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 "앱(App) 시대 끝났다"... 레노버, 24시간 나를 쫓는 AI 비서 '키라' 공개

[CES 2026 현장 리포트 : 테크수다 *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공동 취재팀]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실행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 당신의 눈과 귀가 되어줄 'AI 쌍둥이(AI Twin)'가 모든 기기에서 끊김 없이 당신을 보좌할 것입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피어(Sphere)'에서 열린 '레노버 테크 월드 2026(Lenovo Tech World 2026)' 키노트 무대. 양 위안칭 레노버 회장 겸 CEO는 차세대 개인화 AI 에이전트 '레노버 키라(Lenovo Kira)'를 공개하며 이같이 선언했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신제품 발표회를 넘어, '하이브리드 AI(Hybrid AI)'의 완성을 보여주는 거대한 기술 쇼케이스였다. 레노버는 클라우드와 온디바이스를 자유롭게 오가는 '키라'를 통해 하드웨어 제조사를 넘어 'AI 솔루션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알렸다.

◆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 기기 경계 허무는 '키라'

이날 공개된 '레노버 키라'는 단순한 음성 비서가 아니었다. 톨가 쿠르토글루 레노버 CTO는 키라를 "사용자의 의도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복잡성을 지식으로 바꾸는 슈퍼 에이전트"라고 정의했다.

시연에 나선 안젤리나 고메즈가 스마트 글라스를 쓰고 무대에 오르자, 키라는 그녀가 보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스피어의 관중 규모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알려주었다. 이어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오늘 놓친 업무를 알려줘"라고 말하자, 키라는 가족의 안부 메시지부터 FIFA 관련 업무 메일, PC에서 작업하던 영상 파일까지 중요도 순으로 브리핑했다.

양 위안칭 회장은 "키라는 스마트폰, PC, 태블릿, 웨어러블 등 모든 기기에서 당신의 패턴을 학습하고 기억을 공유하는 '하나의 퍼스널 AI'"라며 "3년 내에 AI PC가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AI 스마트폰이 10억 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레노버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을 통해 키라와 '코파일럿(Copilot)'을 연동, 윈도우와 안드로이드를 넘나드는 끊김 없는(Seamless) 경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 엔비디아·인텔·AMD·퀄컴... 반도체 거물들 '레노버 우산' 아래 뭉쳤다

이날 키노트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글로벌 반도체 거물들의 등장이었다. 레노버의 강력한 공급망과 제조 역량을 증명하듯, 경쟁 관계인 칩 제조사 CEO들이 잇따라 무대에 올랐다.

  • 엔비디아(NVIDIA): 젠슨 황 CEO는 영상을 통해 레노버와 함께 구축한 'AI 기가팩토리(AI Gigafactory)'와 '루빈(Rubin) 플랫폼' 기반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레노버는 세계 슈퍼컴퓨터의 3분의 1을 구축한 기업"이라며 "복잡한 AI 시스템을 공장에서 바로 가동할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파트너"라고 치켜세웠다.
  • 인텔(Intel): 팻 겔싱어 CEO는 레노버와 공동 개발한 AI PC 라인업 '아우라 에디션(Aura Edition)'을 소개했다. 그는 "휴대폰과 PC 간에 탭 한 번으로 파일을 전송하는 등 인텔의 AI 성능과 레노버의 디자인이 만나 PC의 미래를 재정의했다"고 평가했다.
  • AMD: 리사 수 CEO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겨냥했다. 그녀는 AMD 헬리오스(Helios) 랙 스케일 아키텍처를 채택한 레노버의 신형 서버(SR 675 V3)를 공개하며 "데이터가 있는 곳에 AI를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퀄컴(Qualcomm):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웨어러블은 차세대 모바일 기기"라며 스냅드래곤 기반의 다양한 폼팩터(안경, 반지, 펜던트 등) 협력을 예고했다.

◆ 스피어(Sphere)를 움직이는 두뇌, 레노버

이날 행사가 열린 '스피어'는 단순한 발표 장소를 넘어 그 자체로 레노버 기술력의 거대한 쇼케이스였다. 양 회장은 오프닝에서 "이 거대한 구형 스크린을 채우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컴퓨팅 리소스가 필요하다"며 스피어와의 기술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실제로 스피어 내외부를 감싼 16K 해상도의 초고화질 영상을 실시간으로 렌더링하고 송출하는 백엔드 시스템에는 레노버의 고성능 워크스테이션과 서버 인프라가 대거 투입됐다. 레노버는 스피어라는 세계 최대의 디지털 캔버스를 통해 자사의 하드웨어 안정성과 처리 속도를 전 세계에 증명해 보인 셈이다.

◆ 2026 월드컵, AI가 심판 본다... "오프사이드 논란 끝"

기술 발표의 대미는 스포츠가 장식했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무대에 올라 레노버가 '2026 FIFA 월드컵'의 공식 기술 파트너임을 알렸다.

레노버는 이번 월드컵에 '풋볼 AI 프로(Football AI Pro)'를 도입한다. 이 기술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정밀 추적해 오프사이드를 판독하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 ▲심판의 시선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AI 심판 뷰(Referee View)' ▲전 세계 선수를 사실적으로 구현한 'AI 아바타' 등을 포함한다.

인판티노 회장은 "2026 월드컵은 역사상 가장 스마트한 대회가 될 것"이라며 레노버의 기술이 48개 참가팀과 전 세계 60억 시청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레노버는 이를 기념해 모토로라 레이저(Razr)의 'FIFA 월드컵 26 에디션'도 깜짝 공개했다.

양 위안칭 회장은 "AI는 이제 아이디어가 아니라 '움직이는 지능'이 되었다"며 "레노버의 하이브리드 AI는 개인의 일상부터 기업의 혁신, 그리고 월드컵과 같은 글로벌 이벤트까지 모든 곳에 스며들 것"이라고 키노트를 마무리했다.

현장을 찾은 김덕진 소장(IT커뮤니케이션연구소)은 "레노버가 단순히 PC나 스마트폰을 만드는 제조사를 넘어, 인텔·AMD·마이크로소프트·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들을 하나의 'AI 서비스 플랫폼'으로 묶어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위협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폰부터 서버, 그리고 목걸이형 웨어러블까지 모든 데이터를 AI '키라'로 연결하는 거대한 생태계 전략을 보며, 삼성이나 LG 등 한국 기업들이 이 글로벌 'AI 연합군'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깊은 고민과 전략적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동 취재 =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ITCL 김덕진 소장 kimdukjin@itc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