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는 '부잣집 도련님', 클로드는 '가난한 천재'…글쟁이 두 사람이 찾은 AI 시대 생존법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챗GPT를 처음 봤을 때 엔터를 치는데 글이 계속 쏟아지는 거예요. 일주일 동안 기사를 한 줄도 못 쓰고 담배만 폈습니다. '이제 글쓰기는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니까요."

필자의 솔직한 고백에 신동형 알서포트 전략기획팀장은 빙그레 웃으며 두툼한 수첩 하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AI를 누구보다 능숙하게 다루는 그가 정작 손때 묻은 아날로그 수첩을 들고 나타난 풍경은, 이 인터뷰의 시작부터 묘한 긴장감을 만들었습니다.

신 팀장과 필자의 인연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가 실리콘밸리 근처에서 달리기를 하며 컨퍼런스 현장을 담아 올리던 블로그 글들을 필자가 발굴해 공유하면서 이어진 인연입니다. "수렁에 박혀 있던 자신을 세상으로 끄집어내 준 형님"이라며 그는 추켜세우지만, 그의 정교한 분석력과 부지런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3~4년 만에 다시 카메라 앞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명확했습니다. 글쓰기가 업인 두 사람이 AI의 등장 앞에 "내 글은 끝났다"는 깊은 회의감을 느꼈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그 위기를 넘어 AI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길들였다는 것입니다. 88분의 대화는 그 절망과 반전의 기록이었습니다.

기사 핵심 요약 세 줄

① 글쓰기가 업인 두 사람 — 테크수다 도안구 편집장과 알서포트 신동형 전략기획팀장 — 이 AI 시대의 절망과 반전을 88분간 털어놨다.

② 2년간 매일 AI 보고서를 발행하던 신동형 팀장이 자발적으로 루틴을 멈춘 이유, "도구는 충분히 익혔다. 이제는 생각의 깊이다."

③ 두 사람이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AI는 도구일 뿐, 결국 본질은 사람이다.

신동형 팀장을 만난 이유는 '신동형의 ICT 미래읽기 https://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jack0604' 라는 블로그에 충격적인 글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바로 [공지] 「신동형과 함께 공부하는 테크 트렌드」 시즌①을 마치며 [출처] [공지] 「신동형과 함께 공부하는 테크 트렌드」 시즌①을 마치며| 작성자 jack0604 라는 글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생성형 AI 시대 이전부터 전세계 글로벌 동향들에 대해 정리하고 자신만의 통찰력을 공유해 왔습니다. 기자가 매면 가는 CES 현장 취재보다 지금은 안가지만 나온 내용들을 모두 살펴보고 정리한 신동형 팀장의 자료가 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겠느냐고 웃으며 말할 정도입니다. CES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행사가 끝나면 어김없이 그가 정리한 5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가 바로 등장합니다.

비단 이런 큰 행사 말고도 하루 하루 일어나는 국내외 테크 소식을 블로그에 정리해 왔습니다. 생성형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는 날개를 단 독수리처럼 하늘을 나르고 먹잇감을 향해 쏜살같이 내려와 낚아채는 실력으로 신선한 글들을 제공해 줬습니다. 그래서 잠시 쉰다는 그 글이 조금은 충격적이었습니다.

30분 루틴, 2년의 압축

신동형 팀장이 AI를 활용한 테크 보고서 루틴을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입니다. 계기는 두 가지였습니다. 소명 의식과 루틴 설계. 그는 "AI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 아래 두 가지를 마음먹었습니다.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 그리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한 편의 글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이템 선정부터 보고서 완성, 소셜미디어 업로드까지 30분을 절대 넘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30분이 넘어가면 직장 본업에 지장을 주기 때문입니다. 너무 피곤해서 늦잠을 잔 날에는 출근 뒤 업무 시작 전 30분 안에 마무리했습니다.

그가 스스로 '라이브러리 셋(Library Set)'이라 부르는 이 방법론은 AI 도구를 분야별로 달리 씁니다. 외부 자료 검색과 수집에는 구글 제미나이(Gemini), 생각을 구조화하고 정리하는 용도에는 클로드(Claude), 구글 검색으로 잡히지 않는 특정 사이트를 긁어올 때는 챗GPT(ChatGPT) 에이전트 모드, 유튜브 자막 추출처럼 복잡한 에이전틱(Agentic) 작업에는 젠스파크(Genspark)를 활용합니다.

각 도구의 성격을 묻자 신 팀장은 재미있는 비유를 꺼냈습니다.

"클로드는 머리는 엄청나게 좋은데 가난한 고등학생 같아요. 볼 수 있는 책은 몇 권 없지만 그 안에서 모든 것을 추론해 내는 능력이 탁월하죠. 반면 제미나이는 세상 모든 자료를 곁에 둔 부잣집 도련님 같고요."

프롬프팅의 골격도 단순했습니다. LG경영연구원 시절 보고서 작성 훈련에서 몸에 밴 세 가지 질문, 즉 '보고서의 목적이 뭔가', '핵심 메시지가 뭔가', '목차가 뭔가'만 잡으면 AI가 나머지를 채웁니다. 본질은 AI 이전이나 이후나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습니다.

