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3kg 노트북으로 4K 원본 편집, 진짜 될까? HP 옴니북 X 14 실전 리뷰

[테크수다 서준석 PD seopd@techsuda.com]

"편집용 노트북은 당연히 맥북이지."
"무슨 소리야, 편집은 GPU 빵빵한 게이밍 노트북이지."

영상 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한 번씩은 꼭 나오는 논쟁인데요.
문제는 둘 다 맞는 말이라는 겁니다. 맥북은 좋은데 비싸고 macOS가 낯선 분들도 많구요, 게이밍 노트북은 성능은 좋은데 들고 다니다 보면 어깨가 먼저 항복합니다. (충전기까지 챙기면 거의 근력 운동이에요.)

그래서 "맥북처럼 가벼우면서 편집도 무리 없이 되는 윈도우 노트북은 없나?"라는 질문이 늘 남는데요.
이번에 그 질문을 들고 HP 옴니북 X 넥스트 젠 AI 14(이하 옴니북 X 14)를 직접 써봤습니다.

스펙 분석하고 벤치마크 점수 보여드리는 리뷰는 아니구요. 매일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입장에서, 이 노트북으로 진짜 일을 해봤습니다.

"외장 그래픽 없이 4K 원본 편집이 가능해?"

제품을 받고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이거였는데요. 외장 그래픽 없는 1.3kg짜리 노트북으로, 카메라 원본 4K 영상을 프록시 없이 편집하고, 야외에서 색보정까지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걸 해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구요. 둘 다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코어 울트라 X9에 3K OLED, 숫자만 보면 이미 '편집용'

제가 사용한 건 인텔 코어 울트라 X9 388H가 들어간 최상위 구성입니다. 최대 5.1GHz, 16코어 16스레드에 L3 캐시 18MB이구요, 그래픽은 프로세서에 내장된 인텔 아크 B390 GPU가 맡습니다. 여기에 AI 전용 처리 장치인 NPU까지 들어가 있습니다. 메모리는 최대 32GB LPDDR5x 온보드, 저장 장치는 최대 2TB PCIe 5세대 NVMe SSD까지 구성할 수 있습니다.

리뷰에 사용한 HP 옴니북 X14의 스펙

디스플레이는 14형 3K OLED 터치 패널인데요. 최대 120Hz 가변 주사율에 밝기는 SDR 500니트, HDR 최대 1,100니트, 색 영역은 DCI-P3 100%입니다. 배터리는 70Wh에 최대 20시간, HP 패스트 차지로 약 30분 만에 50%까지 채워집니다.

포트는 양쪽에 하나씩 배치된 썬더볼트 4(40Gbps, 전원 공급·DP 2.1 출력 지원) 2개, 10Gbps USB-A 2개, HDMI 2.1, 헤드폰·마이크 콤보 잭 구성입니다. 무선은 와이파이 7이구요.

우측에는 썬더볼트 4 포트와 USB-A 포트 1개씩
좌우에는 썬더볼트4 포트, USB-A, HDMI 2.1, 해드폰 잭이 1개씩 구성

여기까지는 숫자 이야기였고, 이제부터가 진짜 본론입니다.

벽돌 충전기는 없다, 백팩 하나로 끝나는 편집실

들어보면 일단 정말 가볍습니다. 촬영 현장이나 출장길에 들고 다니는 편집용 노트북이라면 이 가벼움이 제일 큰 무기인 셈이죠.

의외로 반가웠던 건 충전기였는데요. 맥북 충전기만큼 가벼운 편이라, 본체만 가볍고 충전기는 벽돌인 그런 노트북들과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외장 그래픽이 들어간 게이밍 노트북이 보통 2kg을 넘고 충전기도 큼지막한 걸 생각하면, "백팩 하나로 끝나는 모바일 편집실"이라는 말이 딱입니다.

본체와 충전기를 함께 챙겨도 백팩 하나면 충분한 무게 1.3kg

1,100니트, 필드 모니터급 밝기가 노트북에?!

