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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팅을 보는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근본적인 차이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모두 PC의 시대를 이끈 주인공들로 꼽히지만 컴퓨팅을 바라보는 철학에선 근본적인 차이를 보였다.

<비커밍 스티브 잡스>의 저자 브렌드 슐렌트에 따르면 둘의 차이는 B2C vs B2B라는 키워드로 요약되는 것 같다. 잡스는 일반 소비자를, 게이츠는 기업 환경에 과거에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우선했다는 것이다.

1991년 포춘에는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간 역사적인 대담 기사가 실렸다.

당시 컴퓨팅 시장은 빌 게이츠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시대였다. 한 회사가 전체 컴퓨팅 산업의 방향을 지시하던 시절이었다.

빌 게이츠를 상대했던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난 뒤 넥스트를 창업했지만 영향력 측면에서 빌 게이츠에 한참 못미쳤다. 많은 이들이 잡스를 한물간 스타로 평가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도 빌 게이츠가 대담에, 그것도 스티브 잡스의 집에서 진행된 대담에 흔쾌히 응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저자 브렌트 슐렌터는 당시 대담을 기획하고 진행한 당사자였다. 그는 책에서 대담 당시의 분위기를 자세하게 전하면서 컴퓨팅에 접근하는 잡스와 게이츠의 DNA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컴퓨터는 인간 두뇌의 확장이었으며, 잡스의 표현처럼 정신을 위한 자전거였다. 이것이 모든 지면에 넘쳐나던 컴퓨팅에 관한 이야기였으며, 누구도 잡스만큼 잘 풀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컴퓨팅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판타지가 넘쳐나던 시절이었고, 잡스의 관심도 여기에 쏠렸다. 반면 빌 게이츠는 다른 곳을 주목했다.

빌 게이츠는 그런 로맨스에 휘둘리지 않았다. 그는 그런 이야기들을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PC가 할 수 있는 훨씬 더 정교한 일들의 요점을 놓친 순진한 환상으로 치부했다. 물론 소비자 시장은 엄청나게 많은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기업체 직원보다는 일반 소비자의 수가 훨씬 많으며, 그들에게 적절한 제품을 팔수만 있다면 누구든 돈을 긁어모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시의 개인용 컴퓨터는 여전히 소비자의 방대한 다수를 흥분시키거나 의미있는 방식으로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기에는 성능과 기능이 충분치 못했고 그러면서도 가격은 너무 비쌌다. 하지만 기업 시장은 달랐다. 그 모든 크고 작은 회사의 그 모든 탄생이 제시하는 잠재적 pc 판매량이 빌 게이츠의 전략적 슬기와 초점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회사들은 윈도 pc가 제공할 수 있는 안정성과 일관성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능력과 의사를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점진적 개선을 환영했고 게이츠는 그들에게 그것을 제공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잡스는 그에 대해 입에 발린 말을 해주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잡스는 극적으로 나은 컴퓨터가 유저에게 풀어줄 훨씬 더 많은 잠재력에 대한 개념에만 흥분을 느꼈다. pc의 두 공동 부모 사이의 이러한 근본적 차이는 그날의 인터뷰에서 완전히 명확해졌다.

컴퓨팅의 역사를 돌아보면 90년대는 빌 게이츠의 철학이 제대로 먹혀든 시기였다. 반면 애플은 여전히 변방에 머물렀고, 90년대 중반에는 사망선고가 멀지 않은 회사라는 평가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소비자 시장에선 빠르고 싼 것이 대세로 통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분위기는 확 달라진다.

잡스가 복귀한 이후 애플은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팟으로 이어지는 혁신적인 제품을 쏟아내며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컴퓨팅의 대표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극적으로 나은 컴퓨터가 유저에게 풀어줄 훨씬 더 많은 잠재력에 대한 개념에만 흥분을 느낀 스티브 잡스의 철학이 현실화된 셈이다.

애플의 질주와 함께 이번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한물간 회사로 비춰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부터 빌 게이츠의 뒤를 이어 마이크로소프트를 경영한 스티브 발머는불발로 끝났지만 야후 인수를 시도한데 이어,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는 실제로 인수하는 등 회사 체질 변화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나 발머가 이끈 변화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막을 내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잠재력을 강화하기는 커녕 갉아먹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발머의 뒤를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지휘봉을 잡은 사티아 나델라는 회사의 발머 시대의 유산을 정리하는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구경꾼 입장에서 나델라식 개혁은 기업 고객에 초점을 맞추는 듯 보인다.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를 다시 매각하고 클라우드 중심으로 회사 사업 구조를 재편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물론 나델라 시대, 마이크로소프트가 B2C에서 철수한 건 아니지만 애플이나 구글과 일대일로 붙기 보다는 클라우드와 오피스 등 기업 시장에서 잠재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 점점 강화되는 것 같다.

이쯤되면 주력 제품은 90년대와 바뀌었을지 몰라도 기업 사용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빌 게이츠 DNA가 2010년대들어 다시 전진배치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델라 등장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전성기를 향해 달리고 있다. 기업 고객들을 위한 메시지가 시장에서 먹혀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애플의 경우 여전히 B2C 중심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기업 시장도 외면하는 것 아니지만 애플을 지배하는 코드는 역시 스티브 잡스가 유산으로 남긴 일반 소비자들읠 위한 혁신이다.

잡스와 게이츠는 91년 포춘이 마련한 대담에서 컴퓨팅의 방향에 대한 입장 차이를 분명히 했다.

잡스는 세상을 떠나고 빌 게이츠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음에도 둘의 차이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에서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잡스는 게이츠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가 추구하는 방향까지 무시하진 않았다. 게이츠 역시 잡스를 이상주의자라 생각하곤 했지만 잡스가 가진 열정과 내공에 대해서는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둘은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 컴퓨팅 역사에서 오랫동안 남을 획들을 그었다. 그들의 철학은 지금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구경꾼 입장에서 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 시장의 가려운 것을 긁어줄만한 것들이 꽤 있어 보인다. 기업 IT인프라의 패러다임이 클라우드 중심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은 개인 사용자 시장에서 스티브 잡스가 갈망한 극적인 혁신을 보여주기가 상대적으로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애플이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때와 같은 충격을 다시 한번 보여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애플의 향후 행보가 상대적으로 주목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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