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투자 없이 HR SaaS 한 길 걸은 지후소프트…김용호 대표, AI 시대 다음 수를 말하다

구축형 신규 사업 접고 SaaS 단일 트랙으로…협업 데이터로 평가를 바꾸고, AI는 민원 응대와 과금 구조부터 손본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누구나 선택의 길에서 가린다. 누구는 투자를 잡고 누구는 투자자들의 제의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나는 한치의 어려움도 참고 견뎌내지 못할거 같다. 당장의 어려움을 피할수만 있다면 투자가의 손을 덮석 잡을 거 같다. 이번에 만난 이는 나와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는 요란한 투자 소식 없이 제품을 다듬어 온 회사들이 있다. 김용호 지후소프트 대표는 25년 가까이 전사적자원관리(ERP)와 인사(HR)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고, 2013년 설립한 지후소프트를 외부 투자 없이 HR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으로 키웠다. 지난 10월 27일 서울에서 테크수다와 만난 김 대표는 구축형 사업을 정리하고 SaaS로 갈아탄 과정, 협업 데이터로 인사평가를 바꾸려는 시도, AI가 HR 조직과 SaaS 과금 구조를 동시에 흔드는 현실을 풀어냈다. 그가 반복해서 강조한 것은 SaaS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인내와 고객의 신뢰였다.

핵심 요약

  • SaaS 단일 트랙 전환 — 지후소프트는 중견기업 대상 구축형 HR 사업을 해 오다 코로나19 이전부터 SaaS를 준비했고, 2022년 말 사업을 본격화했다. 2023년 하반기부터는 구축형 신규 사업을 받지 않고 SaaS 한 길로 갔다.
  • HR을 '일의 데이터' 위에 올린다 — 인사·근태·급여에 전자계약, 전자결재, 평가, 협업까지 한 플랫폼 '플젝클라우드'에 담았다. 1년 치 업무 이력으로 평가의 최근 기억 편향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 AI가 바꾸는 과금과 역할 — 사규·복리후생처럼 민감도가 낮은 문의부터 AI 응대를 붙이고, 직원 수 기준 과금을 넘어 건당·사용량 기반 과금을 검토한다. 동시에 가격 신뢰를 지키려고 기존 고객 단가를 올리지 않는 원칙을 이어 간다.
김용호 지후소프트 대표

김용호 대표는 어떻게 HR SaaS 사업에 뛰어들었나

김용호 대표의 출발점은 국산 ERP다. 그는 국산 ERP가 외산 대형 ERP와 경쟁하던 시절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개발에 몸담았고, 국내 첫 웹 기반 ERP를 만든 회사에서도 일했다. 이후 창업해 ERP를 기업 사정에 맞게 고치고 개발하는 도구를 10년 가까이 만들었다. 김 대표는 이 작업을 지금의 바이브 코딩(자연어로 지시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의 전신 격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얻은 교훈은 단순했다. 글로벌 베스트 프랙티스를 그대로 옮기면 된다는 접근이 한국 기업 현장에서는 좀처럼 맞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맞춤 개발을 쉽게 하는 쪽을 팠고, 사업을 지탱하려고 HR과 회계 모듈에 집중했다. 2013년 3월 설립한 지후소프트는 중견기업을 상대로 구축형 HR 사업을 10년 넘게 이어 왔다.

회사의 공식 연혁에 따르면 2018년 클라우드 다면진단 서비스를, 2019년에는 클라우드 평가관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2021년 11월에는 HR과 협업을 결합한 플젝클라우드(PLJEC.CLOUD)를 출시했다. 202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지후소프트를 핵심 산업 클라우드 플래그십 프로젝트의 디지털 워크 부문 집중지원 개발사로 선정했다.

회사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준비하던 시점은 코로나19 이전이다. 김 대표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반 기술 과제를 수행하면서 장기적인 전환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예상보다 빠르게 SaaS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HR SaaS 시장은 왜 빠르게 성장했나

김 대표는 국내 HR SaaS 시장의 성장을 이끈 요인으로 코로나19, 주 52시간 근무제, 스타트업 투자 열풍을 꼽았다.

