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실행하고 사람이 판단한다"…SAP코리아, '자율형 기업' 시대 선언

SAP 나우 AI 투어 코리아 2026 개최…쥴·자율형 스위트·비즈니스 AI 플랫폼 3대 축 제시, 삼성전기는 '무중단 ERP 전환' 여정 공개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SAP코리아(대표 신은영)가 14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SAP 나우 AI 투어 코리아 2026(SAP NOW AI Tour Korea 2026)'을 열고 AI 에이전트가 기업 업무를 직접 실행하는 '자율형 기업(Autonomous Enterprise)' 비전을 국내 고객에게 제시했다. 지난 5월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연례 컨퍼런스 'SAP 사파이어 2026'에서 발표한 글로벌 전략을 한국 시장에 맞춰 풀어낸 자리다. 얀 벙커트(Jan Bungert) SAP 비즈니스 AI 플랫폼 부문 최고매출책임자(CRO)가 기조연설에 나섰고, 국내 최초로 'SAP 프리미엄 서플라이어' 모델 기반 SAP S/4HANA 전환을 완수한 삼성전기가 대표 고객 사례로 무대에 올랐다.

▶ 핵심 키워드 요약

  • 자율형 기업(Autonomous Enterprise): SAP가 제시한 새 기업 운영 모델로, AI 에이전트가 비즈니스 프로세스·데이터·거버넌스에 내재돼 스스로 감지·판단·실행하고 사람은 전략적 의사결정에 집중한다.
  • 삼성전기 무중단 전환: 국내 최초 'SAP 프리미엄 서플라이어' 기반 S/4HANA 전환에서 다운타임을 144시간에서 34시간으로 76% 단축했다. 박준호 그룹장은 이를 "심장이식 수술"에 비유하며 프로세스 경쟁력이 AX의 전제라고 강조했다.
  • 개방형 생태계와 과금 논쟁: SAP는 앤쓰로픽(Anthropic)·엔비디아·구글 등과 협력하는 개방형 전략과 사용량 기반 과금을 내세웠지만, 기자들은 추가 비용 부담과 요금 통제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자율형 기업이란 무엇인가

자율형 기업은 AI 에이전트가 비즈니스 프로세스, 데이터, 거버넌스에 내재돼 단순히 업무 결과를 기록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프로세스를 감지·판단·실행하고, 인간은 전략적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SAP의 새 기업 운영 모델이다. 기존 ERP가 '기록 시스템(System of Record)'이었다면, 자율형 기업의 ERP는 AI가 판단하고 실행하는 엔진으로 진화한다는 것이 SAP의 설명이다.

SAP는 자율형 기업을 세 개 레이어로 구성했다. 사용자와 AI가 만나는 단일 관문 '쥴(Joule)', AI 에이전트가 내장된 핵심 프로세스 묶음 'SAP 자율형 스위트(SAP Autonomous Suite)', 그리고 두뇌이자 인프라 역할을 하는 'SAP 비즈니스 AI 플랫폼(SAP Business AI Platform)'이다. 자율형 스위트는 재무·공급망·구매·인사·고객경험 도메인에 50개 이상의 도메인 특화 쥴 어시스턴트를 배치하고, 이들이 200개 이상의 전문 에이전트를 조율해 엔드투엔드 프로세스를 자동화한다.

벙커트 CRO가 시연한 '쥴 워크'…앱을 오가는 시대의 종언

벙커트 CRO는 기조연설에서 SAP 트랜잭션의 새 인터페이스가 될 '쥴 워크(Joule Work)' 데모부터 선보였다. 반품 주문 처리 시나리오에서 사용자가 쥴 워크의 '스페이스(Space)'를 열자 특정 고객의 반품 주문, 신용 한도, 최근 6개월 배송 이력 같은 판단 근거가 한 화면에 모였다. 사용자가 반품 승인이라는 결정만 내리면 대금 정산, 신규 출고, 창고 반입 통지까지 뒤따르는 10여 단계 작업을 에이전트가 백그라운드에서 알아서 처리했다. 사람은 결정하고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굴러가는 방식이 자율형 기업의 운영 철학이라는 설명이다.

