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챗GPT 올 줄 알았다면 무엇을 했겠나"…콴델라가 한국에 던진 양자컴퓨팅 숙제
소마스키 CEO "2030~2035년 돌파구…붐이 올 때 뛰어들면 늦다" 한국 기업·연구소·대학과 생태계 공동 구축 제안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프랑스 광양자컴퓨팅 기업 콴델라(Quandela)가 양자컴퓨팅 상용화 시점을 2030~2035년으로 제시하면서,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이 지금부터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콜로 소마스키(Niccolò Somaschi) 콴델라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9월 28일 서울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오류정정 양자컴퓨팅(FTQC) 기술 로드맵과 향후 2년간의 한국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핵심 요약
- 상용화는 '언제'의 문제 — 콴델라는 2030~2035년 투자 대비 효과(ROI)를 측정할 수 있는 돌파구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 지금 생태계를 준비해야 — AI보다 진입 장벽이 훨씬 높은 만큼 기술이 꽃필 때 뛰어들면 늦는다는 게 소마스키 CEO의 진단이다.
- 한국은 제조·통합의 파트너 — 콴델라는 하드웨어 제조, 시스템 통합, AI·HPC 연계 운영 3개 분야에서 국내 파트너를 찾는다.
"가능하냐가 아니라 언제냐"
필자는 이날 질의응답 마지막 순서에서 물었다. 양자컴퓨팅 개념이 나온 지 4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연구·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고, 지금은 모든 돈이 생성형 AI로 몰린다. 산업계가 의미 있는 성과를 얻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는 질문이었다.
소마스키 CEO는 논의의 축이 이미 바뀌었다고 답했다. 그는 "양자가 될지 안 될지가 아니라 언제 되느냐의 문제"라며 업계가 공통으로 2030년과 2035년을 지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에 측정 가능한 투자대비효과(ROI)를 내는 첫 돌파구가 나온다는 전망이다.
그가 더 힘주어 말한 대목은 그다음이다. 양자컴퓨팅은 AI보다 진입 장벽이 훨씬 높다. AI는 오픈 소프트웨어와 공개 모델이 넘쳐나고, 최근 몇 달 사이에도 경쟁자가 쏟아졌다. 양자는 그렇지 않다. 본격적인 붐이 3년 뒤에 오든 10년 뒤에 오든, 한 해 만에 따라잡을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생태계 차원의 협력은 지금 시작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챗GPT를 되돌아보라는 역질문
소마스키 CEO는 기자들에게 질문을 되돌려 줬다. 유럽과 한국은 AI 개발에서 미국 기업을 뒤쫓고 있다. 그는 "10년 전 정부와 기업 모두가 10년 뒤 챗GPT가 나온다는 걸 알았다면 그때 무엇을 했겠느냐"고 물었다. 양자컴퓨팅에서는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라는 게 그의 답이다.
이 역질문은 한국 IT 산업이 지난 10년을 돌아보게 만든다. 트랜스포머 논문이 나오고 대규모언어모델(LLM)이 등장하기까지, 국내에서는 장기 안목으로 기초 역량을 쌓은 곳이 많지 않았다. 챗GPT 이후 국가 차원의 추격전이 벌어진 이유다. 양자컴퓨팅의 이론적 토대는 40년 전에 마련됐지만, 이를 장기 관점에서 꾸준히 붙들고 가기란 쉽지 않다.
한국에 요구하는 역할은 '제조와 통합'
콴델라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분명하다. 콴델라는 인공 원자(양자점)를 반도체 안에 심어 광자를 하나씩 결정론적으로 만들어내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쓴다. 기존 광자 방식은 연산이 확률적으로 이뤄져 부품이 수천 개 필요했지만, 콴델라는 이를 수십 개 수준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 칩은 3-5족 화합물 반도체 공정으로 만들며, 아이폰 얼굴 인식용 레이저와 같은 구조를 쓴다.
결국 성능을 키우는 열쇠는 반도체 수준의 양산 역량이다. 소마스키 CEO는 반도체 웨이퍼 단계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기업, 모듈 통합 단계에서는 LG이노텍 같은 기업과 협력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콴델라는 유럽 파운드리와 이미 협력 중이며, 북미와 아시아에서도 파트너를 찾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허브 후보다.