코로나19는 재택근무와 비대면 업무 환경을 확산시켰다. 기업들은 직원들이 어디에서 일하든 근태를 확인하고 각종 인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근태 관리 수요를 키웠다. 정부는 2018년 7월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했고, 2020년에는 50~299인 사업장, 2021년에는 5~49인 사업장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기존 인사 시스템을 새로운 근로시간 관리 기준에 맞추려면 추가 개발이 필요했다. 그런데 시행 시점은 다가오고 시스템을 수정할 시간은 부족했다. 기업들은 기존 시스템 전체를 바꾸지 않고 근태 관리 기능만 먼저 도입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찾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투자 열풍도 시장을 키웠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투자금을 확보한 스타트업들은 처음부터 클라우드 기반 업무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구축형 시스템에 큰돈을 쓰기보다 필요한 기능을 월 구독료로 이용하는 방식이 조직의 성장 속도와 맞았다. 일부 스타트업은 직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SaaS 사용료도 빠르게 늘었다. 반대로 투자 시장이 위축된 뒤에는 인력을 줄이면서 사용료가 감소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당시 SaaS 기업들이 수익성보다 고객과 매출 성장에 집중하던 분위기를 기억했다. 매출 규모에 비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회사가 나타났고, 대규모 투자 유치가 기업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처럼 통했다.

그러나 중견기업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김용호 대표에 따르면 2022년 무렵 SaaS 제품을 들고 중견기업 HR 담당자를 찾아가면 클라우드 자체를 낯설어하는 경우가 많았다. 2023년에는 구축형 견적을 요청하면서 SaaS 견적도 함께 받아보겠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변화는 2024년 하반기부터 나타났다. SaaS를 먼저 제안해 달라는 기업이 늘었고, 구축형을 고집하는 고객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불과 2~3년 사이에 고객의 질문이 정반대로 바뀐 셈이다.

지후소프트는 왜 구축형 사업을 접었나

김용호 지후소프트 대표

지후소프트는 2022년 말 SaaS 사업을 본격화했다. 2023년까지는 구축형과 SaaS를 함께 제안했지만, 그해 하반기부터 구축형 신규 사업을 받지 않았다. 구축형 제안이 들어와도 SaaS로만 하겠다고 답했다. 구축형 프로젝트 하나면 수억 원이 한 번에 들어오지만, SaaS는 고객 한 곳에서 매달 조금씩 받는 구조다. 김 대표는 이 배고픈 기간을 견디지 못하면 결국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 시간을 버텨낸 어려움에 대해 그는 담담히 말했다.

SaaS 전환 과정에서 그가 새겨들은 조언은 회사를 쪼개거나 두 트랙을 병행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같은 지붕 아래 구축형 조직과 SaaS 조직이 함께 있으면 매출 규모가 다른 두 조직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견제가 생긴다. 급한 고객 프로젝트가 생기면 SaaS 쪽 인력을 빼서 그 프로젝트에 투입한다. 당연히 새로운 제품 개발은 더뎌질 수밖에 없고 그 도전은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김용호 대표는 "SaaS 조직은 적어도 4~5년 동안은 계속 투자해야 하는 조직입니다. 두 사업을 함께 끌고 가면 SaaS는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영업 방법론도 다르다. 구축형은 굵직한 계약 몇 건을 따면 되지만, SaaS는 잘 자랄 고객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사람이 일일이 영업할 수 없으니 마케팅이 필요해진다. 다양한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큰 행사장에 쿠폰도 뿌려야 한다. 뿌려진 쿠폰 신청자와 기간을 또 만들어내야 한다. 코어 개발과 다른 이슈고 패키지 제품과 다른 고객 접근법이다.  제품을 빨리 키우려면 개발 인력도 늘려야 한다. 지후소프트는 SaaS로 전환한 뒤 2~3년 만에 인원을 2.5배 넘게 늘렸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외부 투자 없이 SaaS 사업을 키운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후소프트가 다른 HR SaaS 기업과 구별되는 부분은 자금 조달 방식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외부 투자를 유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투자금을 받아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을 늘리기보다 자체 자금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을 확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선택에는 장점과 한계가 함께 있다. 외부 투자자의 성장 목표에 맞춰 사업을 급격히 확장할 필요가 없고, 고객과 수익성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반면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 어렵다.

