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역량 최상위 그룹, 한국은 1%…시스코 보고서가 짚은 '조직 마찰'

30개 시장 8,000명 설문서 한국 58점, 글로벌 64점…AI 에이전트 과잉 권한 통제도 과제로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시스코코리아(CiscoKorea)가 10월 13일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AI 시대의 사이버보안'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전 세계 30개 시장의 보안 전문가 8,000명을 조사한 '릴렌트리스 디펜스 보고서(Relentless Defense Report)'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서 한국 조직의 사이버 방어 역량은 100점 만점에 58점으로 글로벌 평균 64점에 못 미쳤다. 커버리지와 대응 속도, 낮은 조직 마찰을 갖춘 최상위 그룹 '릴렌트리스 디펜더(Relentless Defenders)'의 비중은 글로벌 8%, 한국 1%였다.

최지희 시스코코리아 대표

최지희 시스코코리아 대표는 “AI 시대에는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전체 자산을 식별해 가시성을 갖추고, 네트워크를 구간별로 나누는 세그멘테이션을 적용하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핵심 요약

  • 한국 58점, 최상위 방어자 1% — 지난 1년간 실질적 보안 사고를 겪은 조직은 글로벌 91%, 한국 80%였다. 보안·네트워크·IT팀이 한 팀처럼 움직인다는 응답은 한국이 24%로 글로벌(41%)보다 크게 낮았다.
  • 투자 효과와 함께 드러난 조직 운영의 차이 — 보안 투자를 늘린 뒤 사고가 줄었다는 응답이 최상위 그룹은 71%, 나머지 그룹은 39%였다. 최상위 그룹의 83%는 통합 보안팀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 AI 에이전트 침해, 한국은 37%만 자신 — AI로 탐지가 빨라졌다는 응답은 많았지만, 침해된 AI 에이전트를 탐지·대응할 자신이 있다는 응답은 글로벌 54%, 한국 37%에 그쳤다. 시스코는 에이전트에 필요한 만큼만 권한을 주는 비인간 ID 통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한국 58점, 최상위 방어자는 100곳 중 1곳

황성규 시스코코리아 보안 사업 총괄 상무는 보안 실무자들이 꼽은 가장 큰 걸림돌이 기술이 아니라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시스코는 이번 조사에서 질문 자체를 바꿨다. 황 상무에 따르면 예전 조사는 기업이 방어할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는지를 물었다. AI로 공격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번에는 지금 이 속도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조사는 2026년 4~5월 30개 시장의 보안 전문가 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응답자의 27%는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였고, 60%는 현 직장에서 6년 이상 일한 실무자였다. 보고서는 이중맹검 방식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황 상무는 응답자에게 조사 의뢰 기업을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설문은 사토리 익스피리언스(Satori Experience)가, 분석은 샌드파이퍼(Sandpiper)가 맡았다.

점수는 세 축으로 매겼다. 보호 대상에 빈틈이 없는지를 보는 커버리지, 새 보안 통제를 배치하고 사고에 대응하는 속도, 그리고 조직 내부 장벽을 뜻하는 마찰이다. 커버리지와 속도에는 각각 25%, 마찰에는 50%의 가중치를 줬다. 최근 사고 대응에서 무엇이 가장 큰 차이를 만들었을지 주관식으로 물었더니 열 명 중 여섯 명이 기술이 아닌 조직 문제를 꼽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응답 조직은 네 그룹으로 나뉘었다. 커버리지와 속도, 낮은 마찰을 모두 갖춘 최상위 그룹 '릴렌트리스 디펜더(Relentless Defenders)'가 8%, 기반은 탄탄하지만 협업과 승인 절차에서 속도가 떨어지는 안정적 방어자가 39%였다. 일부 부서에만 역량이 있는 수동적 방어자는 41%, 기본기를 쌓는 중인 취약한 방어자는 12%였다.

한국은 최상위 그룹이 1%에 그쳤다. 황 상무는 한국 응답자들이 대체로 보수적으로 답하는 경향이 있지만, 현장에서 보는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년 사이 사업에 실질적 영향을 준 보안 사고를 겪었다는 응답은 한국 80%였다. 글로벌 보고서는 보안 사고의 35%가 AI를 활용한 공격과 연관됐다고 밝혔다.

열 명 중 여섯 명, 기술보다 조직 문제 꼽았다

보고서가 가장 공들인 대목은 보안팀 바깥의 문제다. 응답자들이 사고 직후 몇 시간 동안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부서 간 조율 실패와 늦은 의사결정이었다. 보안팀만의 노력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다. 역할과 책임이 불분명하고, 승인 절차가 복잡하고, 구매·IT·경영진에 걸친 칸막이가 대응을 늦춘다.

