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 VC가 병원을 샀다... AI 시대, 자본과 노동의 문법이 바뀐다
[CES 2026 현장 리포트 : 테크수다 *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공동 취재팀] "과거의 벤처 캐피털(VC)은 성 밖의 야만인처럼 기존 산업을 공격하는 스타트업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성(Castle)을 직접 사들여 도개교를 내리고 있습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키노트 무대. 세계적인 벤처 캐피털 '제너럴 카탈리스트(General Catalyst)'의 헤먼트 타네자 CEO는 AI 시대의 새로운 투자 문법을 이같이 정의했다. 이날 행사는 인기 팟캐스트 '올인(All-In)'의 라이브 공개방송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타네자 CEO와 함께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 앤 컴퍼니(McKinsey & Company)의 밥 스턴펠스 회장이 대담자로 나섰다.
두 거물은 AI 기술이 소프트웨어를 넘어 물리적 산업과 기업 조직 구조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며, "2026년은 AI가 단순한 효율화 도구를 넘어 기업 생존의 필수 장기로 이식되는 원년"이라고 입을 모았다.

◆ "스타트업 투자만으론 늦다"... 병원 통째로 인수해 'AI 수술'
이날 대담의 백미는 전통적인 VC의 역할을 파괴한 제너럴 카탈리스트의 '바이 투 트랜스폼(Buy to Transform)' 전략이었다. 타네자 CEO는 오하이오주의 비영리 의료 시스템인 '서마 헬스(Summa Health)'를 인수한 사례를 들며, AI 도입을 가속화하기 위해 직접 플레이어로 뛰어들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기존 병원 시스템에 진입해 확장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우리가 병원을 직접 인수해 AI로 운영 효율을 높이고, 이를 통해 의료 시스템을 '풍요롭고 회복 탄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PE)가 아니라, 쇠퇴하는 레거시 산업의 자산을 인수해 AI라는 신기술을 주입, 가치를 퀀텀 점프시키는 새로운 접근법이다.
진행자인 제이슨 칼라카니스는 이에 대해 "과거에는 스타트업이 기존 산업을 파괴하려 했다면, 이제는 자본이 쇠락하는 거대 산업을 인수해 내부에서부터 혁신을 주도하는 '타임캡슐' 같은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 맥킨지의 실험 "컨설턴트 25% 늘리고, 지원 조직 25% 줄였다"
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변화에 대해서도 구체적이고 충격적인 수치가 공개됐다. 밥 스턴펠스 맥킨지 회장은 자사의 인력 구조 개편 현황을 가감 없이 공개했다.
스턴펠스 회장은 "우리는 현재 클라이언트 대면(Consulting) 인력을 25% 늘리는 동시에, 비대면 지원 조직은 25% 감축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체적인 인력 규모는 유지하거나 늘어나지만, 그 구성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회사가 성장하면 모든 부서의 인원이 함께 늘어났지만, 이제는 성장하는 부서와 축소되는 부서가 명확히 갈리는 '디커플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맥킨지는 2026년 말까지 직원 1명당 1개의 '개인화된 AI 에이전트'를 보급해 1:1 비율을 맞출 계획이다. 스턴펠스 회장은 "지난해 검색과 정보 종합 업무에서만 150만 시간을 절약했다"며 "이제 직원은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 더 복잡하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다"... 물리적 AI의 부상
소프트웨어를 넘어선 '물리적 AI(Physical AI)'의 시대도 예고됐다. 타네자 CEO는 자율주행과 로봇 공학이 결합된 제조 혁신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은 자율주행 등 혁신 기술을 보유했지만 제조 역량이 부족하고, 중국은 압도적인 비용 효율성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이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로봇 공학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로봇 밀도(노동자당 로봇 수)에서 한국이 세계 1위(약 1:10)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 언급되며, 한국이 이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음이 강조됐다.
칼라카니스는 최근 테슬라의 옵티머스 연구소를 방문한 일화를 소개하며 "미래에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인간과 로봇의 비율이 1:1이 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아무도 당신을 구하러 오지 않는다"... 회복탄력성이 생존 열쇠
대담의 마지막은 미래 세대를 위한 조언으로 채워졌다. 두 리더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AI 시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타네자 CEO는 "기업들은 신입 사원을 훈련시키는 것보다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것을 더 선호하기 시작했다"며 냉혹한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아무도 당신을 구하러 오지 않는다. 스스로 의미 있는 기술을 증명해야 한다"며 정해진 채용 공고를 기다리기보다 기업에 직접 제안하는 '주도성'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스턴펠스 회장 역시 "특정 지식을 마스터하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배우는 '학습 능력' 자체가 가장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동 취재 =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ITCL 김덕진 소장 kimdukjin@itc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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