이 노트북에서 가장 인상적인 걸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디스플레이를 꼽겠습니다.

HDR 최대 1,100니트. 영상 하시는 분들께는 이 숫자가 꽤 익숙하실 텐데요. 현장에서 쓰는 아토모스 닌자V 같은 필드 모니터가 딱 1,000니트 수준이거든요.

촬영 모니터가 그렇게 밝은 이유는 단 하나, 한낮 야외에서도 화면이 보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노트북에 1,100니트를 넣었다? 솔직히 영상 만드는 사람들을 겨냥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밝은 곳에서도 화면이 잘 보였구요.

HDR 최대 1,100니트 OLED 디스플레이
한낮 야외에서도 화면이 잘 보이는 HDR 최대 1,100니트 OLED 디스플레이

다만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하나 있는데요. SDR 500니트는 화면 전체를 고르게 밝히는 일상 밝기이고, HDR 1,100니트는 태양이나 조명, 폭발 장면 같은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순간적으로 끌어올리는 피크 밝기입니다. 화면 전체가 늘 1,100니트로 빛나는 건 아니라는 얘기죠. (그래도 이게 어디야)

여기에 OLED 특유의 완전한 블랙이 더해지니 명암 대비가 정말 극적으로 표현되더군요. DCI-P3 100% 색 영역 덕분에 로그로 찍은 영상을 컬러그레이딩할 때 섀도우 쪽 노이즈나 하이라이트가 날아가는 부분도 꽤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DCI-P3 100% 색 영역 덕분에 로그 파일 편집 시 섀도우와 하이라이트 확인이 수월했다

제 기준에서는 맥북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견줄 만한 화면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거기에 HP는 터치까지 얹었구요.

덤으로 하나 더. 배터리가 생각보다 오래 갑니다. OLED 패널 하나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좋은 화질을 얻었는데 배터리까지 같이 따라온 느낌이었습니다.

4:2:2 10비트를 내장 그래픽이 해내다니

영상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고민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소니 FX3 같은 고급 미러리스 카메라들은 H.265 4:2:2 10비트로 많이 촬영하는데요. 이 4:2:2 10비트 코덱이 오랫동안 그래픽카드에서 하드웨어 디코딩이 안 됐습니다. 엔비디아 지포스도 최신 RTX 50 시리즈에 와서야 지원을 시작했구요.

그래서 타임라인이 버벅이는 걸 싫어하는 분들은 결국 프록시 파일을 따로 만들어 편집하는 경우가 많았죠. (프록시 인코딩 걸어두고 잠이 들었던 추억이...)

그런데 인텔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인텔 내장 그래픽의 퀵싱크는 이미 몇 세대 전부터 4:2:2 10비트 하드웨어 디코딩을 지원해 왔고, 그게 지금의 코어 울트라와 아크 그래픽까지 이어지고 있거든요.

아크 그래픽 카드(본 리뷰 제품과는 무관한 참고용 사진)

외장 그래픽카드 없이 노트북 하나로 이 코덱을 바로 다룰 수 있다는 것, 이게 이 노트북의 진짜 포인트인 셈입니다.

그래서 직접 해봤습니다. 소니 FX3로 촬영한 4K(3840×2160) 59.94p·29.97p, 4:2:2 10비트 로그 원본을 프록시 없이 그대로 타임라인에 올렸는데요. 10비트 영상을 읽어 들이는 속도부터 확실히 빠르고, 4K 원본인데도 재생이 생각보다 빠릿해서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소니 FX3로 촬영한 4K 4:2:2 10비트 로그 원본을 작업해도 무리가 없다

프리미어 프로: 4K 원본은 술술, 그런데 자꾸 튕긴다

당연하게도 미리보기 해상도를 8분의 1로 낮추면 아주 원활하게 재생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었는데요. 화면을 분할해서 볼 때는 오히려 버벅였는데, 전체 화면으로 풀 퀄리티 원본을 재생하니 딜레이 없이 부드럽게 돌아가더라고요. (이건 저도 아직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루메트리컬러로 크리에이티브 룩과 LUT를 입힌 상태에서 컷을 연속으로 넘기거나 배속 재생을 해도 밀림 없이 매끄러웠습니다. 내장 그래픽이라는 걸 감안하면 재생 성능은 정말 훌륭했다고 봅니다.