황 상무는 "보안 전문가들은 툴이 모자란다고 생각하기보다 회사 안에서 조직 간 협동이 안 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안을 잘하는 회사에 가면 모든 것이 정돈된 호텔 같은 느낌이 들고, 보안이 느슨한 회사는 복도까지 짐이 쌓인 창고 같은 인상을 준다는 개인적 소회도 덧붙였다.

수치는 이 진단을 뒷받침한다. 보안, 네트워킹, IT팀이 가시성과 도구를 공유하며 하나의 팀처럼 협업한다는 응답은 글로벌 41%, 한국 24%였다. 부서 간 정보와 도구를 공유하는 협업 체계가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응답이다.

지금 쓰는 보안 지표가 지나치게 기술적이어서 경영진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글로벌 43%, 한국 40%였다. 실제 위협을 쫓는 시간보다 흩어진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연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는 응답은 글로벌 40%, 한국 44%로 한국이 더 높았다. 황 상무는 AI 에이전트나 오픈클로 같은 새 기술 이야기가 나오면 보안팀의 설명이 경영진에게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무케시 찬드 탭리얄, 에이전트 시대 '연결과 보안' 함께 설계해야

무케시 찬드 탭리얄 시스코 APJC 지역 SASE 비즈니스 리더가 시스코 ‘AI 시대의 사이버보안’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시스코의 SASE 전략과 국내 시장 관련 주요 업데이트를 발표하고 있다.

조직 사이의 칸막이는 기술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방식에도 이어진다. 무케시 찬드 타플리얄 시스코 APJC SASE 비즈니스 리더는 AI 에이전트 시대에 네트워크와 보안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탭리얄 리더가 주목한 것은 에이전트가 만드는 트래픽과 접근 범위다. 에이전트는 사람처럼 여러 시스템에 접근하면서 작업 규모를 빠르게 키울 수 있다. 사람이 직접 처리할 때와는 트래픽의 양과 움직임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시스코가 별도로 발표한 시험 결과에서는 에이전트가 작업을 수행할 때 수작업 대비 WAN 트래픽이 최대 450% 늘었다.

그는 연결성을 조직의 척수에 비유했다. 에이전트와 AI 추론이 만드는 트래픽이 늘어날수록 연결성이 중요해지고, 연결과 보안 가운데 한쪽만으로는 클라우드 보안을 완성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에이전트가 사람만큼 넓은 범위에 접근하고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키울 수 있지만, 사람의 상식과 판단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짚었다.

탭리얄 리더는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변화와 위험에 얼마나 빨리 대응하느냐다"라고 말했다.

시스코가 내세운 SASE(보안 접근 서비스 에지) 전략도 이 문제에 맞춰져 있다. 네트워크 연결과 보안 기능을 결합해 접근을 관리하고 정책을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사람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더해 AI 에이전트의 접근과 행동까지 관리 대상으로 넓힌다.

황 상무가 조직 내부의 협업과 의사결정을 짚었다면, 탭리얄 리더는 이를 뒷받침할 네트워크와 보안의 통합을 강조했다. 대응을 늦추는 조직의 장벽을 낮추고, 기술 운영에서도 연결과 보안을 함께 다뤄야 한다는 메시지다.

돈보다 거버넌스…상위 8%는 무엇이 달랐나

보고서가 분류한 최상위 그룹에서도 협업과 통합의 차이가 드러났다. 시스코는 이들의 성과를 투자 규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보안 투자를 늘린 조직 가운데 사고가 줄었다는 응답은 전체 41%에 그쳤고, 45%는 투자를 늘렸는데도 사고가 늘거나 그대로였다. 반면 릴렌트리스 디펜더는 71%가 사고 감소를 경험했다. 국내 보도자료 본문에 따르면 나머지 그룹의 같은 응답은 39%였다. 투자액뿐 아니라 조직 운영과 투자 방식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해석이다.

황 상무는 차이의 출발점으로 거버넌스를 꼽았다. 잘하는 조직은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정책을 먼저 정하고 그다음에 확장한다는 것이다. 팀 간 협업이 안 되고 경영진을 설득하지 못하는 문제를 거버넌스 단계에서 대부분 풀고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릴렌트리스 디펜더의 83%는 보안, 네트워크, 인프라 전반에서 정보와 도구를 공유하는 통합 보안팀으로 운영됐고, 나머지 그룹은 37%였다. AI 에이전트와 비인간 ID(non-human identities)에 일관된 통제를 적용한다는 응답도 86% 대 37%로 벌어졌다.