콴델라는 향후 2년간 ▲광양자 하드웨어 제조 ▲극저온 제어·시스템 통합 ▲AI·GPU·HPC 연계 운영 3개 분야에서 국내 파트너를 발굴한다. 기존 지식재산권(IP)은 각자 보유하고, 새 IP는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원칙을 내걸었다. 콴델라는 2025년 11월 서울시와 약 800억원 규모 투자를 담은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카이스트(KAIST)와는 하드웨어 부품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카이스트 연구진은 조만간 파리 콴델라 시설에서 자체 개발한 전자 부품을 시험할 예정이다. 한국 인력은 올해 3명에서 내년 10명 안팎으로 늘린다.
생태계 구상은 하드웨어에 그치지 않는다. 콴델라 측은 정부가 지정한 3대 양자 클러스터와 동시에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은 양자컴퓨팅, 광주·전남은 양자통신, 나머지 한 곳은 양자센싱을 맡는 구조인데, 광자를 다루는 기술 특성상 세 분야에 모두 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재 양성도 함께 간다. 카이스트에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해 양자 전문 인력을 공동으로 키우고, 연세대와는 알고리즘을 협업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는 신약 후보 물질 탐색에 콴델라 방식을 시험해 논문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장비를 파는 데서 끝내지 않고 사람과 활용 사례까지 함께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클라우드 협력도 과제다. 콴델라 측은 네이버랩스 대표와 만나 논의를 시작했지만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소마스키 CEO는 IBM·구글이 폐쇄형 시스템을 고수하는 반면, 콴델라는 각국 클라우드 사업자 인프라에 맞춰 개방형으로 통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테크수다의 시각
간담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 답변을 오래 곱씹었다. "2030년 혹은 2035년, 이 기술들이 적용될 때 뛰어들지 말고 지금부터 하나씩 준비하자"는 메시지는 외국 기업의 영업 멘트로만 듣고 넘기기엔 무게가 있다.
챗GPT가 등장한 뒤 우리는 지난 10년간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봤다. 데이터센터, GPU, 파운데이션 모델 어느 하나 미리 준비했다고 자신하기 어렵다. 양자컴퓨팅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 상용화 시점이 5년 뒤든 10년 뒤든, 그때 장비를 사 오는 고객으로만 남을지, 제조·통합·소프트웨어의 한 축을 맡을지는 지금 결정된다.
물론 냉정하게 볼 대목도 있다. 2030~2035년 전망은 업계 전반의 기대치이고, 콴델라의 논리 큐비트 구현도 아직 엔지니어링 과제를 남겨 두고 있다. 제조 협력 기업 이름도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정부의 3대 양자 클러스터와 제조 챌린지가 구체화하는 올 하반기는 한국 기업과 연구소, 대학이 장기 관점에서 판을 짤 수 있는 기회다. 이론이 나오고 40년을 버텨 온 기술에, 우리가 10년을 꾸준히 붙어 있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콴델라, 이런 점이 궁금하셨나요?
Q. 양자컴퓨팅 상용화, 언제쯤 가능한가?
A. 콴델라는 2030~2035년 투자 대비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첫 돌파구가 나올 것으로 본다. 업계 논의가 '가능한가'에서 '언제인가'로 옮겨 갔다는 진단이다.
Q. 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나?
A. 양자컴퓨팅은 AI보다 진입 장벽이 훨씬 높다. 공개 모델로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는 AI와 달리, 제조·통합·운영 역량을 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Q. 콴델라 기술은 다른 방식과 무엇이 다른가?
A. 반도체 속 인공 원자로 광자를 하나씩 결정론적으로 만든다. 확률적 방식보다 필요한 부품 수를 크게 줄이고, 빛으로 모듈을 연결해 확장한다.
Q. 한국 기업은 어떤 역할을 맡게 되나?
A. 콴델라는 하드웨어 제조, 극저온 제어·시스템 통합, AI·HPC 연계 운영 3개 분야에서 국내 파트너를 찾는다. 반도체 양산과 모듈 패키징 역량이 핵심이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