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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남자 스티브 잡스를 위한 변명

“내 생각에 월터 아이작슨의 책은 스티브(잡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거 같아요. 그 책은 이미 글로 알려진 다수의 내용을 그대로 재탕해 놓고 그의 인성의 사소한 부분들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걸 읽은 독자들은 스티브가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며 병적으로 자기 중심적이라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거에요. 그의 인품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책이라는 얘깁니다. 거기서 내가 읽은 인물은 나라는 사람이 그렇게 오랜 기간 함께 일하고 싶은 생각이 결코 들지 않는 누군가였어요. 그런 사람과 일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거든요.”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후 애플 지휘봉을 넘겨 받은 팀 쿡의 말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스티브 잡스의 후계자인 그가 스티브 잡스가 인정한 공식 자서전으로 알려진 아이작슨의 책을 디스하다니.

브렌트 슈렌더가 쓴 비커밍스티브잡스를 보면  잡스와 함께 애플의 부활을 이끈 다른 이들도 팀 쿡과 유사한 뉘앙스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주목된다.

다음은 막판에 애플과 안좋게 끝난 아이팟 개발자 토니 파델의 말이다.

“소리나 빽빽 질러대는 괴물을 연상했거든요. 하지만 직접 접한 스티브 잡스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그런 이야기의 인물과 닮은 구석을 거의 찾을 수 없었어요. 물론 본인이 신경쓰는 사안과 관련해서는 때로 격렬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매우 부드럽고 사려깊은 인물이었지요. 모든 일에 사사건건 관여하는 미친 경영인도 아니었어요. 간부들을 믿고 일을 맡겼지요.”

쿡의 얘기도 계속된다.

“스티브는 배려심이 많았어요. 그런 이런저런 상황에 대해 많이 신경을 썼어요 물론 열정이 넘쳤지요. 그리고 무엇이든 완벽하길 원했어요. 이것은 그의 최대 장점이라 할 수 있지요. 그는 모두가 최고의 작업을 수행하길 바랐어요. 그리고 소규모 팀이 대규모 팀보다 낫다고 믿었어요. 더 많은 일을 완수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요. 다만 많은 사람이 열정을 교만으로 오해했을 뿐이지요. 네 물론 그는 성자는 아니었어요. 그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런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안타깝다는 얘깁니다.”

이번엔 스티브 잡스와 함께 픽사를 성공으로 이끈 존 래스터의 말이다. 애플에 복귀하기전 잡스가 픽사 오너로 활동할때를 기억하는 장면이다.

 “함께 일하면서 서로의 능력을 배가하는 우리의 공동 작업을 지켜보면서 스티브가 모종의 긍정적 자극을 받았던거 같아요. 나는 애플에 복귀할 무렵 그에게 생긴 주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재능에 기꺼이 마음을열고 고무되고 도전의식을 북돋게 되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직접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모종의 놀라운 일을 해내도록 사람들을 고무하는데 더욱 열성적이게 되었거든요.”

많은 이들에게 스티브 잡스는 혁신가이자 나쁜 남자로 통한다혁신과 함께 피도 눈물도 없는 독한 인간이자, 참을성도 없는 이미지가 따라 다닌다.

하루이틀된 이미지가 아니다. 70년대말 애플을 창업한 후 2011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나쁜남자는 스티브 잡스를 상징하는 키워드 중 하나였다.

월스트리트저널, 포춘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브렌트 슐렌더가 쓴 비커밍스티브잡스는 잡스에 대한 이런 이미지에 대해 반기(?)를 드는 책이다.

애플을 창업한 후 자신이 영입한 존 스컬리에 의해 쫓겨난 뒤 스타트업 넥스트를 창업하고 한동한 고전할 때까지는 잘 몰라도 이후 픽사에 투자하고 애플에 복귀한 이후 스티브 잡스는 성급하고 이기적인 성향과는 확실하게 결별한 리더가 되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도 세상은 여전히 잡스를 애플에 복귀하기전의 이미지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저자가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다.