속도 차이도 컸다. 예산과 승인을 마친 뒤에도 새 보안 통제를 6개월 미만에 완전히 가동할 수 있다는 조직은 글로벌 21%에 불과했다. 릴렌트리스 디펜더는 52%였다. 새 위협이 탐지됐을 때 통제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응답은 전체 14%였지만, 최상위 그룹은 45%였다.

시스코는 실행 과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사고가 나기 전에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정하고, 팀이 하나의 화면을 보도록 가시성을 통합하며, 문서로만 있는 대응 절차를 실전처럼 훈련하라는 것이다. 사고 초기 10분의 반복 대응은 사전에 정한 범위에서 자동화하고, 현업이 보안 절차를 우회하지 않도록 안전한 경로를 가장 편리하게 설계하라고 권했다.

황 상무는 고객사에 가 보면 네트워크팀, 보안팀, 개발팀이 늘 떨어져 있다며, 모든 IT 운영 인력이 보안을 생각하려면 가능한 한 팀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는 효과 봤지만, 에이전트 맡기기는 아직 두렵다

AI의 효과는 응답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AI로 위협 탐지 속도가 25% 이상 빨라졌다는 응답은 87%, 대응과 복구가 25% 이상 빨라졌다는 응답은 85%였다. 탐지와 대응·복구 항목에서 각각 50%가 속도가 50% 이상 개선됐다고 답했다. 이는 응답자가 평가한 개선 효과다.

그러나 도입은 더디다. 조사한 각 분야에서 AI 기반 보안 기능을 폭넓게 쓰는 조직은 절반에 못 미쳤다. 활용도는 네트워크 보안에서 가장 높았고, 보안 운영과 조사 분야에서 가장 낮았다. 보안 운영에 AI 에이전트를 광범위하게 도입한 조직은 글로벌 3분의 1, 한국 5분의 1이었다.

걸림돌은 AI를 통한 민감 데이터 노출(41%), AI 시스템 자체의 침해(40%), 외부 업체의 데이터 처리(37%)에 대한 우려였다. 응답자의 80%는 에이전틱 AI가 공격자에게 더 끈질기고 적응력 있는 공격을 더 적은 노력으로 펼칠 수단이 될 것으로 봤다.

가장 눈에 띄는 격차는 AI 에이전트 자체가 뚫렸을 때다. 침해된 AI 에이전트를 탐지하고 대응할 강한 자신감이 있다는 응답은 글로벌 54%, 한국 37%였다. 최상위 그룹은 77%였다.

황 상무는 명령을 받은 AI 에이전트가 스토리지를 통째로 지워 버린 사례나, 해킹당한 에이전트가 스스로 데이터를 빼낼 수 있는 위험을 예로 들며 누군가 이를 정리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사고가 남긴 질문, 에이전트의 '과잉 권한'

자틴 사치데바(Jatin Sachdeva) 시스코 APJC 최고 보안 아키텍트

질의응답에서는 최근 국내 금융권 정보유출 사고가 화두에 올랐다. 한 기자는 시스코가 소개한 AI 에이전트 권한 통제가 인가 미흡 유형의 취약점에 대응할 수 있는지 물었다.

자틴 사치데바(Jatin Sachdeva) 시스코 APJC 최고 보안 아키텍트는 국내 사고 소식을 접했다며 기존 공격 경로와 권한 관리 문제에 초점을 맞춰 답했다. 그는 "공격이 AI로 빨라진 것은 맞지만, 결국 악용된 취약점은 공격자들이 써 온 잘 알려진 경로였다"고 말했다.

그는 제로 트러스트, 적절한 세그멘테이션, 수평 이동 차단 같은 기존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AI로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는 간담회에서 제시한 견해로, 개별 사고의 원인을 확정한 조사 결과는 아니다. 사용자나 에이전트에게 권한을 과하게 부여하면 접근 범위가 필요 이상으로 넓어진다는 점도 짚었다.

시스코가 내놓은 답은 ID와 네트워크를 묶는 구조다. 사치데바 아키텍트는 시큐어 액세스(Secure Access)가 정책을 집행하는 엔진이고, 그 판단에 쓰는 정보는 듀오(Duo) 플랫폼 기반의 ID 인텔리전스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 인텔리전스를 사람이 아닌 비인간 ID로 넓혀, 사용자가 만든 에이전트가 사용자와 같은 권한을 갖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에이전트의 소속과 의도를 파악해 작업에 필요한 만큼만 권한을 주고, 인증 토큰은 에이전트가 아니라 에이전트 게이트웨이에 보관한다. 그는 에이전트 침해가 인증 정보 탈취로 이어질 위험을 줄이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듀오는 올해 RSAC에서 에이전트마다 책임질 사람을 연결하고, 도구 호출마다 권한을 검사하는 에이전틱 ID 기능을 공개했다. 황 상무는 이런 유형의 공격에는 다중인증(MFA)과 ID 인텔리전스가 먼저 맞물려야 하고, 시큐어 액세스는 그다음 단계라고 보충했다.