김 대표는 SaaS 사업의 매출 곡선을 지수 함수, 비용 곡선을 로그 함수에 빗댔다. 초기에는 비용이 앞서 달리지만, 두 곡선이 교차하는 골든 크로스를 넘으면 수익 구조가 단단해진다. 문제는 그 지점까지 버티는 일이다. 개발자 스무 명이 1년을 달려도 첫해 매출 1억 원을 만들기 쉽지 않다는 것이 그의 경험이다.

그는 지후소프트가 2026년 3분기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냈다고 밝혔다. 2022년 말 SaaS 사업을 본격화한 지 약 4년 만이다. 다만 이는 김 대표가 인터뷰에서 밝힌 내부 실적으로, 별도의 재무자료를 통해 확인하지는 못했다.

지금 시장은 그때와 정반대다.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규모 투자는 일부 회사에만 몰리고, 투자자들의 검증도 훨씬 깐깐해졌다. 김 대표도 2025년부터 투자 유치를 검토하고 있지만, 해마다 40% 넘게 성장한다는 지표를 내밀어도 숫자 자체를 쉽게 믿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고평가 시절을 거친 시장이 치르는 비용인 셈이다.

HR SaaS는 어떻게 고객이 고객을 데려오는 구조를 만드나

김 대표는 SaaS가 버틸 만한 사업이 되는 이유를 HR 담당자의 이동에서 찾았다. 그가 주력으로 삼는 중견·중기업의 HR 담당자는 평균 2~3년이면 회사를 옮긴다. 경영진이 바뀌면 HR 조직도 함께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이 이동이 SaaS에는 기회가 된다. 3년 정도 버티면 고객이 쌓이고, 제품을 써 본 담당자가 새 회사로 옮겨 가 직접 도입을 추진한다. 업무 시스템을 새로 들이는 일은 담당자에게 큰 위험이다. 이미 써 보고 안정성을 확인한 제품이라면 그 위험이 줄고, 낡은 시스템을 바꿨다는 성과도 남는다. 지후소프트 고객 가운데 재직 인원 200명 이상 기업이 80%를 넘는다는 점도 이런 구조와 맞닿아 있다.

구축 기간은 SaaS의 존재 이유다. 김 대표는 SaaS가 구축형보다 빨리 적용되지 않으면 SaaS 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후소프트의 평균 구축 기간은 예전 구축형 시절보다 3분의 2가량 줄었다.

법 개정 대응도 차이를 만든다. 구축형은 고객마다 버전이 달라 법이 바뀔 때마다 예산을 따고 업체를 찾아 일정을 잡아야 한다. 유지보수를 맡을 개발 인력도 갈수록 구하기 어렵다. SaaS는 하나의 버전으로 운영되기에 법 개정 사항을 추가 비용 없이 한꺼번에 반영한다. 지후소프트는 원천세 납부일 같은 일정도 알림으로 띄운다. 김 대표는 AI가 붙으면 이 알림이 시스템을 직접 점검해 빠진 업무를 짚어 주는 수준으로 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명 해외 SaaS 기업들이 국내 법 관련한 이슈로 핵심 엔진을 한국의 협력 파트너와 손을 잡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HR SaaS는 왜 인사·급여를 넘어 협업까지 확장하나

김 대표가 보는 HR SaaS의 범위는 ERP 안의 HR 모듈보다 넓다. 핵심은 인사·근태·급여와 연말정산이다. 여기에 평가, 전자계약, 전자결재가 붙는다. 전자계약은 회사와 직원 사이의 근로계약서, 동의서, 서약서 서명을 회사 양식 그대로 전자로 처리한다. 전자결재가 들어가는 이유도 분명하다. 김 대표는 그룹웨어 전자결재 건수의 70% 안팎이 휴가 신청 같은 HR 관련 결재라고 설명했다.

지후소프트는 여기에 업무와 협업 기능까지 넣었다. HR의 역할이 노무·인사·급여 행정에서 구성원의 경험과 조직 성장으로 옮겨 가고 있어서다. 김 대표는 협업 도구를 HR과 따로 두지 않고 한 플랫폼에 섞어야 한다고 본다.

