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 김덕진 소장이 만난 언베일 기업 6선] '바다부터 식탁·약봉투·로봇까지'…'데이터' 입은 테크, 삶의 표준을 바꾸다.
[CES 2026 현장 리포트 : 테크수다 *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공동 취재팀] 전 세계 혁신 기술의 용광로 'CES 2026'이 막을 올렸다. 올해 CES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실용적 AI'와 '데이터'다. 화려한 하드웨어 스펙 경쟁을 넘어,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의 삶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테크수다는 이번 CES 현장에서 바다와 육지, 소외 계층과 개인의 건강, 그리고 주거 공간까지 파고든 혁신 기업 6곳(맵시, 위로보틱스, 네모닉, 웰트, 애보트, 로보락)을 심층 취재했다.
◆ 프랑스 3대 선사가 선택한 '바다의 티맵'... 맵시(Mapsea)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곳은 유레카 파크 내 '프렌치 테크(French Tech)' 국가관에 들어가게 된 한국 스타트업이었다. 프랑스 스타트업들이 참여하는 전시관에 한국 스타트업 '맵시(Mapsea)'가 당당히 깃발을 꽂았다. 이들이 언베일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항해사 출신들이 만든 맵시는 세계 3대 선사인 프랑스 'CMA CGM'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아 파트너사 자격으로 참가했다.
김지수 대표는 "전 세계 바다 지도는 영국이 쥐고 있지만, 그 위에서 돌아가는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표준은 한국의 맵시가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맵시의 솔루션은 기상, 조류, 선박 제원, 주변 교통 흐름 등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항로를 안내하는 '바다 위의 티맵'이다.
특히 삼성전자와의 협업 모델이 돋보였다. 삼성전자가 선박 내 통신 인프라와 태블릿 등 하드웨어를 공급하면, 맵시의 소프트웨어가 탑재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선박의 엔진 회전수(RPM), 연료 소모량 등 센서 데이터를 통합해 배 한 척을 통째로 소프트웨어화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입는 로봇의 대중화... 위로보틱스(WIRobotics)
육상에서는 웨어러블 로봇 전문기업 '위로보틱스'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삼성전자 로봇센터 출신들이 만든 이 회사는 보행 보조 로봇 '윔(WIM)'으로 3년 연속 CES 혁신상을 받았다.
신제품 '윔 S(WIM S)'는 지난 2년간 수집된 500명 이상의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게와 부피를 20% 줄였다. 복잡한 착용 과정을 없애고 허리띠처럼 한 번에 차는 '원클릭' 방식을 도입해 고령층의 접근성을 높였다.
특히 로봇이 지형을 인지해 오르막에선 밀어주고 내리막에선 잡아주는 '하이킹 모드', 물속을 걷는 듯한 저항감을 주는 '아쿠아 모드' 등 4가지 모드로 운동 효과를 극대화했다. 위로보틱스는 이러한 인간 동작 데이터를 학습해 휴머노이드 로봇 '알렉스(ALLEX)'까지 연결하는 '피지컬 AI' 생태계를 공개했다.
◆ "말로 하면 점자가 뚝딱"... 네모닉 닷(Nemonic Dot)
기술의 온기를 전하는 기업도 있다. CES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네모닉'은 세계 최초의 음성 인식 점자 프린터 '네모닉 닷'을 공개했다. 점자를 모르는 사람도 말만 하면 즉시 점자 라벨을 출력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기다.
현장에서 "헬로"라고 말하자 즉시 점자가 새겨진 라벨이 출력됐다. 네모닉 관계자는 "비슷하게 생긴 약통이나 샴푸, 린스 등을 시각장애인들이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금속 소재에도 출력이 가능해, 야외 신호등이나 핸드레일의 점자가 훼손됐을 때 현장에서 즉시 보수할 수 있는 강력한 내구성을 자랑한다. 네모닉은 150만 원 이하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2분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약 봉투 점자 표기 확산을 위해 유관 기관과도 협력을 타진하고 있다.
◆ "AI 주치의가 복약 지도"... 웰트(WELT)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웰트'는 약물 복용 관리 솔루션 '슬립큐(SleepQ)'로 혁신상을 받았다. 강성지 대표는 "지금까지 AI가 책만 읽은 의대생이었다면, 이제는 환자를 직접 보는 레지던트가 되어야 한다"며 AI 의료의 미래를 제시했다.
환자가 약통의 QR코드를 스캔하면, AI가 웨어러블 기기의 수면 데이터와 컨디션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복약 지도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오늘은 컨디션이 좋으니 수면제를 드시지 마세요"라고 코칭해 줌으로써 불필요한 약물 오남용을 막는 방식이다. 웰트는 이를 '질병에 대한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라고 정의하며, 한독 등 제약사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 식단 코칭하는 혈당계... 애보트 리브레(Abbott Libre)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애보트'는 연속혈당측정기(CGM)에 식단 분석 AI를 더했다. 신제품 '리브레 3 플러스'는 사용 기간이 15일로 늘어났으며, 전용 앱으로 음식 사진을 찍으면 AI가 이를 분석해 실질적인 조언을 건넨다.
현장 시연에서는 초밥 사진을 찍자 "혈당 스파이크를 막기 위해 밥보다 생선을 먼저 섭취하라"는 팁이 제공됐다. 애보트는 환자용 제품 외에도 일반인용 건강 관리 브랜드 '링고(Lingo)'의 유통망을 아마존 등으로 확장하며, 혈당 관리의 대중화를 선언했다.
◆ 다리 달린 로봇청소기... 로보락(Roborock)
마지막으로 가정 내 청소 혁신을 주도해 온 '로보락'은 기동성의 한계를 넘었다. 지난해 로봇 팔을 선보였던 로보락은 올해 '다리' 달린 로봇청소기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바퀴만으로는 넘기 힘든 높은 문턱이나 험지를 섀시 전체를 들어 올리거나 다리를 구부려 자유롭게 이동하는 기술이다. 로보락은 이번 CES에서 베네치안 엑스포 내 역대 최대 규모 부스를 꾸리고, 축구 클럽 '레알 마드리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청소계의 진정한(Real) 챔피언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동 취재 =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ITCL 김덕진 소장 kimdukjin@itc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