벙커트 CRO는 "AI가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프로세스와 산업 지식, 의미가 풍부한 비즈니스 데이터, 그리고 엔터프라이즈급 거버넌스라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산업에서 수많은 AI 파일럿 프로젝트가 실제 운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로 에이전트 통제 장치의 부재를 꼽았다. 에이전트에 가드레일을 두고 회계 규제 준수를 보장하며 어떤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 관리하지 못하면 전사 확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가 밝힌 전략은 다섯 가지다. 첫째, 쥴을 개인화된 업무 진입점이자 에이전트 생성·관리 데스크톱으로 만든다. 둘째, 자율형 스위트로 재무·지출 같은 도메인별 어시스턴트와 에이전트 체계를 구축한다. 지출 관리 도메인의 카테고리 매니저는 에이전트 지원으로 업무 시간을 30~40%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셋째, 산업별 수평 프로세스를 겨냥한 '인더스트리 AI(Industry AI)'를 7개 산업에서 고객과 공동 개발 방식으로 시작한다. 자율형 자산관리 사례에서는 처리 시간과 투자를 약 30% 절감했다고 밝혔다. 넷째, 비즈니스 AI 플랫폼으로 에이전트 개발(쥴 스튜디오), 맥락화(지식 그래프), 모델(도메인 모델·테이블 모델), 데이터 통합, 거버넌스(에이전트 허브)를 하나로 묶는다. 다섯째, 온프레미스 고객의 클라우드 전환 자체를 에이전트가 대행하는 '에이전트 주도 전환'으로 기존 방식 대비 시간을 최대 75% 절감한다.

전환 중인 고객이 커넥터를 통해 온프레미스 SAP 시스템의 기능과 데이터를 에이전틱 워크플로우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게 한 점도 방향 전환으로 꼽았다. 과거처럼 전 시스템의 클라우드 이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전환 과정에서부터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SAP는 무엇으로 차별화하나…지식 그래프·테이블 모델·개방형 생태계

SAP가 내세운 차별점의 중심에는 'SAP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가 있다. 테이블 45만 개, 필드 730만 개에 이르는 데이터 요소와 그 관계, 그리고 50년간 축적한 프로세스 지식을 구조화해 에이전트가 데이터의 의미와 맥락을 이해한 상태로 실시간 작동하게 한다. 데이터를 밖으로 옮기지 않고 프로세스 곁에 있는 데이터를 그대로 쓰기 때문에 정확도와 실시간성에서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모델 전략도 이원화했다. 4만 고객의 데이터로 학습한 재무 등 도메인 특화 모델과 함께, 정형 데이터 예측에 특화된 테이블 모델(Tabular Model)에 집중 투자한다. 벙커트 CRO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정형 데이터 예측에는 비효율적일 때가 많다며, 추가 학습 없이 데이터셋만으로 즉시 예측하는 테이블 모델의 강점을 강조했다. SAP는 자체 테이블 모델 'SAP-RPT'를 내놓은 데 이어 지난 5월 이 분야 선구 기업인 프라이어랩스(Prior Labs) 인수를 발표하고 4년간 1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해 유럽 기반 프런티어 AI 연구소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방형 생태계 역시 반복해서 강조됐다. 쥴 스튜디오에는 클로드 코드(Claude Code), 커서(Cursor), n8n 같은 외부 개발 도구를 플러그인으로 연결할 수 있고, 비즈니스 AI 플랫폼에서 시중의 주요 LLM을 골라 쓸 수 있다. 데이터 레이어에서는 데이터브릭스(Databricks),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하이퍼스케일러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합 데이터 기반을 제공한다. 에이전트 거버넌스 도구인 에이전트 허브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비(非) SAP 에이전트까지 등록해 텔레메트리와 컴플라이언스 준수 여부를 관리할 수 있다. 앞서 SAP는 사파이어 2026에서 앤쓰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를 쥴 에이전트의 기반 모델 중 하나로 채택하고, 파트너 생태계의 에이전트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1억 유로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기는 어떻게 제조라인을 멈추지 않고 ERP를 바꿨나

박준호 삼성전기 그룹장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삼성전기의 전환기였다. 삼성전기는 국내 최초로 'SAP 프리미엄 서플라이어' 모델을 기반으로 S/4HANA 전환을 완수했다. SAP의 다운타임 최적화(Downtime Optimization) 기법을 적용해 전환 과정의 시스템 비가동 시간을 당초 144시간에서 34시간으로 76% 단축하며 제조라인 중단 없는 전환을 이뤄냈다.