이유는 데이터다. HR 시스템에 쌓이는 데이터는 대부분 요약성·정적 데이터다. 그나마 매일 쌓이는 동적 데이터는 근태 정도다. 반면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 차곡차곡 쌓이는 곳은 협업 도구다. 김 대표는 평가가 생각보다 객관적이지 않다고 짚었다. 영업직처럼 숫자로 정해지는 직무가 아니면 평가는 정성적일 수밖에 없고, 사람의 기억은 최근 일에 쏠린다. 평가 직전 몇 달만 잘 보이면 점수가 오르는 경우가 있다는 직원들의 의심도 있다. 협업 도구에 쌓인 1년 치 업무 이력을 펼쳐 놓고 보면 평가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 그의 경험이다. HR 조직이나 인사 평가자들의 오해를 피할 수 있다. 그는 평가 자료를 얻으려고 협업 기능을 넣은 것이 아니라, 조직 성장과 구성원 경험을 따라가다 보니 평가까지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SaaS의 경쟁력을 설명하면서 최근 고객 전환 사례를 소개했다. 한 기업은 글로벌 HR 솔루션을 도입한 지 약 1년 만에 지후소프트 제품으로 시스템을 교체했다. 기존 시스템 구축에는 약 1년이 걸렸지만, 지후소프트는 3~5개월 만에 전환 작업을 마쳤다는 설명이다. 사용료도 기존의 약 40%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기존 시스템을 사용할 때 HR 담당자가 급여 처리 기간마다 며칠씩 업무에 매달려야 했지만,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 업무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업의 이름과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구축 기간과 비용 절감 수치는 김 대표의 설명에 근거한다.

김용호 지후소프트 대표(왼쪽)과 도안구 테크수다 기자

AI 시대에도 엑셀을 쓰는 현장, 디지털 전환의 사각지대

김 대표가 가장 힘주어 말한 대목은 디지털 전환(DX)의 사각지대다. 그는 전산화, IT화, 디지털 전환, AI 전환(AX)으로 이어지는 용어가 기술 흐름에 따라 이름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같다고 봤다. 문제는 그 흐름에서 한참 뒤처진 현장이다.

지후소프트가 공을 들여 온 분야가 외식 같은 대면 서비스업이다. 시스템 보급이 상대적으로 더딘 영역이다. 이 업종은 매출 1억 원당 직원 한 명꼴로 사람을 쓴다. 매장별로 근무 스케줄을 짜고, 주간·야간·심야 근무 시간을 따로 계산하고, 파트타임 직원의 노무 이슈까지 피해 가야 한다. 그런데 상당수 업체가 여전히 엑셀로 이 일을 처리하거나, 노무법인 인력 여러 명이 수백 명의 급여를 손으로 계산한다. 김 대표는 AI 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사람 손에 의존하는 현장이 많다고 진단했다.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일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점장이 시스템에서 스케줄을 짜고 직원에게 모바일로 동의를 받는다. 출퇴근 기록이 쌓이면 시스템이 까다로운 시간 계산을 자동으로 끝내고, 본사 담당자는 확인과 확정만 한다. 김 대표는 이렇게 하면 본사 담당자 한 명이 수천 명의 급여를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엑셀에 익숙한 현장을 옮기는 일은 제품 교체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작업이라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 경험을 넓힐 방법도 구상하고 있다. 지후소프트가 기업을 일일이 관리하는 대신 노무법인에 도구를 제공하고, 노무법인이 자기 고객사 업무에 그 도구를 쓰는 모델이다. 회계 소프트웨어가 세무·회계사무소를 통해 퍼진 방식과 닮았다. 아웃소싱을 맡기는 기업들도 요즘은 노무법인이 사람 손에 의존하는지, 시스템으로 오류를 줄이는지 꼼꼼히 따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AI가 HR에 들어오면 무엇이 달라지나

김 대표는 지난 3~4년 동안 AI와 HR을 결합한 세미나가 쏟아졌지만, 현실은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2025년까지 이어지던 열기가 2026년에는 냉정한 현실론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는 원인을 세 가지로 봤다.