토큰 비용 질문에 시스코가 꺼낸 답은 '옵저버빌리티'

AI 사용량과 비용을 세는 토큰 통제도 쟁점이었다. 앞서 언급한 접근 권한 확인용 인증 토큰과는 다른 개념이다.

기자는 팔로알토네트웍스(Palo Alto Networks)가 AI 게이트웨이 기업 포트키(Portkey) 인수를 발표하는 등 토큰 관리와 예산 통제가 대기업의 새 보안 과제로 떠올랐는데, 시스코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물었다.

사치데바 아키텍트는 앱다이내믹스(AppDynamics)가 10년 넘게 쌓아 온 애플리케이션 관측성(Observability) 기술을 들었다. 애플리케이션의 동작과 성능 데이터를 모아 내부 상태와 문제 원인을 파악하는 기술이다.

엔드포인트, 시큐어 액세스, AI 액세스에서 모은 에이전트 행동 데이터가 스플렁크(Splunk)로 들어가고, 스플렁크 대시보드에서 토큰이 어디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이는지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경쟁사 상당수가 보안 회사여서 애플리케이션 가시성 경험이 적다며, 시스코에게 토크노믹스는 보안과 함께 제공하는 결과물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예산 상한에 도달했을 때 사용을 자동으로 차단할 수 있는지는 이날 답변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 리전에서 보안 기능 켜고 시연…AI 파일 업로드도 차단

탑리얄 리더가 설명한 네트워크·보안 통합 전략은 서울 리전과 현장 시연으로 이어졌다. 시큐어 액세스의 서울 리전은 2026년 7월 29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스코는 국내 데이터센터를 통한 처리로 데이터 보관 위치에 관한 고객 요구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AI 보안 기능으로는 4,000개가 넘는 AI 애플리케이션을 식별해 섀도 AI를 찾아내는 AI 액세스를 소개했다. 허깅페이스(Hugging Face) 같은 곳에서 내려받는 오픈소스 모델의 악성 코드와 라이선스를 사용 전에 점검하는 기능도 설명했다.

이충남 시스코코리아 프로는 머라키(Meraki) SD-WAN과 시큐어 액세스를 연동해 시연했다. 직접 인터넷에 접속했을 때 측정값은 약 430Mbps였다. 서울 거점을 거쳐 웹 보안과 데이터 유출 방지(DLP) 기능을 모두 켠 상태에서는 약 310Mbps가 나왔다.

그는 사용자가 체감할 만큼 성능이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연에서 나온 측정값이며, 별도 성능 검증 결과는 아니다. 챗GPT와 딥시크(DeepSeek)에 개인정보나 카드 정보가 담긴 파일을 올리려다 AI 가드레일에 막히는 장면도 보여줬다.

황성규 상무는 시스코가 공개한 보안 기술 세 가지도 소개했다. 소스 코드 취약점을 점검하는 에이전트 설계 청사진 '파운드리 시큐리티 스펙(Foundry Security Spec)', AI 코드 생성 과정에서 보안 규칙을 적용하도록 돕는 '프로젝트 코드가드(Project CodeGuard)', 취약점 위치를 찾는 소형 모델 '안타레스(Antares)'다. 파운드리 시큐리티 스펙은 특정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 설계이며, 코드가드는 업계 단체 CoSAI에 기증했다.

안타레스의 성능 비교는 범위를 구분해 읽어야 한다. 시스코 기술 보고서는 30억 파라미터 모델이 특정 취약점 위치 탐색 평가에서 GPT-5.5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범용 성능이 같다는 뜻은 아니다. 공개 모델 목록에는 3억5,000만·10억 파라미터 모델이 올라와 있으며, 모델 파일 접근에는 신청과 심사가 필요하다.

테크수다의 시각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오래 남는 숫자는 1%다. 응답자가 스스로를 평가한 설문이고, 한국 응답자가 보수적으로 답하는 경향이 있다는 황성규 상무의 설명을 감안해도 가볍지 않다. 국내 금융권 정보유출 사고가 간담회 질문으로 이어진 상황에서 나온 숫자이기도 하다.

