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는 왜 '광화문'을 택했나…"방탄소년단만이 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했다"
넷플릭스·하이브, 공연 하루 전 공동 브리핑…넷플릭스 한국 첫 라이브이자 최초 뮤직 생중계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공연을 꼭 하루 앞둔 3월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 안에는 묘한 흥분이 감돌았다. 내일이면 바로 저 창밖, 경복궁 너머에서 수년 만의 완전체 BTS 무대가 펼쳐진다. 취재진 사이에서도 설레는 기류가 역력했다. 마치 공연 전날 백스테이지에 미리 들어온 느낌이랄까.
이날 넷플릭스와 하이브는 '〈BTS 컴백 라이브: ARIRANG〉 사전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내일 저녁 8시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펼쳐질 공연의 비전과 제작 뒷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자리에는 브랜든 리그 넷플릭스 논픽션 시리즈·스포츠 부문 VP, 개럿 잉글리쉬 총괄 프로듀서, 김현정 빅히트 뮤직 VP, 유동주 하이브 뮤직그룹 APAC 대표가 나란히 앉았다.

그런데 본론 시작 전, 뜻밖의 화제가 좌중을 먼저 웃음짓게 했다.
"장모님은 내일 서울에 오신다"
브랜든 리그 VP는 부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소개되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부인이 내게 한국어를 충분히 가르쳐주지 못한 것에 많이 실망했다더군요." 대구에 살고 있는 장인·장모님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웃으며 덧붙였다. "장모님이 내일 BTS를 직접 보겠다며 서울에 오신다니,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되죠."
글로벌 스트리밍 기업의 고위 임원이 장모님 앞에서 점수를 따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소개는 브리핑 전체 분위기를 한층 가볍게 만들었다. 어쩌면 이날 브리핑의 숨겨진 주제는 '긴장'이었는지도 모른다. 공연 규모가 클수록, 기대가 높을수록, 당일의 무게감은 더 크다는 것을 무대 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 모인 자리였으니.
넷플릭스가 한국을 '라이브 첫 무대'로 택한 이유
이번 〈BTS 컴백 라이브: ARIRANG〉은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전 세계로 송출하는 첫 번째 라이브 이벤트이자, 플랫폼 최초의 뮤직 공연 생중계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대만 타이페이 101빌딩 외벽을 맨손으로 오른 '스카이스크래퍼 라이브', NFL 스포츠 중계, 코미디 스탠드업, 복싱 등을 통해 라이브 포트폴리오를 쌓아왔다. 여기에 이번엔 K팝이라는 새 챕터를 더하게 됐다.
브랜든 리그 VP는 이 선택의 배경을 단호하게 설명했다. "한국에서 라이브를 시작하는 첫 파트너십을 생각할 때, BTS보다 더 훌륭한 선택지는 없었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넷플릭스의 투자는 이미 〈오징어 게임〉과 〈케이팝 데뷔 생존기〉 등을 통해 검증됐다. 이번엔 드라마와 예능을 넘어 음악 라이브로 범위를 확장하며, 'K컬처 글로벌화'의 또 다른 장을 여는 셈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190여 개국에 동시 송출된다. 넷플릭스는 미국과 브라질 등 주요 국가에서 팬들이 한 공간에 모여 함께 즐기는 '워치 파티(Watch Party)'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 스크린 앞에서 혼자가 아닌, 아미(ARMY)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같은 무대를 보는 풍경. 넷플릭스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장면이다.