첫째는 양극화다. 대기업과 일부 중견기업은 AX 전담 조직까지 꾸려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만, 그 아래 기업의 HR 담당자는 혼자 온갖 일을 떠안아 AX가 그림의 떡이다. 둘째는 지나친 기대다. AI가 자동화를 넘어 기획과 의사결정의 초안까지 내놓고 사람은 검증만 한다는 그림이 먼저 퍼졌다. 셋째는 HR 데이터의 민감성이다. AI를 제대로 쓰려면 데이터를 합쳐야 하는데, 급여·평가·개인정보는 접근 권한을 정교하게 나누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팀장의 평가 결과를 묻는 질문에 AI가 답해 버리는 순간 시스템 전체의 신뢰가 무너진다.

그래서 지후소프트는 순서를 정했다. 권한 문제나 데이터 민감성이 약한 사규, 규정집, 복리후생 문의부터 AI 응대를 붙였다. 입사 3년 차 직원이 결혼을 앞두고 경조휴가가 며칠인지, 경조금이 얼마인지 물으면 AI가 규정을 찾아 답한다. 수십 쪽짜리 규정집을 뒤지거나 담당자에게 전화할 필요가 없다. 지후소프트는 도입 기업이 토큰 비용까지 포함해 한 달 동안 무료로 써 보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유료로 전환하는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세대 변화도 이 흐름을 밀어붙인다. 김 대표는 요즘 젊은 HR 실무자들이 전화보다 메일과 메시지를 선호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야근을 감수하던 예전 HR 담당자와 달리 일이 버거우면 회사를 떠난다고 전했다. 반복 업무를 시스템이 덜어 주지 않으면 사람을 붙잡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이 변화를 양날의 검으로 봤다. 최근 한 HR 세미나에서는 글로벌 IT 기업의 한국법인 대표가 AI 도입 성과 가운데 HR 부문 인력 감축이 가장 두드러졌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용호 대표는 "HR 담당자들이 정작 중요한 일을 못 하고 반복 문의에 매몰돼 있으니 거기서 해방시켜 주자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그런데 고도화될수록 그럼 HR팀은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이 따라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HR의 미래를 데이터 분석에서 찾았다. 대기업에서는 이미 IT 조직의 DX 인력이 HR팀과 섞여 사내 데이터를 분석하고 HR 챗봇을 만든다. 사람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데이터로 뒷받침하는 전담 조직도 생겨난다. 클라우드로 넘어오면서 HR 시스템의 최고 관리자가 IT팀에서 HR팀으로 바뀐 것도 같은 흐름이다. 도입 계약의 주체 역시 IT팀에서 HR팀으로 넘어갔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AI 시대 HR SaaS 과금은 어떻게 바뀌나

김용호 지후소프트 대표

AI는 SaaS의 가격 구조도 흔든다. 지금까지 HR SaaS는 직원 수, 즉 좌석 기준으로 요금을 받았다. 그런데 고객 입장에서는 급여명세서를 보거나 가끔 증명서를 떼는 현장 직원까지 한 명분 요금을 내는 데 불만이 있다. AI가 사람 일을 대신할수록 좌석 기준 과금의 근거도 약해진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뚜렷하다. 가트너(Gartner)는 2030년까지 기업 SaaS 지출의 최소 40%가 사용량·에이전트·성과 기반 과금으로 옮겨 갈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는 별도로 2026년 7월 발표한 분석에서 AI 에이전트가 기존 소프트웨어 이용 방식을 바꾸면서 2030년까지 최대 2340억 달러 규모의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지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2030년 기업용 SaaS 지출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김 대표는 AI 기능부터 건당·사용량 기반 과금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 원을 받는 담당자가 처리하던 반복 민원을 AI가 건당 500원에 처리한다고 가정해 보자. 한 달에 1000건을 처리하더라도 비용은 50만 원이다. 고객은 기존 인력의 업무 부담과 AI 사용료를 비교해 도입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이는 김 대표가 과금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가상의 사례다. 지후소프트가 확정한 실제 상품 가격은 아니다.

다만 그는 좌석 기반 과금 체계가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사람이 쓰는 영역은 좌석으로, AI가 처리하는 영역은 사용량으로 받는 혼합 구조가 현실적인 경로라는 판단이다.