박준호 삼성전기 그룹장은 "ERP 전환은 마치 심장이식 수술과 같다"며 "사람 몸에서 심장을 적출하고 임시 순환 장치로 생명을 유지하다가 새 심장을 연결하는 것처럼, ERP 중심으로 모든 시스템의 연결고리를 분석하고 중요하지 않은 혈관은 막고 ERP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부분은 임시 서버로 보완해 무중단 전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전환 규모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프로세스 표준화·통합 등 선행 과제에 약 2년을 투입한 뒤 본 구축은 7개월, 투입 인력 약 70명으로 마쳤다. 과거 글로벌 ERP 구축 대비 기간과 인력을 각각 절반 수준으로 줄인 셈이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쥴의 효용도 언급했다. 특정 모듈에서 20년간 컨설팅한 전문가도 찾지 못한 답을 쥴이 1분 만에 확인해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데이터 통합에 대해서는 물리적 통합보다 '화학적 결합'이 관건이라고 짚었다. ERP·SCM·BW(비즈니스 웨어하우스)에 흩어진 생산 계획·실적 데이터는 저마다 생태계를 갖고 수많은 마스터와 연결돼 있어, 이를 한곳에 모아 일관성을 유지하는 작업이 가장 어렵고 중요하다는 것이다. 같은 항목의 데이터가 분산돼 일관성을 잃으면 어떤 AI 모델을 쓰든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퍼블릭 클라우드 대신 삼성SDS와의 프리미엄 서플라이어 모델을 택한 배경으로는 보안을 꼽았다. 고객 데이터를 다루는 제조업체 특성상 ERP를 외부 클라우드에 올리려면 방대한 보안 검증 절차가 필요한데, 4년간 협업하며 눈높이를 맞춰온 삼성SDS의 경험을 활용해 보안 요건을 충족하는 환경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박 그룹장은 AX(AI 전환)의 본질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개인 보고서 작성을 도와주는 수준의 AI로는 회사가 돈을 벌 수 없으며, 기업 경쟁력은 결국 프로세스의 리드타임과 정확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엔드투엔드 프로세스를 먼저 구축하면 사람이 잘하는 일, AI가 잘하는 일, 시스템이 잘하는 일을 분리하는 것만으로 AI 전환이 간단해진다고 조언했다. 삼성전기는 2028년 완성을 목표로 SCM 계획이 ERP 실행으로 자동 연결되고,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AI 에이전트가 대행하며, 경영 목표와의 이격을 AI가 분석해 시나리오를 만들어 다시 계획에 반영하는 클로즈드 루프(Closed Loop)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행사장에서 만난 삼성SDS의 한 관계자는 관련 클라우드 서비스가 삼성SDS의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제공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는 삼성 그룹사 이외에 이미 외부 고객들도 6개사 정도가 이 인프라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이 갖춰야 할 5대 요건…"통제는 부가 기능이 아니라 본체"

하경남 SAP코리아 고객자문부문 부문장

이어진 세션에서 하경남 SAP코리아 고객자문부문 부문장과 김지훈 SAP코리아 가치자문본부 본부장은 '실행하는 AI, 변화하는 기업'을 주제로 자율형 기업의 요건을 짚었다. 하경남 부문장은 전 세계 조직의 97%가 AI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를 갖췄다고 답한 기업은 5%에 그친다는 조사와, 2027년까지 에이전틱 AI 프로젝트의 40%가 중단될 것이라는 가트너 전망을 인용하며 도구형 AI의 한계를 지적했다. 도구는 사람이 시킬 때만 움직이고 맥락을 모르며 예외를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흐름·맥락·승인·책임이 얽힌 기업 업무에는 '답변 잘하는 AI'가 아니라 '업무를 수행하는 AI'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 부문장이 제시한 운영체계형 AI의 5대 요건은 다음과 같다.