애플에 복귀한 이후 모종의 획기적인 기계를 즉시 창출해야 한다는 조바심에 시달리지 않았다. 애플의 초창기와 넥스트에서 그가 보여줬던 바와 크게 달라진 행동방식이었다. 대신에 그는 회사의 전체 제품 라인에 대한 총론적 계획을 세우는데 집중했다. 엔지니어들에게 특정한 신제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그는 먼저 그들의 애플의 종합 계획을 획실히 이해하길 바랐다. 그는 모두가 똑같은 게임 플랜을 중심으로 일하길 원했다. 그리고 그 게임 플랜은 전임자들이 세웠던 것은 물론이고 넥스트에서 확립하는데 실패한 것보다 훨씬 더 명확해야 했다. 핵심은 애플의 야망을 단순화하는 것이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인 짐 콜린스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는 항상 어려운 일만 시도했다. 때로는 치여 나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역경에 맞서 싸운 덕분에 거인이 될수 있었던 것이다. 위대한 리더 스티브 잡스는 태어난 것이 아니라 역경을 통해 만들어져다는 것이다.

애플에 복귀한 이후 스티브 잡스는 일과 사생활을 철저하게 분리했다. 일얘기는 많이 알려졌지만 그의 사생활은 대부분 베일에 가려졌다.  잡스와 오랫동안 개인적인 얘기까지 주고받으면서 신뢰를 쌓아온 저자는 비커밍스티브잡스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잡스의 퍼스널 라이프에 대한 몇몇 에피소드들도 공유하고 있다.

팀 스미스라는 이름의 한 디자이너는 자신의 기이하게 생긴 구식 선빔 알파인 스포츠카가 잡스의 집의 진입로 앞에서 시동이 멈춰 섰을 때의 경험을 적었다. 그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궁리하고 있을 때 (잡스의 아내)로렌이 나와서 상황을 묻고는 맥주를 한잔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친구 중에 선빔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불러주겠다고 제안했다. 그 친구가 도착했을 때 잡스도 아들 리드를 데리고 모습을 드러냈다. 친구는 후드를 열고 여기저기 살피며 뭔가 조치를 취하려고 애썼고 잡스는 차에 올라 시동을 걸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시동을 걸리지 않았다.

이런 것이 바로 잡스의 삶에서 좀처럼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었다. 그는 이런면을 알리려 시도하지도 않았다. 머리 좋고 의욕 넘치는 자기 중심주의자라는 그에 대한 일반적 통념, 자신의 경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그 누구든 희생시키거나 제쳐놓는 얼간이라는 통념은 불행히도 그가 형편없는 아버지이자 친구이며 사랑과 배려 따위는 모르는 인간이었을 것이라는 필연적 추정을 수반했다. 하지만 이런 고정 관념은 내가 경험한 그와 맞물리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

비커밍스티브잡스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스티브 잡스가 엄청난 부와 명성을 손에 넣었으면서도 중산층으로서의 포기하지 않으려 의도적으로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집에 담장도 치지 않았고, 스스로를 대중으로부터 가두려하지도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회사의 리더였지만 중산층 동네 주민으로 살고자 했다. 풀도 나무도 직접 심고 가꿨다.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았다. 물론 집에서도 일에 대해 많이 생각했지만…  이같은 성향 역시 고생좀 하고 애플에 복귀한 이후 두드러진 모습이었다. 대중으로부터 유리되고 저녁이 있는 삶도 살지 못하는 한국의 성공한 이들과는 대조적인 태도였다.

비커밍스티브잡스는 애플에 복귀한 이후 잡스는 높은 성과를 요구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이래라저래라 하는 스타일의 독재자보다는 단순하고 의미있는 가치를 만들고 이를 유능한 인재들이 알아서 구체화시킬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리더로 거듭났음을 강조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잡스와 애플, 그리고 잡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에 대한 뒷얘기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라 평하고 싶다. 아직도 스티브 잡스 이야기는 읽을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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