사용량 기반 과금은 실제 이용량에 비례해 비용을 지불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이용량이 급증하면 고객이 예상보다 많은 비용을 부담할 수 있고, 공급업체도 월별 매출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AI 기능의 성능뿐 아니라 처리 비용을 측정하고 고객에게 설명하는 능력까지 SaaS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5년째 단가를 올리지 않은 지후소프트, 가격 신뢰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 대표가 과금 체계 변화 못지않게 강조한 것은 고객의 신뢰다. 그는 해외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매년 일정 비율의 요금을 인상하는 것과 달리 국내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SaaS 업체가 요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면서 고객들이 계약 조건을 더욱 꼼꼼하게 따지는 분위기도 나타났다고 전했다. 실제로 신규 계약 과정에서 연간 요금 인상률 상한을 계약서에 명시해 달라는 고객 요구가 들어온다는 설명이다.

SaaS는 한 번 도입하면 인사·급여 데이터와 업무 절차가 시스템에 깊이 연결된다. 다른 제품으로 전환하려면 데이터 이전과 시스템 재설정뿐 아니라 직원들의 업무 방식까지 바꿔야 한다. 이런 전환 비용은 SaaS 기업의 고객 유지에 도움이 되지만, 공급업체가 가격 결정력을 지나치게 행사하면 오히려 불신을 키울 수 있다.

김용호 대표는 "5년째 쓰고 있는 고객에게도 지금까지 단가를 한 번도 올려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SaaS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공급업체가 고객과의 장기적인 신뢰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 투자 없이 사업을 성장시켜 온 지후소프트 입장에서는 기존 고객의 유지와 가격 신뢰가 더욱 중요하다. 신규 고객 확보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운 만큼 고객과의 관계가 사업의 안정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고객의 가격을 유지하면서 AI 개발과 클라우드 운영 비용 증가를 어떻게 감당할지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바이브 코딩은 기존 HR SaaS를 대체할 수 있나

AI 코딩 도구가 퍼지면서 기업이 HR 시스템을 직접 만들겠다고 검토하는 경우도 생겼다. 김 대표는 HR의 복잡성을 들어 현실성이 낮다고 봤다. 급여를 자동으로 계산하려면 근태와 연동해야 하고, 근태는 사람마다 다르다. 육아휴직을 나눠 쓰고, 출산 전후에는 하루 두 시간씩 단축근무를 몇 달 하는 식의 변수가 끝없이 붙는다. 이런 예외를 서둘러 엮다 보면 누구도 전체 구조를 알 수 없는 스파게티 코드가 되기 쉽다. 기능별로 빠르게 쪼개 만든 결과물도 거버넌스가 없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서부터 뜯어봐야 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을 부른다고 그는 경고했다.

다만 그는 소규모 기업 시장에서는 AI로 빠르게 만든 저가 제품이 실제로 쏟아지고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기능 요구가 얇은 영역일수록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보안도 새 과제로 떠올랐다. 일반 직원도 AI 도구로 사내 시스템 침투를 시도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HR SaaS를 쓰는 기업들의 보안 점검 문의도 늘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지후소프트 팩트시트

항목 내용
회사 ㈜지후소프트
대표 김용호
설립 2013년 3월
주력 서비스 플젝클라우드(PLJEC.CLOUD) — HR플젝(PLJEC.HR), 협업플젝 콜라보(PLJEC.Colavo), 평가관리플젝 에바(PLJEC.Eva), 다면진단플젝360(PLJEC.360)
주요 고객층 중견·중기업(재직 200명 이상 기업이 고객의 80% 이상)
사업 이력 2018년 클라우드 다면진단, 2019년 클라우드 평가관리, 2021년 11월 플젝클라우드 출시, 2022년 말 SaaS 본격화, 2023년 하반기 구축형 신규 사업 중단
인증·선정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클라우드 서비스 확인, 2022년 핵심 산업 클라우드 플래그십 집중지원 개발사
투자 외부 투자 유치 없음(김용호 대표 설명)
최근 경영 성과 김 대표는 2026년 3분기 첫 분기 흑자 달성을 설명했으나 재무자료는 미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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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회사 공개 자료·언론 보도, 김용호 대표 인터뷰

테크수다의 시각

필자는 2019년 무렵 '이제는 SaaS 시대'라는 기획으로 국내 SaaS 기업을 찾아다니다 멈춘 적이 있다. 만나는 회사마다 잘된다고 했지만, 성장 지표를 물으면 공개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같은 장면이 되풀이되자 확신을 갖고 쓰기 어려웠다.

