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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앤톡] 우리는 왜 점점 돈 안되는 일들 때문에 바빠지는가?

1928년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우리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에서 기술이 몰고올 장밋빛 미래에 대해 말한다.

2028년이 되면 기술 발전으로 경제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하루에 세시간, 즉 일주일에 15시간만 일해도 되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여가 시간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케인스의 전망 대로 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마는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생산성이 좋아진건 맞지만 사람들의 여가 시간은 전혀 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저런 일들로 바빠졌다. 자동화 기술은 점점 진화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의 삶은 점점더 각박해지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이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등장할 정도다. 역설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유가 뭘까?

크레이그 램버트가 쓴 <그림자 노동의 역습>에 따르면 사회와 경제 구조가 점점 대가없이 하는 일이 늘어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이 아니라 고객이 이것저것 처리하는 셀프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1950년대에는 식료품값을 계산하고 샐러드를 만들고, 캔과 병을 버리고 은행 업무를 처리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태워다 주는 일을 주유소 점원과 비서, 판매원, 계산원, 웨이트리스, 환경 미화원, 은행직원, 버스 기사들이 처리했다. 오늘날에는 바로 당신들이 이 일들을 물려받았다. 그 일들은 모두 그림자 노동이 되었다.”

“실제로 사람들이 직장 밖에서 하는 많은 일들이 그림자 노동에 해당된다. 싱가포르 증시 폭락같은 사태에 일자리가 영향을 받는 사람은 쉴새 없이 돌아가는 체제로 인해 집에서도 회사 일을 놓지 못한다. 늘 일이 최우선인 동료는 스마트폰으로 주변 사람들을 속박한다. 저녁 8시에 남편과 식당에서 막 식사를 하려고 자리에 앉는 순간 상사가 문자를 보낸다면 당신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닌가? 여러 분야에서 이러한 사생활 침해가 정상적으로 간주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한 새로운 관습은 더 많은 일, 그리고 더 많은 그림자 노동에 문을 열어 준다.”

“다수의 젊은 투자 은행가와 사업가, 변호사들은 즐길 시간도 없이 재산을 모으느라 휴가도 반납한채 하루에 열네 시간을 일한다. 이러한 행동은 경제학의 설명을 초월한다. 강력한 사회적, 문화적 힘이 일에 대한 종교에 가까운 믿음의 기초를 이룬다.”

그림자 노동이 늘어나는 것에는 나름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다수의 산업이 더욱 효율적인 생활 방식을 통해 노동 집약적 성향에서 탈피하면서 필요한 노동자수가 줄어들었다. 기업들은 급여 총액을 줄이고 싶어한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림자 노동이 증가하는 데 따른 부작용은 만만치 않다. 그림자 노동이 늘다보니 일자리는 줄고, 사람들은 점점 바빠지고, 경제는 힘들어지고, 이로 인해 일자리는 줄고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현재 젊은이들이 직장을 잡느라 겪는 어려움은 심각한 경제적 딜레마가 될 분위기다. 그림자 노동 현상을 포함하여 일을 완수하는 방식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변화는 유효한 유급 노동의 양을 줄어들게 할 수 있다. 곳곳에 만연한 실업은 사회적 풍경에 고정될 위험이 있다. 현재 경제에서 일자리와 직원 유지비보다 더 큰 문제는 없다. 그리고 그림자 노동이 이 문제를 약화시킨다.”

그림자 노동은 기업 내부에서도 점점 심화되고 있다. 기업이 감원한뒤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나간 사람이 하던 일을 떠넘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남은 직원들은 더 많이 일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그들은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사실에 고마움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인원 삭감은 선참 직원과 지원 인력 모두를 솎아 냄으로서, 등장한 일종의 내부의 그림자 노동이다. 그림자 노동은 구직 시장을 위축시키는, 보이지는 않지만 주요한 원인이 된다. 특히 그림자 노동은 다양한 경력의 기점이 되는 초보적인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15~24세 젊은이들은 세계 인구의 17%를 차지하지만 세계 실업 인구의 40%를 차지한다.”

청년 실업과 그림자 노동이 무관치 않음을 볼 수 있다. 교육 분야 역시 그림자 노동의 파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내가 학교 다닐때만 해도 부모님은 자식이 사교쳐서 물려나가지 않는한 학교일에 신경쓸 일은 없었다. 교사와 학생들이 웬만한 것들을 알아서 다 해결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아이들 숙제부터 교육 현장, 그리고 사교육에 이르기까지 부모들의 역할이 늘었다. 점점 바빠지는 세상을 살아야 하는 부모들로선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교육에서 학부모의 역할이 커진다는게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학교 숙제에서 학부모회까지 부모가 아이의 교육에 참여하는 것이 아이의 학업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고 심하게는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회학자인 텍사스대학의 키스 로빈슨과 듀크 대학의 앤젤 해리스는 ‘고장난 나침반: 아이 교육에 관여하는 부모’에서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이뤄진 수많은 연구 결과를 분석했다. 이 연구들은 부모가 아이의 학습에 관여하는 유형을 63가지로 분류해 아동의 학년별 성적과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수집한 것이었다. 두 저자는 뉴욕타임스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부모의 관여가 아이의 시험 점수나 학점에 아무런 이익도 주지 못했음을 알아냈다.실제로 부모가 덜 관여했을 때 학업 성취도가 더 높은 사례가 많았다. 관여가 영향을 미친 경우 그 결과는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인 가능성이 높았다. 멘토 역할을 하는 부모들은 나이가 더 많고 더 현명한 사람이 아닐 수 잇다. 그들은 그냥 나이만 더 많은 사람일 수 있다.”

그림자 노동의 역습은 대가없는 노동의 확산에 따른 부작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셀프 서비스 등 그림자 노동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을 테지만, 지금까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다. 그림자 노동이 당연시되고 종종 혁신으로 포장될 때도 많다. 그림자 노동의 역습은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트렌드를 뒤집어 볼 수 있는 프레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읽어볼만 하다.

그림자 노동이 익숙해지고 당연시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여러 앵글이 있겠지만 저자는 원자화된 사회의 도래를 경고하고 있다.

“자동 기계 장치가 인간의 조직을 해체시키고 있다. 사실 그 쌍방향의 키오스크와는 대화를 할 수 없다. 그 기계들을 결코 응답하지 않는다. 그림자 노동을 하는 고객들은 키오스크에서 자신의 거래 속도를 조절한다. 그들은 살아있는 사람보다는 피드백에 적응할 필요가 없다. 각자의 안전한 장소에 격리된 그림자 노동자들은 실제 사람들과 잡담을 주고받는 일도 피한다.

사회학에는 인간 집단내의 유대 관계가 무너지는 현상을 원자화라고 부른다. 이는 화학에 빗댄 표현으로한때 분자로 묶여 있던 사람들이 서로 단절된 더 작은 단위인 원자로 분해된다는 의미다. 원자화는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캠이 1897년에 발표한 자살론에서 대중화한 표현인 아노미같은 심각한 사회 병리가 발생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테크수다 techs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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