프리미어 프로 루메트리 컬러로 LUT를 입힌 상태에서도 매끄럽게 재생됐다

문제는 안정성이었는데요. 작업 도중 프리미어 프로가 갑자기 튕기거나 메모리 관련 오류로 종료되는 일이 꽤 자주 있었습니다. 하드웨어 성능 문제라기보다는 어도비 쪽 드라이버나 최적화 안정성 문제로 보이는데요, 편집하다가 날아가는 순간의 그 허탈함은... 말 안 해도 아시죠?

작업 도중 자주 마주친 오류(편집자들 절망의 순간)

캡컷: 튕김 없이 빠릿하네

캡컷은 반대였습니다. 튕김 현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풀 화면 원본 해상도에서도 끊김 없이 재생됐습니다.

여기서도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었는데요. 캡컷에는 자동으로 프록시를 만들어주는 기능이 있는데, 이 노트북에서는 프록시로 편집하면 오히려 렉이 걸리더라고요. 퀵싱크 덕분에 원본을 바로 다루는 게 더 빠르다 보니, 프록시가 오히려 방해꾼이 된 셈이죠.

이 노트북에서 캡컷을 쓰신다면, 프록시는 접어두고 원본 그대로 편집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튕김 없이 풀 화면 원본 재생이 가능했던 캡컷. 화면 터치는 덤

작업 관리자로 지켜본 NPU, 아직은 출근만 했다

이 노트북 이름에 AI가 들어간 이유는 NPU 때문인데요. AI 연산만 전담하는 처리 장치로, CPU나 GPU 대신 AI 작업을 훨씬 적은 전력으로 처리하는 게 역할입니다.

다만 NPU라는 하드웨어만 있다고 AI 기능이 저절로 빨라지진 않습니다. 프로그램이 NPU를 쓸 수 있게 이어주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한데, 그게 인텔의 오픈비노(OpenVINO)입니다. 쉽게 말해 AI 작업을 CPU, GPU, NPU에 알맞게 나눠주는 교통정리 담당이라고 보시면 되구요.

인텔에서 배포 하고 있는 오픈VINO를 설명해주는 영상
OpenVino는 프로그램 개발자가 특정 작업을 어떤 칩에게 맡길지 결정하게 하는 컨트롤러라고

인텔은 이 오픈비노를 앞세워 'AI PC 가속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회사들과 함께 앱을 인텔 칩에 맞게 최적화하는 프로젝트인데, 초기 파트너 명단에 어도비, 다빈치 리졸브를 만드는 블랙매직 디자인, 필모라 같은 영상 편집 툴 회사들이 이름을 올렸더라고요.

제가 기대했던 게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누끼 따기(배경 제거)나 자동 자막처럼 요즘 편집에서 제일 많이 쓰는 AI 기능을 NPU가 맡아준다면, 훨씬 가볍고 오래 편집할 수 있겠다는 거죠.

그래서 작업 관리자를 띄워놓고 지켜봤는데요. 프리미어 프로에서 자동 자막을 돌리는 동안 NPU 사용량은 미동도 없었습니다.

캡컷에서 인물 누끼(배경 제거)를 돌릴 때도 NPU 대신 GPU와 메모리 사용량이 올라갔고, 캡컷 자동 자막은 여전히 서버와 연동해서 처리하는 방식으로 보였습니다.

적어도 제가 테스트한 범위에서는 NPU가 거의 쉬고 있었던 셈이죠. (월급 받고 출근만 한 느낌...)

