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 화요일

구글은 2000년대 초부터 이미 AI 기업이었다

구글이 인공지능(AI)를 만드는 AI 오토ML을 개발해 화제다. 구글 엔지니어들보다 오토ML이 만드는 AI 수준이 낫다는 얘기도 들린다. AI 시대, 인간의 역할에 다시 한 번 묻게 된다.

최근 열린 구글 I/O 개발자 컨퍼런스는 구글의 캐치프레이즈가 AI 퍼스트임을 확실하게 인식시켜준 계기였다.

구글의 AI 전략이 최근 몇년에 걸쳐 구체화된 것 같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구글은 AI 기업을 꿈꿔왔다. 와이어드 창업자 중 한명인 케빈켈리가 쓴 <인에비터블>을 보면 구글은 15년전부터 AI 퍼스트 기업이었다.

책에서 케빈 켈리는 2000년대 초반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로부터 AI에 대해 들었던 얘기를 언급한다.

당시는 구글이 유튜브 등 다른 회사들을 인수하기 전이고, 검색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지 못한 시절이다. 지금의 구글과는 많이 다른, 스타트업에 가까운 회사일 뿐이었다.

케빈 켈리는 래리 페이지가 그때 이미 “우리는 지금 사실 AI를 만들고 있어요”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들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최근 구글의 행보를 보면서 대단히 놀랐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나는 지난 몇년 사이에 구글이 딥마인드 외에도 AI와 로봇 기업들을 13개나 사들였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그 대화에 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언뜻 구글이 검색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AI 포트폴리오를 보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검색이 수입의 80%를 차지하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정반대라고 생각한다. 구글은 AI를 이용하여 검색을 더 개선한다기 보다는 검색을 이용하여, AI를 개선하고 있다. 매번 당신이 검색어를 치고, 검색해서 나온 링크를 누를 때마다 또는 웹에서 링크를 생성할 때마다 당신은 사실 구글 AI를 훈련시키고 있는 것이다.”

AI를 뒷받침하는 컴퓨팅 인프라는 클라우드가 대세다. AI 관점에서 클라우드 판세를 예측하는 저자의 앵글도 눈길을 끈다. 저자에 따르면 AI 시대, 거대 클라우드 회사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규모의 경제 때문이 아니라 AI라는 속성 자체가 그렇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AI를 더 많이 쓸수록 AI는 더 영리해진다. 더 영리해질 수록 그것을 쓰는 사람은 더 늘어난다. 쓰는 사람이 늘어날 수록 그것은 더 영리해진다. 그렇게 계속된다. 일단 어떤 기업이 이 선순환에 진입하면 너무나 빨리 대단히 커져서, 다른 모든 신생 경쟁자를 압도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우리 AI의 미래는 두세개의 커다란 범용 클라우드 기반 과두 체제에 지배될 가능성이 높다.”

AI 대권 레이스에선 후발 주자가 기선을 잡은 선도 업체를 추격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의미로 읽힌다. 거대한 데이터와 사용자 기반을 앞세워 AI를 진화시켜 나가고 있는 구글의 무서움이 느껴진다.

인에비터블은 기술로 인해 세상이 점점 명사에서 동사로 바뀌고 있고, 이같은 변화를 상징하는 12개 키워드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담은 책이다.

저자가 키워드로 제시한 12가지 동사는 ‘되어가다’, ‘인지화하다’, ‘흐르다’, ‘화면 보다’, ‘접근하다’, ‘공유하다’, ‘걸러내다’, ‘뒤섞다’, ‘상호작용하다’, ‘추적하다’, ‘질문하다’, ‘시작하다’이다.

개인적으로는 되어가다, 인지화하다, 접근하다에 담긴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되어가다는 사물인터넷, 인지화하다는 인공지능, 접근하는 클라우드로 인한 변화를 담고 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과 관련해 저자 역시 지금의 일자리가 많이 사라질 것으로 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래를 회의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나올 것이란 낙관론을 펴고 있다. 구체적인 근거는 아직은 좀 약해 보인다.

예전에 케빈 켈리가 쓴 ‘기술의 충격’을 읽은 적이 있다. 너무 내용이 난해해서, 솔직히 읽다 만 책이다. 인에비터블을 읽기 전 기술의 충격과 비슷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단 잘 읽혔던 것 같다.[테크수다 Techs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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