2년 뒤 찾아온 균열, 그리고 자발적 멈춤

루틴은 성과를 냈습니다. 신 팀장은 스스로 "비개발 분야 보고서 작성에서는 제가 가장 잘 쓰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발전했다"고 평가합니다. 자료를 보는 양은 이전보다 3~5배 늘었고, 결과물의 양과 품질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루틴이 완성될수록 다른 종류의 불안이 찾아왔습니다. AI가 만들어내는 글이 점점 천편일률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문법도 맞고 이해하기도 쉬운데, 정작 '나'가 사라져갔습니다.

필자도 비슷한 문제를 경험했습니다. 오래전 한 독자가 "이름을 가려도 도 기자의 글에는 고유한 지문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특정 필자만의 문체와 관점, 그 사람 냄새가 담긴 글 지문(指紋)입니다. 그런데 AI가 글을 표준화하면 그 지문이 사라집니다. 표준어처럼 반듯하지만 그 사람 냄새가 없는 글만 남습니다.

"AI에 넣으면 바로 나옵니다. 너무 빠르죠. 그러다 보니 정작 제가 소화할 시간이 사라지더군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AI를 끊는 시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상징이 바로 수첩이었습니다.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사람이 오히려 펜과 종이로 돌아온 풍경. 아무것도 쓰지 않은 빈 페이지 하나가 어떤 보고서보다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SNS에 '잠시 멈추겠다'는 글을 올린 것은 그런 맥락이었습니다. 2년간 쌓은 라이브러리 셋을 공개 자산으로 내놓고, 다음 단계로 이동하기 위한 선언이었습니다.

취재가 본질이고, 글은 그릇이다

필자가 일주일의 무기력함을 빠져나온 것은 후배 PD 덕분이었습니다. 10년 전 필자가 후배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 받았습니다. "선배, 남들 신경 쓰지 말고 선배 생각을 쓰세요."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무의식중에 '결과물'이 본질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신 팀장도 같은 지점을 짚었습니다. 도구는 AI로 대체되고 있지만, 취재라는 본질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오히려 AI가 글을 써주니 기자는 본래 해야 했던 일, 즉 취재원을 만나고 전문가를 발굴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습니다.

실제로 테크수다는 이미 이 워크플로우를 실전에서 실험했습니다. 필자와 IT 전문 분석가 김덕진 소장이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에 참가하기 전, 서울 편집팀과 함께 프롬프트를 미리 설계하고 파일 명명 규칙을 약속했습니다. 현장에서 인터뷰가 끝나는 순간 녹취 파일이 공유 드라이브에 올라오면 서울 팀이 사전 프롬프트에 넣어 기사를 완성했습니다. 인터뷰 종료 50분도 채 안 돼 기사와 사진이 게재됐고 소셜 미디어로 공유됐습니다.

현장에서 이동 중이던 취재진이 자신들의 인터뷰 기사가 이미 나온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유명 인사들은 자신들만 인터뷰를 받지 못했다며 서운함을 표현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우리가 쓰는 패턴을 미리 만들어놓은 것"이라는 필자의 설명에 신 팀장은 "그게 바로 뉴 미디어 레볼루셔너리(New Media Revolutionary)라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대표가 직접 코딩하자 조직이 바뀌었다

조직 이야기로 넘어오면서 가장 극적인 사례가 나왔습니다. 알서포트 대표이사가 지난해 연말 여유가 생기자 AI 코딩 도구를 활용해 세일즈포스(Salesforce) 대체 CRM(고객관계관리)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개발자 출신인 그는 혼자 밤새워 작업했고, 3개월 만에 회사 개발 조직의 시스템이 전면 개편됐습니다.

변화의 동력은 '증명'이었습니다. "안 된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대표가 직접 그 기능을 구현해 보여줬습니다. AI를 활용하면 혼자서도 이 정도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뒤, 개발자들은 더 이상 다른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신 팀장은 이 사례에서 원칙 하나를 끌어냈습니다. "회장님이나 대표이사가 직접 쓰지 않으면 조직은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리더가 먼저 증명해야 합니다." 탑다운 없는 AI 전환은 구호에 그칩니다. 반대로 리더가 몸으로 보여주면 조직은 빠르게 따라옵니다.

팀원들에게도 가혹할 만큼 솔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AI가 더 잘하는 일을 내가 굳이 설명까지 해가며 너희에게 시킬 이유가 없다. 이 회사에 왜 필요한지 가치로 증명하라." 위협이 아닙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가치 창출과 전략적 조율의 영역으로 팀원들을 밀어 올리기 위한 채찍질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코스모스에서 건진 생존 공식

루틴을 멈추고 신 팀장이 눈을 돌린 것은 책이었습니다. IT가 활성화되기 전, 1990년대 이전에 쓰인 책들이었습니다. 집에서 발견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으면서 그는 단서 두 가지를 끌어냈습니다.

