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 "라이다 비켜라"... 젠텍스, '열화상 눈'으로 자율주행 시장 92% 독점 신화 잇는다
[CES 2026 현장 리포트 : 테크수다 *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공동 취재팀] "우리는 단순히 거울을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빛을 제어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비전(Vision)' 기업입니다."
전 세계 자동차 룸미러(ECM) 시장의 92%를 장악하고 있는 '히든 챔피언' 젠텍스(Gentex)가 CES 2026에서 자율주행과 차량 내 경험을 혁신할 파격적인 기술들을 쏟아냈다. 핵심은 '열(Heat)'과 '유리(Glass)'였다.
젠텍스는 이번 전시에서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한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솔루션, 투명도가 조절되는 스마트 선바이저, 차량 내 유해 물질 감지 시스템 등을 공개하며 전통적인 부품 제조사에서 첨단 IT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카메라는 밤에 장님, 라이다는 너무 비싸"... 해법은 '열화상'
젠텍스 부스에서 가장 눈길을 끈 기술은 단연 '아라스카이(ADAS Sky)'다. 기존의 자율주행 센서 시장이 카메라와 라이다(LiDAR)의 대결 구도였다면, 젠텍스는 군사 기술에 뿌리를 둔 '열화상 카메라'를 제3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젠텍스 관계자는 "일반 카메라는 사람의 눈과 같아서 악천후나 야간에는 사물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고, 라이다는 여전히 비싸고 무겁다"며 "모든 물체는 고유의 열 시그니처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열화상 기술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시연된 아라스카이 시스템은 칠흑 같은 어둠 속이나 안개가 자욱한 상황에서도 보행자의 위치와 이동 속도를 정확하게 감지해 냈다. 젠텍스는 이 기술이 2029년부터 발효되는 미국의 강화된 야간 자동비상제동(AEB) 규제를 충족시킬 유일하고 경제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회사 측은 "기존 카메라와 레이더에 젠텍스의 열화상 센서와 AI 알고리즘을 더하면, 고가의 라이다 없이도 완벽한 야간 자율주행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운전석의 혁명... "선글라스 벗고, 전자담배도 딱 걸린다"
젠텍스의 주특기인 '디밍(Dimming, 빛 조절)' 기술은 차량 내부를 미래지향적으로 바꿔놓았다.
새로 공개된 '스마트 선바이저'는 기존의 불투명한 플라스틱 가림막 대신 투명한 유리를 적용했다. 평소에는 투명하지만, 햇빛이 강할 때는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투명도를 조절해 시야는 확보하면서 눈부심만 막아준다. 버튼을 누르면 즉시 거울로 변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또한, 자율주행 시대에 맞춰 '인캐빈(In-Cabin) 모니터링' 시스템도 한층 고도화됐다. 젠텍스의 센서는 단순히 승객의 움직임만 보는 것을 넘어, 차량 내 공기 질을 분석한다. 특히 연기가 없는 전자담배(Vaping)의 미세한 화학 물질까지 감지해 냄새 없는 흡연까지 잡아낼 수 있다. 이는 향후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에서 차량 관리에 필수적인 기술이 될 전망이다.
전선 사라진 도어... 제조 공정의 파괴적 혁신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의 혁신도 있었다. 젠텍스는 차량 도어 내부의 복잡한 배선을 없애는 '무선 전력 및 데이터 전송' 기술을 선보였다.
기존에는 사이드미러의 카메라와 기능을 작동시키기 위해 복잡한 와이어링 하네스가 필요했지만, 젠텍스의 기술을 적용하면 유리 사이로 전력과 데이터를 무선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
젠텍스 관계자는 "이 기술은 최대 4kW급 전력 전송이 가능해 사이드미러의 열선이나 카메라 구동에 충분하다"며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조립 공정을 획기적으로 단순화하고 무게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92% 독점의 안주하지 않는 '초격차' 전략
1974년 화재 감지기 회사로 출발한 젠텍스는 80년대 눈부심 방지 거울(EC 미러)을 개발하며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바꿨다. 현재 전 세계 시장의 92%를 장악하고 현대차, 도요타,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하지만 젠텍스는 '거울'에 멈추지 않았다. 이번 CES에서 보여준 그들의 행보는 하드웨어 부품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비전 기술 기업'으로의 명확한 전환을 보여준다.
특히 테슬라가 고수하는 '카메라 온리(Camera-only)' 전략이 야간 주행 등 안전성 이슈에 직면한 상황에서, 젠텍스의 열화상 솔루션은 합리적인 가격과 고성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젠텍스의 기술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양한 글로벌 사용자 시장의 차세대 모델에 어떻게 적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동 취재 =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ITCL 김덕진 소장 kimdukjin@itc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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