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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아이폰 같은 파괴적 혁신”…왜?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최근 대선 후보들이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공약으로 내건 것과 관련해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신재생에너지의 대규모 확대는 전기요금의 대폭적인 상승을 수반하는데, 이건 얘기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신재생에너지발전의 대규모 확대는 전기요금의 대폭적인 상승을 수반한다는 것을 알려야만 한다. 값싼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 발전소를 값비싼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대체하는 것으로도 전력요금은 수배 오를 것이다.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이 전체 전력의 70-80%를 차지하는데 이를 폐지한다는 것은 얼마나 막대한 비용을 수반하며 얼마나 걸릴 일인지도 알려야 한다. “

그는 신재생에너지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극심하여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햇볕과 바람이 없는 동안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예비발전소는 예비발전소대로 추가로 지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전기료가 대폭 올라가는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인프라 구축에 만만치 않은 비용에 들어가고, 생산 원가도 원저력이나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신재생에너지가 높다는 것이 하고 싶은 얘기인 것 같다.

신재생 에너지가 지금보다 얼마나 비싼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가 계속해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탠포드대학에서 경영 및 에너지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 토니 세바는 자신이 쓴 책 <에너지 혁명 2030>에서 친환경이라는 점은 논외로 하고,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도 신재생에너지가 화석 연료를 2030년까지 무덤속으로 보낼 것이란 도발적인 주장을 쏟아내고 있어 주목된다.

석유나 석탄이 고갈돼 신재생에너지의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를 덮쳤듯, 신재생에너지 인프라에 담긴 속성이 화석 연료 시대를 파괴하게 될 것이란 게 그의 주장이다.

원자력은 위험하고 석탄은 미세먼지를 유발하니, 신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는 도덕적인 명분은 담지 않더라도 비즈니스 속성 자체가 시간이 갈수록 화석연료는 신재생에너지와 게임이 안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태양광에 대한 저자의 낙관주의가 넘쳐 흐른다. 저자의 눈에 화석연료는 피처폰이고, 신재쟁에너지, 특히 태양광은 아이폰과 같은 파괴력을 소유한 기술이다. 지금처럼 중앙집중식이고 톱다운인 에너지 비즈니스는 IT를 활용한 분산형, 참여형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밀려날 수밖에 없다. 천연가스도 신재생에너지 앞에선 석유시대를 상징할 뿐이다.

앞으로 20년안에 우리는 연간 8조 달러 규모인 기존 에너지 산업의 충격적인 결말을 보게 될 것이다. 에너지 산업 붕괴의 첫번째 파도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시작으로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첫번째 파도에서 살아남은 것들을 파괴할 다음 파도가 머지 않아 다가올 것이다. 석유, 천연가스, 석탄, 우라늄은 발전 및 차량 연료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기술은 무어의 법칙의 적용을 받는다. 한계 비용이 제로에 가까운 특징에 원가는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에너지 회사들이 이같은 파고에서 생존하기는 어렵다. 자동차 할부 개념과 유사한 금융 인프라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이끄는 다양한 비즈니스도 확대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모든 형태의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을 붕괴시키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이미 원자력 발전보다 발전 원가가 낮다. 태양광 발전 원가는 독일의 베를린에서 스페인의 세비야, 미국의 팔로알토에 이르는 수백개의 시장에서 다른 전력의 소매 가격보다 저렴하다. 일부 시장에서는태양광 전력이 도매 가격을 40% 가량 낮추었다.

현재 맑은날 오후에는 태양광의 독일 전체 전력 수요의 20~35%를 생산하고 있다. 2012년 5월에는 태양광이 24일 연속 전체 전력 수요의 20% 이상을 생산해냈다. 현실세계에서 1970년 원유 가격이 35배 오르는 동안, 태양광 패널 가격은 154분의 1로 떨어졌다.

태양광의 원가가 돌아올 수 있는 경계를 지나게 되면, 10년 안에 1000만기, 4000만기, 1억 기의 옥상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일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마 기술적인 측면은 아닐 것이다. 방해가 될 수 있는 것은 정치적, 법률적 규제가 될 것이다. 즉 기존 에너지 기업들의 로비에 의한 가능성이 크다.

전세계적으로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2000년 1.4기가와트에서 2013년 141기가와트로 성장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43%다. 태양광 발전 부분이 매년 43% 성장한다면 2030년경 태양광 에너지 설비의 용량은 56.7테라와트에 해당한다. 미국 에너지 정보청은 2030년의 전세계 에너지 수요량을 16.9 테라와트로 예측한다.

토니 세바는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의 부상과 맞물려 운송 산업까지 뒤흔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내연 기관 자동차 기업들은 코닥이 겪었던 순간은 맞이할 것이며, 2025년이 되면 휘발유자동차는 전기자동차와 더 이상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한국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관련 메시지는 정부에서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민간 분야는 여전히 전통적인 에너지 기업들의 목소리가 커보인다. 그러나 유럽은 물론이고 석유 회사들이 버티고 있는 미국 역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대비하기 위한 민간 차원의 움직임이 한국보다는 활발한 것 같다.

<에너지 혁명 2030>을 읽고 나니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이 2014년 혁신과 관련해 쓴 책 <제로 투 원>에서 그린테크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기억이 난다.

피터 틸에 따르면 그린테크 업계는 ‘제로 투 원’이 되기 위한 조건을 하나도 갖추지 못했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전통적인 에너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태양광 등으로 바꿀 동기가 별로 없다는 것이 피터 틸의 지적이었다. 피터 틸의 눈에 제대로된 대표적인 그린테크 회사는 페이팔 출신의 엘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뿐이었다.

피터 틸과 달리 토니 세바의 눈에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세상을 뒤흔들 혁심의 중심이다. 가격 경쟁력도 앞으로는 신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압도할 수 밖에 없다. 무어의 법칙으로 에너지 시장의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토니 세바의 주장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이다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과는 다른, 실리콘밸리 코드가 녹아든 에너지 비즈니스의 미래는 독자 입장에선 흥미로운 부분이다. <에너지 혁명 2030>은 <제로 투 원>과 비슷한 시점에 쓰여진 것 같다. 저자가 <제로 투 원>에 담긴 피터 틸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진다. [테크수다 Techs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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