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2025년은 전 세계 인터넷이 'AI'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이 전년 대비 19% 증가하며 역대급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그 이면에는 AI 학습과 사용자 질문 처리를 위해 웹을 누비는 'AI 봇(Bot)'들의 폭발적인 활동량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5일(현지시간) 글로벌 보안 및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가 발표한 '2025년 인터넷 회고(Radar 2025 Year in Review)'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인터넷 트래픽 성장은 AI 기술의 대중화와 궤를 같이했다. 특히 AI 봇의 활동, 생성형 AI 서비스 순위 변동, 그리고 이에 따른 보안 위협의 진화가 핵심 트렌드로 꼽혔다.

https://blog.cloudflare.com/radar-2025-year-in-review/

웹을 점령한 AI 봇... "사람인 척 검색하는 봇 15배 늘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AI 봇의 트래픽 점유율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체 HTML 요청 트래픽의 4.2%가 AI 봇에 의해 생성됐다. 이는 단일 봇으로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구글봇(Googlebot, 4.5%)'에 육박하는 수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사용자 행동 기반 크롤링(User-action crawling)'의 폭증이다. 이는 사용자가 챗GPT나 클로드 같은 AI 비서에게 "최신 뉴스 찾아줘"라고 질문했을 때, AI가 실시간으로 웹사이트를 방문해 정보를 긁어오는 활동을 말한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이러한 유형의 트래픽이 작년 대비 무려 15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제 웹사이트 방문객 중 상당수가 사람이 아닌, 사람의 질문을 대신 수행하는 AI 대리인(Agent)인 셈이다.

생성형 AI 삼국지: OpenAI 독주 속 2위 싸움 치열

생성형 AI 서비스 분야에서는 여전히 OpenAI가 부동의 1위를 지켰지만, 2위 자리를 둔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 OpenAI: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 유지.
• 앤스로픽(Anthropic): '클로드(Claude)'를 앞세워 상반기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한때 2위까지 치고 올라왔으나, 하반기 들어 구글의 공세에 직면했다.
• 구글 제미나이(Gemini): 연초 10위권 밖에서 시작해 꾸준히 순위를 높였으며, 9월 이후 앤스로픽을 제치고 2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 기타: 일론 머스크의 'Grok'이 9위, 중국의 'DeepSeek'가 폭발적인 성장세로 순위권에 진입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보안의 위협과 진화: DDoS 공격과 양자 내성 암호화

AI의 발전은 공격자들에게도 새로운 무기가 됐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의 디도스(DDoS) 공격 캠페인이 관측되었으며, 특히 비영리 단체나 시민 단체 등이 주요 표적이 되었다. 전 세계 트래픽의 약 6.2%가 잠재적인 악성 트래픽으로 분류되어 차단됐다.

한편, 양자 컴퓨터의 위협에 대비한 '양자 내성 암호화(Post-quantum cryptography)' 도입도 빨라졌다. 사람이 생성한 웹 트래픽의 **52%**가 이미 양자 내성 암호화 기술이 적용된 채 전송되고 있어, 미래 보안 위협에 대한 방어막이 빠르게 구축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총평: 연결을 넘어 '지능형 웹'으로

이 밖에도 일론 머스크의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트래픽이 2배 증가하며 디지털 격차 해소에 기여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2025년 클라우드플레어 보고서는 인터넷이 단순한 정보의 연결망을 넘어, AI가 정보를 읽고 해석하고 재생산하는 '지능형 인프라'로 완전히 진화했음을 시사한다. 다가오는 2026년에는 AI 봇과 인간 사용자의 트래픽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는 가운데, 웹사이트 운영자들은 "봇에게 문을 열어줄 것인가, 잠글 것인가"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