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 화요일

[북앤톡] 기술 혁신 가속, 하던대로 하면 전문직의 미래는 없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기술의 진화로 인해 일자리가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얘기한다고 해서 그래? 하고 놀라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이후 인공지능은 전문직으로 불리는 고급 일자리까지 뒤흔들 것이란 시나리오가 현실적으로 통하고 있다.

예전에 회사에서 진행한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던 글로벌 IT업체 임원이 빅데이터의 잠재력을 설명하면서 “애들 의대 보내지 마라, 의사 없어질 것이다”는 말을 했던 것이,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기 1년여 전의 일이다. 제목으로 뽑을까 하다 그분이 회사로부터 쪼임을 당할 거 같아 두루뭉술하게 표현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인공지능이 일자리 잡아먹을 하마로 통하는 것이 현실이다. 의사나 변호사라고 해서 안전한 처지는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지금도 의대 들어가고 사법 고시 패스하면 앞으로 잘먹고 잘사는 데 걱정없다는 인식이 강한 것 또한 사실이다. 머지 않은 미래, 인공지능이 의사와 변호사 일자리도 삼킬 것이라는 전망이 있음에도 의사와 변호사는 여전히 전문직 중 최고 전문직으로 통하고 있고, 의사나 변호사가 없어지겠어하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400페이지가 넘는 <4차산업혁명시대 전문직의 미래>는 전문가, 전문가 업무, 전문가 단체들이 전문가 이후 사회에서 대부분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무시무시한 책이다.

인쇄 기반 산업 사회에서 통했던 전문가의 역할은 기술 기반 인터넷 사회에선 분해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업무는 이제 한 덩어리라 분리할 수 없는 행동으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분해되고 부속 작업을 나뉘어 서비스에 요구되는 품질과 본질을 충족하는 한도에서 되도록 낮은 비용에 가장 잘 수행할 다른 사람 또는 시스템에 각각 위임된다.

전문가 없이도 전문가가 했던 수준의 결과물을 수요자가 스스로 얻을 수 있는 환경이 확산될 것이란 게 저자들의 전망이다. 사람들이 운전자 없는 자동차의 개념을 받아들여 가듯, 장기적으로 보면 교사 없는 학생, 의사 없는 환자, 변호사 없는 소송 당사자, 컨설턴드 없는 회사, 성직자 없는 신도 같은 개념에도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이론 대로라면 전문가는 다음과 같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는 전문직이 비용을 감당할만 하고, 접근 가능하며 최신 정보에 근거하고 확신을 주며 신뢰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그리고 이때 적용되어야할 전문성, 경험, 판단력을 지녔다고 인정한다. 또한 전문직이 자기 지식과 방식을 관리하고 갱신하며 구성원을 훈련시키고 자기 업무의 질을 관장하는 기준을 설정하고 적용할 것이며, 자격을 적절하게 충족하는 사람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언제나 정직하고 성실하게 자기 이익보다는 고객의 이익을 우선하여 행동할 것이라고 이해한다. 그 대가로 우리는 전문직이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광범위한 서비스와 행위를 독점할 권리를 부여하고, 높은 보수를 지불하며, 독립성, 자율권, 자기결정권을 수여하고 존경을 보내고 지위를 부여하며 전문직에게 신뢰를 표한다.”

물론 현실은 싸늘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2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술이 불러오는 위협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전문가 집단 자체에 대한 신뢰의 위기도 만만치 않다.

의사와 변호사들이 환자와 고객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고객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 믿는 이들도 있지만 꽤 많은 이들이 전문가들을 불신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낸 돈 만큼 결과가 나오고 있는지, 호구 노릇하는건 아닌지 의심하는 이들도 많다.

전문가들이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채 수요자 보다는 자기 자신의 이익을 더 챙긴다는 인식의 확산, 그리고 기술의 진화로 인해 전문가들을 둘러싼 위기는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4차산업혁명시대 전문직의 미래> 저자들에 따르면, 지금의 전문가들이 아무것도 안하고 했던 대로 하면 대부분 사라지게 되어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저자들은 기술을 잘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기술을 만드는 단계에 참여할 수 있어야, 전문가가 기술 기반 인터넷 경제 시대에 먹고살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사나 변호사들도 SW 개발자들과 함께 자기 주특기와 관련한 디지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가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기술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 특히 다른 의사 소통 방식을 배우고 자기 분야에 필요한 자료에 숙달하며 기계와 새로운 업무 관계를 확립하고 다각화해야 한다. 더욱 포괄적으로 말하면 내일의 전문가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능력, 즉 유연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평생 직장은 극히 드물어질 것이고, 안정성은 크게 낮아질 것이며, 예측도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 대신 새로운 역할과 작업이 나타나면서 빠르게 세우고 발전하며 적응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전문가의 역할을 다하려면 기술을 능숙하게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실용적 전문성을 다루고 제공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직접 개입해야 한다. 온라인 활동은 비전문가나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다음 세대를 이끄는 전문가는 지난 장에서 논한 대로 시스템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활발하게 참여하게 될것이다.”

저자들의 주장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 전문가들만이, 전문가 이후의 사회에서 버틸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책을 오버 해석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문가 이후의 세상에서는 프로그래밍도 잘하는 의사나 변호사, 교사가 그마나 서바이벌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초중고 코딩 교육 굳이 할 필요 있나 싶었는데, 책을 읽고 보니 긍정적으로 봐줄 수도 있을 것 같다. [테크수다 Techs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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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담긴 다양한 메시지를 온라인을 통해 공유하고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싶은 B급 애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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