는 10,798명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거의 비율이 비슷한데요. 드라이버의 경우 출퇴근 시 매번 앱을 사용하진 않는다고 합니다. 즉, 본인이 여유가 있을 때 드라이버로 활동하는 것인데요.

출발지가 성남시로 고정된다고는 하지만 도착지는 이제 전국으로 확대됐습니다. 대부분 서울, 경기 지역이 도착지겠지만, 드라이버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게 풀러스 입장에선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이겠지요.

서비스 지역 확대로 서울이나 경기 지역으로 퇴근하는 라이더 이용자들이 더 많이 생겨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그런 라이더들의 매칭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풀러스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겠지요. 서비스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됐다고 한들, 결국 성남시 안에서만 이용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확률도 있고요. 전국 서비스 확대는 위험이 따르는 한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만큼 마음이 급한 건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되네요. [테크수다 Techs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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