김용호 대표와의 대화는 그때 멈춘 질문을 다시 꺼내게 했다. 그는 투자 없이 버틴 시간을 영웅담처럼 포장하지 않았다. 대신 SaaS가 왜 버티는 사업인지, 구축형과 SaaS를 한 지붕 아래 두면 왜 어려운지, 고객 단가를 왜 함부로 올리면 안 되는지를 현장의 언어로 설명했다. 25년 가까이 국산 ERP와 HR 한 분야를 판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AI 시대의 HR SaaS는 두 방향에서 압박을 받는다. 위에서는 AI가 HR 인력 자체를 줄이며 좌석 기준 과금의 근거를 흔들고, 아래에서는 바이브 코딩으로 만든 저가 제품이 소규모 시장을 파고든다. 지후소프트가 내놓은 답은 데이터와 신뢰다. 협업 데이터를 HR과 묶어 평가와 조직 분석의 질을 높이고, 민감도가 낮은 영역부터 AI를 붙이며, 가격 신뢰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전략과 성과는 구분해야 한다. AI 기능이 실제로 고객의 반복 업무를 얼마나 줄이는지, 사용량 기반 과금이 고객과 공급업체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구조가 될 수 있는지, 외부 투자 없이 앞으로의 개발 경쟁을 감당할 수 있는지는 추가로 확인해야 할 문제다. 지후소프트의 도전은 국내 HR SaaS 기업들이 공통으로 마주한 질문을 보여준다.

AI가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을 낮추고 사람의 업무까지 대신하는 시대에, 기업은 무엇을 위해 계속 소프트웨어 사용료를 지불할 것인가.

그 답은 더 많은 기능이나 화려한 AI 시연이 아니라 고객의 실제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그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능력에 있을 것이다. 구축형에서 SaaS로의 전환을 견뎌낸 지후소프트가 AI 시대에도 같은 방식으로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확인할 일이다.

외부 투자 없이 HR SaaS 한 길 걸은 지후소프트, 이런 점이 궁금하셨나요?

Q1. 지후소프트는 어떤 회사인가?

2013년 김용호 대표가 설립한 기업용 HR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중견기업 대상 구축형 HR 사업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했고, 2021년 11월 플젝클라우드를 출시했다. 현재 인사·근태·급여, 전자계약, 전자결재, 평가, 협업 기능을 결합한 플랫폼을 제공한다.

Q2. 국내 HR SaaS 시장은 왜 빠르게 성장했나?

김 대표는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업무 확산,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근태 관리 수요, 스타트업 투자 열풍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초기에는 스타트업이 시장 성장을 이끌었지만 2024년 하반기부터 중견기업의 도입 문의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Q3. 지후소프트는 왜 구축형 사업과 SaaS를 병행하지 않았나?

구축형 사업은 대규모 프로젝트 계약으로 단기간에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SaaS는 고객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구조다. 김 대표는 두 사업을 함께 운영하면 인력과 투자가 구축형 사업으로 쏠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2023년 하반기부터 구축형 신규 사업을 중단하고 SaaS에 집중했다.

Q4. HR SaaS에 협업 기능까지 결합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존 HR 시스템에는 인사정보와 급여처럼 정적이고 요약된 데이터가 많다. 반면 협업 도구에는 직원의 업무 이력과 프로젝트 진행 과정이 쌓인다. 김 대표는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평가자의 최근 기억에 치우치는 인사평가를 보완하고 조직 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Q5. AI가 확산하면 HR SaaS의 과금 방식은 어떻게 달라지나?

기존 HR SaaS는 주로 사용자 수나 직원 수를 기준으로 요금을 받는다. 그러나 AI가 반복 업무를 대신하면서 사람 수만으로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지후소프트는 핵심 HR 서비스의 기존 과금 체계는 유지하되, AI 기능에 건당·사용량 기반 요금을 적용하는 혼합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