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 'AI 혈맹' 선언…MS·OpenAI 연합에 '초강수' 뒀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2026년 새해 벽두부터 글로벌 IT 업계의 지각판이 요동치고 있다. 아이폰의 창조자 애플이 오랜 경쟁자 구글과 손을 잡고 'AI 동맹'을 공식 선언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OpenAI가 주도해 온 생성형 AI 패권 다툼에 애플과 구글이 연합 전선을 구축하며 맞불을 놓은 형국이다.

애플과 구글은 13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차세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Apple Foundation Models) 구축에 구글의 제미니(Gemini) 모델과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하는 다년간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모바일 운영체제 양대 기업이 새롭게 반격해 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부상에 브레이크를 걸려는 행보로 보인다. 생성형 AI 시장은 모바일 '앱' 상태계는 물론 검색 시장 자체도 뒤흔들고 있다.

애플과 구글의 생성형 AI 협력을 나노 바나나를 통해 이미지화했다

'적의 적은 나의 동지'... MS 애저(Azure) 종속 거부한 애플

이번 협력의 핵심은 애플이 왜 'OpenAI'가 아닌 '구글'을 선택했느냐에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애플이 MS 제국에 편입되기를 거부한 명백한 신호"라고 해석한다.

애플이 만약 OpenAI의 챗GPT(ChatGPT) 모델을 핵심 기반으로 채택했다면, 필연적으로 MS의 클라우드 인프라(Azure)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MS는 OpenAI의 지분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OpenAI의 모든 서비스는 사실상 MS 애저 위에서 구동되기 때문이다.

애플은 자사 사용자 데이터와 AI 처리 과정이 경쟁자인 MS의 서버를 거치는 것을 전략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반면 구글은 자체적인 AI 모델(제미니)과 강력한 독자 클라우드 인프라(TPU)를 모두 보유한 유일한 대안이다.

애플은 성명서에서 "신중한 검토 끝에 구글의 AI 기술이 가장 유능한 기반(most capable foundation)을 제공한다고 판단했다"고 명시하며 이러한 전략적 선택을 뒷받침했다.

20년 '프레너미(Frenemy)' 역사... 검색비 27조 원이 낳은 신뢰?

두 회사의 협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1대 아이폰 출시 당시,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당시 구글 CEO가 애플 이사회 멤버로서 무대에 올라 스티브 잡스와 악수를 나누던 장면은 전설로 남아있다. 초기 아이폰에는 구글 맵과 유튜브가 기본 탑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내놓으며 양사의 관계는 급격히 냉각됐다. 스티브 잡스는 이를 "도둑질"이라 비난하며 "핵전쟁(thermonuclear war)"을 선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실리를 챙기는 거래가 계속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본 검색 엔진(Default Search Engine)' 계약이다. 2024년 반독점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바에 따르면, 구글은 사파리(Safari) 브라우저의 기본 검색 엔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플에 연간 약 200억 달러(한화 약 27조 원) 이상을 지불해 왔다. 이는 애플 서비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양사가 서로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이번 AI 협력 역시 이러한 오랜 경제적 공생 관계가 밑거름이 된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들은 당장 올해부터 달라진 아이폰을 경험하게 될 전망이다. 애플은 이번 협력으로 "더욱 개인화된 시리(Siri)가 올해 출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동안 경쟁사 대비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시리가 구글의 방대한 데이터 학습량을 가진 제미나이를 뇌로 이식받아 환골탈태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애플은 '프라이버시'라는 원칙은 양보하지 않았다. 공동 성명에서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는 여전히 애플 기기(On-device)와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Private Cloud Compute)에서 실행되며, 업계 최고 수준의 정보 보호 기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결국 이번 동맹은 애플에게는 '검증된 AI 인프라의 안정적 확보'를, 구글에게는 '전 세계 20억 대 이상의 애플 기기라는 거대한 AI 유통 채널'을 제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OpenAI 진영에 맞서, 모바일 생태계의 두 거인이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2026년, AI 전쟁의 2막이 올랐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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