보고서의 메시지는 보안 업체 보고서치고는 의외다. 툴을 더 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조직을 먼저 고치라는 이야기다. 마찰에 50% 가중치를 둔 설계도 그 근거를 응답자의 주관식 답변에서 가져왔다. 사고가 터졌을 때 누가 시스템을 내릴 권한이 있는지 몰랐다는 현장의 증언은 어느 나라 기업에서나 낯설지 않다.

탭리얄 리더의 발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조직의 칸막이를 낮추는 것과 함께 네트워크와 보안을 운영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에이전트가 일을 더 많이, 더 빠르게 할수록 기업은 연결 상태와 접근 권한, 데이터의 움직임을 함께 살펴야 한다. 모든 위험을 미리 없애기보다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를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이 메시지가 네트워크와 보안을 한 플랫폼에서 관리하라는 시스코의 제품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점도 함께 읽어야 한다. 조직 통합을 말하는 보고서와 플랫폼 통합을 파는 회사가 같은 쪽을 가리키고 있다.

금융권 사고를 다루는 대목에서 시스코가 보인 태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날 답변자들은 기존 공격 경로와 권한 관리 문제를 강조했다. AI가 공격 속도를 높여도 익숙한 취약점을 악용하는 공격은 계속된다는 진단이었다. 인증, 권한, 세그멘테이션 같은 기본기가 AI 시대에도 여전히 첫 번째 방어선이라는 이야기다.

새로운 과제는 그 기본기를 사람이 아닌 존재에게까지 넓히는 일이다. 직원 한 명이 에이전트 열 개를 만들어 쓰는 시대에 그 에이전트가 주인과 같은 권한을 갖는다면 보호하고 감시해야 할 접점도 늘어난다. 듀오의 에이전틱 ID와 게이트웨이 토큰 보관은 이 문제에 대한 시스코의 답이다. 팔로알토의 포트키 인수에서 보듯 에이전트 게이트웨이와 비인간 ID는 이제 보안 업계의 핵심 격전지가 됐다.

결국 숙제는 기업 안에 있다. 에이전트에게 권한을 주는 일은 보안팀 혼자 결정할 수 없다. 현업과 IT, 경영진이 함께 정해야 한다. 보고서가 첫 번째 과제로 사고 전에 결정 권한부터 정하라고 한 이유다. 1%를 8%로 끌어올리는 일은 새 제품 구매보다 회의실에서 먼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보안 발목 잡는 조직 마찰, 이런 점이 궁금하셨나요?

Q. 한국 기업의 보안 역량, 글로벌과 얼마나 차이 나나?

시스코 릴렌트리스 디펜스 보고서에서 한국 조직의 사이버 방어 역량은 58점으로 글로벌 평균 64점보다 낮았다. 최상위 그룹은 글로벌 8%, 한국 1%였다. 이는 설문을 바탕으로 산정한 분류이며 실제 공격 방어 성공률을 뜻하지 않는다.

Q. 보안 대응을 늦추는 조직 마찰은 무엇인가?

불분명한 책임과 권한, 복잡한 승인 절차, 부서 간 사일로, 경영진을 설득하기 어려운 기술 중심 지표, 흩어진 데이터가 대표적이다. 응답자 열 명 중 여섯 명이 기술보다 조직 문제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시스코는 점수 산정에서 조직 마찰에 50% 가중치를 뒀다.

Q. 무케시 찬드 타플리얄은 왜 네트워크·보안 통합을 강조했나?

AI 에이전트가 여러 시스템에 접근하고 작업을 반복하면서 트래픽과 관리해야 할 접점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타플리얄 리더는 연결과 보안을 함께 설계하고 변화와 위험에 대응하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Q. 최상위 그룹의 성과, 투자액만으로 설명할 수 있나?

이 조사만으로 투자액과 보안 성과의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다. 투자를 늘린 조직 전체에서 사고가 줄었다는 응답은 41%였지만, 최상위 그룹은 71%였다. 최상위 그룹의 83%는 통합 보안팀으로 운영됐고, 86%는 AI 에이전트와 비인간 ID에 일관된 통제를 적용했다.

Q. AI 에이전트 보안은 왜 따로 챙겨야 하나?

에이전트는 부여받은 권한으로 여러 시스템에 접근하고 작업을 반복한다. 사용자와 같은 권한을 가지면 침해됐을 때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시스코는 에이전트를 비인간 ID로 관리해 필요한 만큼만 권한을 주고, 인증 토큰을 에이전트가 아닌 게이트웨이에 보관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