"마천루를 오르는 것, 아미를 만족시키는 것…무엇이 더 어려울까"
리그 VP는 진행자의 "스카이스크래퍼 라이브와 BTS 공연을 관통하는 넷플릭스 라이브의 공통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재치 있는 답을 내놓아 다시 한번 웃음을 자아냈다.
"솔직히 말해서, 초고층 빌딩을 오르는 것과 아미를 만족시키는 것, 둘 중 무엇이 더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농담 속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는 이어 라이브가 지닌 의미를 진지하게 설명했다. 지금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것, 그 속에서 전 세계 수억 명이 동시에 같은 화면 앞에 앉게 만드는 단일 이벤트는 갈수록 희귀해지고 있다는 것. 그 '놓칠 수 없는 순간'을 만드는 것이 넷플릭스 라이브의 본질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하이브는 왜 이 공연 장소로 광화문을 선택했을까. 유동주 APAC 대표는 브리핑 내내 가장 직접적인 언어로 이 질문에 답했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왜 광화문인가"였다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물었던 것은 '방탄소년단다운 공연은 무엇인가, 방탄소년단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였습니다. 한국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된 BTS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 시작점은 반드시 한국이어야 했습니다."
이 결정의 중심에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있었다. 그는 BTS 컴백의 출발점이 "한국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어야 한다고 명확히 했고, 그 장소로 경복궁과 광화문이 선택됐다. 단순한 공연장 선택이 아니라, 팀의 정체성과 귀환의 의미를 하나의 장소로 집약한 결정이었다.
실제 무대 구성도 이 철학을 반영했다. 경복궁 흥례문에서 시작해 광화문광장으로 이어지는 '왕의 길' 퍼포먼스가 예정됐고, 광장 중앙에는 거대한 블랙박스 무대가 설치됐다. 객석은 세종대로 일대에 총 2만 2000여 석이 마련됐으며, 대형 LED 구간까지 포함하면 최대 26만 명이 함께할 수 있는 규모다.
경복궁을 배경 삼아, 친밀함과 웅장함 사이에서
총괄 프로듀서 개럿 잉글리쉬는 이 무대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큰 도전이 무엇이었는지를 담담하게 설명했다. 전통과 현대 사이의 균형, 그리고 규모감과 친밀감 사이의 조화였다.
"처음 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어떻게 하면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킬 수 있을지에 집중했습니다. BTS의 비전을 충분히 구현하면서도 광화문이라는 역사적 공간을 충분히 존중하는 무대를 만들려 했습니다."
실제로 방송 제작팀 앞에 놓인 과제는 쉽지 않았다. 경복궁에서 시청광장에 이르는 1.2km 구간을 하나의 무대로 담아내는 동시에, 카메라는 BTS 멤버 한 명 한 명과 팬들 사이의 섬세한 순간까지 놓치지 않아야 했다. 거대한 스펙터클과 현장의 온기를 한 프레임 안에 담는 일. 잉글리쉬 프로듀서가 "거대한 규모와 친밀함을 동시에 담아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표현한 이유다.
서울시 정부와의 협업도 주요 성과로 꼽혔다. 주최·주관사인 빅히트 뮤직과 하이브는 물론, 공연 구현을 위해 서울시 각 부처와 긴밀히 협력했다. 경찰은 당일 6759명을 투입하고, 2·3·5호선 임시 열차 24회를 증편하는 등 사실상 도시 전체가 이 공연을 위해 움직였다.

'아리랑'이라는 이름에 담긴 것
공연과 동시에 발매된 BTS 정규 5집의 타이틀은 '아리랑(ARIRANG)'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이름. 김현정 빅히트 뮤직 VP는 이 앨범이 "지금 현재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느끼는 감정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방탄소년단의 정체성과 뿌리에서 출발한 앨범임을 이름 자체가 말해준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앨범 안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했다는 것이다. 기존 팬들뿐 아니라 BTS를 처음 접하는 이들, 세대를 초월한 더 많은 청중에게 닿고 싶다는 바람이 담겼다. 우리 고유의 정서를 담은 '아리랑'이라는 이름 아래, 가장 보편적인 언어로 전 세계에 말을 건네는 방식이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넷플릭스의 한국 라이브 투자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리그 VP는 "다른 K팝 아티스트나 국내 스포츠 분야로 라이브를 확장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확정적으로 말하기엔 이르지만 논의 중인 것들이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라이브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의사도 분명히 했다.
공연 일주일 뒤인 3월 27일에는 BTS의 군 복귀부터 완전체 귀환까지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The Return)〉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공연 → 앨범 → 다큐멘터리로 이어지는 콘텐츠 구성은 넷플릭스와 하이브 양사가 BTS 컴백을 단순한 '공연 이벤트'가 아닌 하나의 '서사적 경험'으로 설계했음을 보여준다.
경복궁을 배경 삼아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울 내일의 무대가 190여 개국 시청자들과 동시에 연결되는 순간, 그 화면 앞에는 아마 대구에서 올라온 장모님도 앉아 계실 것이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테크가 전 산업 영역에 스며드는 소식에 관심이 많다. 1999년 정보시대 PCWEEK 테크 전문지 기자로 입문한 후 월간 텔레닷컴, 인터넷 미디어 블로터닷넷 창간 멤버로 활동했다. 개발자 잡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 편집장을 거쳐 테크수다를 창간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태블릿을 가지고 얼굴이 꽉 찬 방송, 스마트폰을 활용한 현장 라이브를 한국 최초로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