요건 핵심 내용
① AI 레디 데이터 프로세스에서 나온 정제된 데이터에 거버넌스와 시맨틱스를 갖추고, 사일로에 갇히지 않게 융합
② 비즈니스 맥락 범용 LLM만으로는 '우리 회사 이야기'가 나오지 않음. 맥락을 이해하는 컨텍스트 레이어 필수
③ 엔드투엔드 연결 분석·예측에 그치지 않고 전표 생성, 고객 조회, 승인 트리거 등 실행까지 연결
④ 예외 감지와 처리 AI가 진행할 프로세스와 사람이 판단할 프로세스를 구분하는 업무 재편
⑤ 거버넌스와 가시성 에이전트가 무엇을 보고 판단했고 어떤 도구를 호출했는지 반드시 추적 가능해야 함

하경남 부문장은 "자율 실행이 늘수록 통제는 부가 기능이 아니라 본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표준화가 민첩성과 상충하지 않으며 오히려 AI 혁신의 기반을 앞당긴다는 점을 리바이스(Levi's) 사례로 뒷받침했다. 리바이스는 ERP 인스턴스 9개를 S/4HANA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하고 클린 코어 원칙으로 공통 데이터 기반을 확보한 뒤 1천 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도입했고, 최대 5일 걸리던 도매 주문 처리를 20~30분으로 단축했다.

김지훈 본부장은 결산 시나리오 데모로 실행형 AI를 구체화했다. AI 에이전트가 채권·채무 매칭과 소거, 미지급 비용 인식, 관계사 간 매출·매입 매칭 같은 결산 실무를 직접 수행하고, 사람은 분석에 집중하는 분업 구조다. 결산 후 분석 단계에서는 쥴에 "수익성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는 제품을 찾아줘"라고 모호하게 물어도 지식 그래프가 맥락을 연결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주력 제품의 원가율이 전월 대비 12% 이상 오른 원인을 추적해,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따른 해상 물류비 122% 급등이 재료비를 밀어올렸다는 결론까지 도달하는 데 몇 분이 걸리지 않았다. 과거라면 여러 부서에 전화를 돌리며 며칠씩 걸리던 일이다.

쥴 스튜디오(Joule Studio)를 활용한 맞춤형 에이전트 생성 데모도 이어졌다. 프롬프트 한 줄로 에이전트 제작을 시작하면 지식 그래프 기반으로 사용 가능한 기능과 데이터를 찾아주고, 판단이 어려운 예외 승인 기준은 사람에게 되묻는다. 코드는 물론 요구사항 정의서와 기술 사양서 같은 문서까지 자동 생성해 담당자가 바뀌어도 유지보수가 쉽다. 에이전트 허브에서는 사내에서 활동 중인 에이전트 전체를 한눈에 파악하고, 위험 등급 평가와 관리자 승인을 거쳐 도입하며, 토큰 사용량과 모델별 사용량까지 가시화한다. 이상 징후가 있는 에이전트는 시스템이 먼저 감지해 비즈니스 영향 전에 차단한다.

비용·경쟁·LLM 선택권?

질의응답에서는 비용 문제가 먼저 도마에 올랐다. 바이브 코딩과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SaaS의 필요성이 줄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기존 이용료에 AI 솔루션 비용까지 얹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벙커트 CRO는 안정적인 프로세스 백본과 에이전틱 레이어의 결합이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과금 모델을 에이전트가 만드는 가치에 비례하는 사용량 기반(consumption) 방식으로 다듬고 있다고 답했다. 재무·공급망·인사처럼 규제와 감사가 필요한 프로세스에서 SaaS가 사라지는 미래는 당분간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삼성전기도 같은 고민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박 그룹장은 AI 도입 초기에 기존 시스템 위에 비용이 하나 더 얹히는 상황에 회의감이 들었지만, 몇 달의 시행착오 끝에 사람이 분석을 위해 접속하던 100개의 UI 화면과 다운로드 작업을 AI가 대체하면서 정보 제공용 UX 비용을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ROI 관점에서 회사 이익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데이터브릭스·스노우플레이크 같은 데이터 플랫폼 기업들도 똑같이 "모든 데이터는 우리에게 있다"며 LLM을 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SAP 협력의 실체와 차별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벙커트 CRO는 새 시대가 열릴 때마다 모두가 자신이 의제를 주도한다고 주장하기 마련이라며, 미래는 복수 플랫폼이 표준 위에서 공존하는 세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데이터 레벨에서는 생태계 파트너와 적절한 수준으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에이전트 게이트웨이를 통해 데이터브릭스·스노우플레이크의 에이전트가 거버넌스가 적용된 방식으로 SAP 인프라에 접근해 기능을 트리거하거나 데이터를 가져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다만 SAP 데이터 비중이 높은 프로세스라면 데이터를 추출하지 않고 데이터가 있는 곳에서 처리하는 편이 훨씬 좋은 결과를 낸다고 선을 그었다. 반대로 비 SAP 데이터가 90%인 워크로드라면 SAP 데이터 10%를 공유해 다른 플랫폼에서 처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쥴의 과금 체계와 LLM 선택권에 대한 추가 질문에 하경남 부문장은 쥴이 사용자 좌석 수 기반이 아니라 사용량 기준으로 과금되며, 토큰과 AI 활용량에 대한 가시성을 제공해 고객이 적정 수준을 추적·관리할 수 있다고 답했다. 쥴 뒤의 LLM에 대해서는 판단 난도에 따라 어시스턴트·에이전트별로 다른 모델을 쓸 수 있고, 고객이 원하면 커스텀으로 모델을 바꿀 수 있다고 확인했다.

