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 토요일

[북앤톡] 편집자는 앞으로 아마존에서 일할 수 있을까?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은 뒤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한마디로 대세가 됐다. 알고리즘이 많은 영역에서 사람을 대체할 것이란 시나리오들이 넘쳐난다.

알고리즘의 파괴력이 관심을 끈게 최근의 일은 아니다.

2014년 읽었던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를 보면 오래전 아마존에서도 알고리즘은 사람을 상대로 알파고 못지 않은 위력을 과시했다.

아마존에서 벌어진 싸움의 성격은 사용자들에게 상품을 추천하는 것과 관련해 편집자들이 직접 손맛을 버무린 콘텐츠와 알고리즘에 기반한 기계적인 추천간의 대결이었고,결과는 기계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책은 싸움을 이렇게 설명한다.

편집팀은 제품보다 멋진 글쓰기를 이용하고 권장 제품에 대해 직관적인 결정을 내리며, 제품을 하나하나 다루었다. 개별 맞춤화팀은 말장난을 다 빼버리고 차갑고 확실한 데이터를 이용해 개별 고객을 위한 가상 가게를 지어, 통계적으로 고객들이 가장 구매할만한 제품으로 선반을 채웠다. 베조스는 어떤 팀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채, 테스트 결과를 주시했다. 시간이 흐름이 따라 사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대부분의 편집자와 작가는 다른 부서로 전출되거나 정리해고 됐다.

아마봇이라는 알고리즘이 편집팀의 몰락을 가져왔다. 아마봇은 규격화된 배열에 자동으로 생성된 추천 목록을 넣어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수작업된 부분을 대체했다. 이 시스템은 일련의 테스트를 손쉽게 이겼고 인간 편집자 만큼 많은 제품을 팔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가 나온지 몇년됐고, 알파고가 이세돌까지 꺾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아마존에서 알고리즘과 사람의 대결은 지금 다시 논하는건 뒷북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알고리즘에 의해 정리해고됐던 사람의 손맛은 아마존에서 다시 ‘복직’의 기회를 잡는 이변(?)이 일어났다.

마이클 바스카가 쓴 <큐레이션: 과감히 덜어내는 힘>을 보면 아마존은 알고리즘에 밀려난 수동 선택 방식을 일정 수준으로 다시 도입했다고 한다.

앱스토어는 물론 아이북스, 아이튠즈, 애플 뉴스, 애플 뮤직 등은 수동 큐레이션 방식을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 큐레이터의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거대 플랫폼의 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큐레이션은 점진적인 형태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많은 틈새 시장 속에서 개별 큐레이터는 자신만의 독자를 서서히 확보내 나가고 있었다. 결국 아마존도 방향을 선회해 편집 인력을 다시 고용하기 시작했다.”

어느 수준으로 수동 편집이 아마존에서 부활한 것일까?

“자동 선택 방식의 대표 기업으로 군림했던 아마존은 일정 부분 다시금 예전의 수동 선택 방식을 채택했다. 아마존내 큐레이션 페이지 캐노피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캐노피의 제품 판매는 모두 아마존을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캐노피 페이지는 각종 디자이너 및 크리에이티브 담당자가 아주 공을 들여 선별한 제품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가구를 구입할 경우 아마존 사이트에서는 원하는 제품을 일일이 검색해서 구매해야 했지만  캐노피 페이지에서는 엄선된 제품 몇가지만이 소개돼 있어 훨씬 구매가 용이하다.”

큐레이션의 저자 마이클 바스카는 알고리즘이 발달한 것은 사실이나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알고리즘은 기존 데이터 즉, 경험에 기반한 사실을 이해할 뿐 데이터 너머의 의미를 파악해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구글의 자회사 구글 딥마인드는 바로 이 데이터에 내재된 의미 이해가 가능한 인공 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에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알고리즘에서 주관적인 판단까지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큐레이션 주체인 플랫폼이 인간에서 기계로 옮겨갔다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2가지 플랫폼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가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는 것을 보고 나서 이 책을 썼는지는 확실치 않다. 알파고가 프로기사들이 이해하기 힘든 변칙수를 두는 것을 보고서도 알고리즘이 주관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할수 있었을까?

아무튼 아마존이 사람에 의한 편집을 일부지만 다시 채택한 것은 알고리즘만으로는 모든 것을 커버하기는 아직은 무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언제까지 그럴지는 두고봐야겠지만 효율성을 최고로 치는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아마존이 콘텐츠 서비스 전략에서 알고리즘과 사람을 어떻게 버무릴지는, 인공지능의 시대, 사람의 역할은 어떻게 될지 살펴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험대가 될 것 같다.[테크수다 Techs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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