자동 자막과 배경 제거 작업 중 작업 관리자 화면. GPU 사용량은 올라가지만 NPU는 미동도 없다

그렇다고 기능이 안 되는 건 아닙니다. 누끼도, 자동 자막도 대체로 잘 작동했구요. 다만 그 일을 NPU가 아니라 GPU나 서버가 하고 있었던 겁니다. 'AI 노트북'이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솔직히 아쉬운 부분인 건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걸 이 노트북의 단점이라기보다는 아직 진행 중인 이야기로 보고 있는데요. 하드웨어는 이미 준비가 됐고, 인텔은 오픈비노와 AI PC 가속 프로그램으로 소프트웨어 회사들과 다리를 놓고 있고, 어도비와 블랙매직 같은 회사들이 그 다리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편집 프로그램 업데이트가 따라오면, 지금 쉬고 있는 NPU가 일을 시작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지금 당장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CPU, GPU, NPU로 작업을 나누는 구조 덕분인지, 혹은 OLED 덕분인지 전반적인 전력 효율이 좋다는 건 확실히 체감됐거든요. HP도 인터넷 연결 없이 일부 AI 기능을 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구요.

썬더볼트 4 양쪽에 HDMI까지, 허브 없이 현장 투입

개인적으로 썬더볼트는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영상 편집은 소스가 워낙 많아서 내장 SSD만으로는 결국 부족하고, 외장 SSD를 쓰게 되거든요. 사실 제가 맥을 주 편집 기기로 쓰는 이유 중 하나도 썬더볼트입니다.

옴니북 X 14는 썬더볼트4 포트가 양쪽에 하나씩 있어서, 좌우 어느 쪽으로든 충전할 수 있고 외장 SSD를 꽂아 촬영 원본을 바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 구성이면 이동형 편집 머신으로 충분히 괜찮다고 봅니다.

풀사이즈 HDMI 2.1 포트도 반가웠는데요. 편집하다 보면 외장 모니터를 정말 자주 쓰게 되는데, 허브 없이 바로 꽂을 수 있다는 게 생각보다 큰 편의더라고요. (맥북도 그래서 HDMI 포트 없앴다가 살렸죠 아마?)

USB-A 포트도 2개나 있어서 카드 리더기나 기존 장비 연결할 때 젠더를 따로 챙길 필요가 없었습니다.

키보드 백라이트도 너무 화려하지 않고 편집 업무에 집중하기 좋다. 안정형 키보드 같은 느낌(?)

배터리는 70Wh로 게이밍 노트북급 대용량은 아니지만, 앞서 말씀드린 전력 효율 덕분에 카페나 야외에서 충전기 없이 컷편집하기엔 충분했습니다. 급할 땐 30분 만에 50%까지 채울 수 있다는 것도 현장에서는 꽤 든든한 부분이구요.

맥이 불편한 이동형 편집자라면, 윈도우 최고의 선택지

야외 이동이 잦은 프리랜서 PD(네, 저 같은 사람이요), 숏폼과 릴스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그리고 특히 윈도우에서 프리미어 프로를 쓰는 여행 유튜버라면 꽤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맥 환경이 영 손에 안 붙는 편집자분들께는, 윈도우 진영에서 찾을 수 있는 최고의 휴대용 편집 머신 중 하나라고 말씀드리고 싶구요.

지금 당장 이 노트북으로 편집하신다면, 현재 기준으로는 캡컷이 훨씬 안정적이고 쾌적합니다. 프리미어 프로는 업데이트를 지켜보면서 쓰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나와 같이 이동이 잦은 편집자에게 맞춤인 모바일 편집실 옴니북 X 14

처음 던졌던 질문으로 돌아가 볼까요. 외장 그래픽 없이, 1.3kg 노트북으로 4K 원본 편집과 야외 색보정이 가능할까?

제 대답은 "네, 가능합니다"입니다. 맥북이냐 게이밍 노트북이냐, 그 오래된 논쟁에 세 번째 선택지로 옴니북 X14 하나쯤은 올려놔도 될 것 같습니다. [테크수다 Techsu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