이번 행사는 SAP가 'AI 기능을 얹은 ERP 회사'에서 '비즈니스 AI 회사'로 정체성을 옮기는 과정의 한국판 선언이었다. 관건은 두 가지다. 첫째, 고객이 실제로 자사 핵심 프로세스의 실행 권한을 에이전트에 넘길 것인가. SAP는 거버넌스와 가시성을 그 답으로 내놨고, 삼성전기와 리바이스 사례로 '표준화된 프로세스 위에서만 AI가 돈이 된다'는 논리를 보강했다. 둘째, 비용이다. 사용량 기반 과금은 가치에 비례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 이날 기자들의 질문이 온통 요금에 쏠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자율형 기업이라는 비전의 성패는 결국 에이전트가 만드는 가치가 그 청구서보다 크다는 사실을 고객 스스로 확인하는 속도에 달려 있다. 삼성전기가 2028년 완성을 목표로 잡은 클로즈드 루프가 그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AI가 데이터 취합과 워크플로우 자동화를 돕고 선택은 해당 파트의 사람이 담당하고 결정한다는 메시지였다.

SAP 자율형 엔터프라이즈, 이런 점이 궁금하셨나요? (FAQ)

Q1. 자율형 기업, 기존 'AI 코파일럿'과 무엇이 다른가

코파일럿은 사람이 시킬 때만 움직이는 보조 도구다. 자율형 기업은 AI 에이전트가 프로세스·데이터·거버넌스 안에 내장돼 스스로 감지·판단·실행하고, 사람은 예외 처리와 전략적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운영 모델이다. 분석에서 끝나지 않고 전표 생성, 승인 트리거 같은 실행까지 이어지는 것이 핵심 차이다.

Q2. 쥴(Joule)을 쓰면 요금은 어떻게 청구되나

사용자 좌석 수가 아니라 사용량 기준으로 과금한다. SAP는 토큰 사용량과 모델별 사용량을 가시화해 고객이 AI 운영 비용을 추적·관리할 수 있게 지원한다고 밝혔다. 과금 체계는 계속 조정 중이다.

Q3. SAP 지식 그래프는 데이터브릭스·스노우플레이크와 어떻게 다른가

지식 그래프는 테이블 45만 개, 필드 730만 개의 관계와 50년 프로세스 지식을 구조화해 데이터를 옮기지 않고 프로세스 곁에서 에이전트를 작동시킨다. SAP는 SAP 데이터 비중이 높은 워크로드는 데이터가 있는 곳에서 처리하고, 비 SAP 데이터가 지배적인 워크로드는 데이터를 공유해 다른 플랫폼에서 처리하는 공존 모델을 제시했다.

Q4. 삼성전기는 왜 퍼블릭 클라우드 대신 프리미엄 서플라이어 모델을 택했나

고객 데이터를 다루는 제조업 특성상 ERP를 외부 클라우드에 올리려면 방대한 보안 검증이 필요하다. 삼성전기는 4년간 협업해 보안 눈높이를 맞춰온 삼성SDS의 경험을 활용하는 편이 요건 충족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Q5. AI 에이전트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가트너는 2027년 말까지 에이전틱 AI 프로젝트의 40% 이상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하며 비용 급증, 불분명한 비즈니스 가치, 미흡한 리스크 통제를 원인으로 꼽았다. SAP와 삼성전기 모두 경쟁력 없는 프로세스 위에 AI를 얹으면 한계가 있으며, 프로세스 표준화와 데이터 일관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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