첫째,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있을 때 살아남는 것은 돌연변이입니다. 기존 방식대로 살아간다면 도태됩니다. 둘째, 돌연변이 중에서도 여러 분야를 복합적으로 커버하는 개체만 살아남습니다. 다학제적(多學際的) 접근입니다. AI 이전에는 기자는 기자의 영역만,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소프트웨어만 다루면 됐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AI가 진입 장벽을 낮춰주면서 테크 기자가 물리학을, 기획자가 코딩을 기초 수준에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그 경계를 넘나드는 능력이 차별화 포인트가 됩니다.

그가 다음 탐구 주제로 삼은 것은 피지컬 AI(Physical AI)와 인간 증강(Human Augmentation)입니다. 인간의 가능성을 기술로 확장하는 방향, 그것이 "결국 본질은 사람"이라는 결론에서 나온 다음 질문입니다.

운동장만 남겨도 된다

대담은 자연스럽게 교육 이야기로 흘렀습니다. 필자 아들이 군 전역 후 대학 생활에서 재미를 찾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신 팀장이 깊이 공감했습니다.

"지금의 교육은 산업화 시대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시키는 것을 잘하는 사람을 만드는 구조죠. 그런데 AI가 시키는 것을 인간보다 잘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교육이 길러야 할 것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의식입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만 찾으면 유튜브와 AI로 충분합니다."

필자는 거기에 하나를 더했습니다. 코로나19 시기, 마스크를 쓰고 칸막이 뒤에서 급식을 먹어야 했던 세대가 겪은 관계 단절의 상처입니다. 학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또래와 어울리는 경험이라는 것, 그래서 예체능이야말로 협동·창작·표현을 배우는 공간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교실을 다 없애고 운동장만 남겨도 된다"는 말은 반농담이었지만, 그 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AI 도구를 가르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데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했습니다. 지시어를 나열하는 기술이 아니라, 가족사진을 보고 이를 타인에게 텍스트로 설명해 그림을 그리게 하는 놀이를 통해 호기심과 전달력을 키우는 것. 결국 AI 시대의 핵심 역량은 기술이 아닌 호기심이라는 본질로 귀결됩니다.

"나는 달라"…본질로 귀환한 두 글쟁이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신 팀장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구조화된 생각으로 AI에 명령을 내렸을 때 결과물이 나오는 것을 보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달라." 2년간 닦아온 도구 활용 역량 위에 사고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는 확신이었습니다.

필자도 그 자신감이 어디서 오는지 이제는 압니다. 도구를 알고, 직접 써보고, 그리면서도 그 도구에 함몰되지 않는 것. 수첩과 AI를 동시에 손에 쥐고 있는 신 팀장의 모습이 그 답이었습니다.

"AI 시대의 본질은 역설적으로 아날로그입니다. 테크에 미쳐 있던 사람들이 다시 생각의 깊이를 고민하고, 사람의 요구와 호기심에 집중하게 된 것이죠. AI는 그저 우리가 본질에 더 가까워지도록 돕는 도구일 뿐입니다."

글쓰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던 두 사람이, 오히려 AI 덕분에 글쓰기의 본질을 다시 발견했습니다. 도구의 속도에 쫓기지 않고 자신만의 루틴과 소명 의식으로 삶을 항해하는 두 글쟁이.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AI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선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되새겨볼 좌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처럼 너무 수다를 떨었습니다.

저도 며칠 전 MBC 손석희 질문들에 나온 김애란 작가의 소설 책을 몇권 샀습니다. 한 3년 동안 AI 관련 책들만 읽다보니 저 자신에게도 충전이 필요했습니다. 그나마 생성형 AI는 즉각성이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김애란 작가가 보기에 AI는 '망설임' 없이 바로 바로 쏟아내는 게 자신과 좀 달랐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분야에 하도 오래 있었더니 모처럼 기술이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답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오히려 챗GPT가 너무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아서 후발주자들도 조금 기다리라고 해도 뭐라고 하지 않으니 좋다고요.

작가 소개를 봤더니 인천에서 태어나 충남 대산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제가 나온 동네여서 제미나이 통해서 작가에 대해 알아봐달라고 했습니다. 중학교 후배분이었습니다. 중학교 후배들 대상으로 강연도 했다는 자료도 찾아줬습니다. 이렇게 유명한 분을 그동안 몰라봤다니 부끄러웠습니다.

한강 작가 책을 읽고 정말 모처럼 소설책을 손에 들었습니다. 그냥 좋았습니다.

나중에 신동형 팀장과 만나면 서로 읽었던 책에 대해서 수다를 떨어보려고 합니다. 그가 쉼표를 찍고 충전을 하는 시간이 조금이 길어지더라도 뭐하고 있냐고 보채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신동형 팀장에게 이런 점이 궁금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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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도구 숙달은 충분히 이뤘지만, AI가 만들어내는 글이 천편일률적으로 변하면서 '나'가 사라진다는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생산성이 아니라 생각의 깊이를 키우는 다음 단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자발적으로 멈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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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자료 검색·수집은 구글 생태계를 활용하는 제미나이, 생각 구조화와 논리적 추론은 클로드, 구글에 잡히지 않는 사이트 크롤링은 챗GPT 에이전트 모드를 씁니다. 유튜브 자막 추출 등 복잡한 에이전틱 작업에는 젠스파크가 제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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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