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거대한 스마트폰'이 될 수 있을까?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이번엔 좀 새로운 형태로 소식을 전달해 보려고 합니다. 뉴스레터 형식으로 글을 작성해 봤습니다. 저는 운전면허를 1993년에 땄다가 운전 한두번만 하고 안했습니다. 그 후 2025년 가을부터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운전을 하니 어디든 가고 싶은 곳에 내가 원할 때 갈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하지만 운전은 고도의 집중을 요한다는 것도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CES 2026 취재차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자율주행 차량 서비스인 '죽스(ZooX)'를 타봤습니다. 호출하고 부르면 온 차량에 몸을 싣기만 하면 목적지까지 알아서 가줬습니다. 막상 그런 서비스를 체험하고 나니 굳이 내가 운전을 계속할 필요가 있을까 혹은 사람이 운전대에 앉아서 사고를 내는 거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자율주행 관련해서는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가 앞서 있습니다. 그는 차량을 스마트폰처럼 생각도록 만든 장본인입니다. 새로운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꾸준히 업데이트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기자동차는 가장 비싼 IT 기기라는 말도 있죠. 이런 상황에서 CES 2026 현장에서 옴디아(Omdia) 패널 토론이 있었습니다.
옴디아(Omdia)가 주최한 이번 패널 토론에는 포드(Ford), 퀄컴(Qualcomm), AWS 등 자동차 산업의 각기 다른 축을 담당하는 리더들이 모여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의 현실과 AI의 미래를 냉철하게 진단했습니다.
- 진행자 (Speaker 1, 2): 에드워드 윌포드 (Edward Wilford) | Omdia 자동차 부문 수석 연구 이사
- 패널 1 (Speaker 2): 샤르미스타 로이 (Sharmishta Roy) | 포드(Ford)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 엔지니어링 이사 (OEM 대표)
- 패널 2 (Speaker 3): 마크 그레인저 (Mark Granger) | 퀄컴(Qualcomm) 스냅드래곤 디지털 콕핏 부사장 (칩셋/하드웨어 대표)
- 패널 3 (Speaker 4): 마이테 베제라 (Maitê Bezerra) | Omdia 디지털 모빌리티 수석 분석가 (SDV 전문가)
- 패널 4 (Speaker 5): 스테파노 마르자니 (Stefano Marzani) | AWS 자동차 및 제조 신기술 전략 리더 (클라우드 대표)
- 패널 5 (Speaker 6): 제이슨 로 (Jason Low) | Omdia 커넥티드 라이프 연구 이사 (소비자 관점 전문가)
이들이 나눈 40분 미만의 대화를 "미래의 자동차는 또 다른 소비자 디바이스인가?"라는 글로 정리했습니다. 화려한 콘셉트 카 뒤에 숨겨진 엔지니어링의 고민과 미래 전략, 그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1. 정의(Definition): 자동차와 스마트폰, 그 애증의 관계
토론의 시작은 "자동차가 과연 소비자 가전(Consumer Device)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었습니다. 패널들은 소비자의 기대와 기술적 현실 사이의 괴리를 지적했습니다.
소비자의 눈높이: 마크 그레인저(퀄컴) 부사장은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처럼 직관적이고 개인화된 경험을 자동차에서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1.
엔지니어링의 현실: 하지만 마이테 베제라(옴디아) 수석 분석가는 "자동차는 '미션 크리티컬(Mission Critical)' 장비"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스마트폰은 고장 나면 리셋하면 되지만, 자동차는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단순 가전과 동일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시각: 제이슨 로(옴디아) 이사는 흥미로운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미 자동차를 앱과 콘텐츠가 흐르는 하나의 디바이스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것이 구매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 핵심 요약: 자동차는 사용자 경험(UX) 측면에서는 스마트폰을 닮아가야 하지만, 구조적 안전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기계공학의 엄격함을 유지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2. 과제(Challenge): '프랑켄슈타인 아키텍처'를 수술하라
포드와 AWS는 현재 자동차 산업이 겪고 있는 가장 큰 고통으로 '레거시(Legacy) 아키텍처'를 꼽았습니다.
프랑켄슈타인 아키텍처: 스테파노 마르자니(AWS) 리더는 현재의 자동차 시스템을 "여러 공급사의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억지로 이어 붙인 프랑켄슈타인과 같다"고 묘사했습니다4. 수십 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와 각기 다른 OS가 섞여 있어 통합과 혁신이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시간의 딜레마: 포드의 샤르미스타 로이 이사는 "자동차 하드웨어 수명은 15년이지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주기는 1년 미만으로 단축되고 있다"며, 이 속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Decoupling)하는 '조날 아키텍처(Zonal Architecture)'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핵심 요약: 진정한 SDV 전환을 위해서는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얹는 것이 아니라, 뼈대(아키텍처)와 공급망(Supply Chain) 전체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대수술이 필요합니다.
3. 기회(Opportunity): '에이전틱 AI', 도구를 넘어 파트너로
CES 2026의 주인공인 AI는 자동차 안에서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요? 패널들은 단순한 음성 비서를 넘어선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등장을 예고했습니다.
능동적 문제 해결: AWS는 타이어에 문제가 생겼을 때 AI가 먼저 이를 감지하고, 운전자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예: 정차 후 정비소 호출)"를 자연어로 안내하는 데모를 소개했습니다.
긴급 상황 대처: 퀄컴은 사고 발생 시 AI 에이전트가 차량 내부 카메라로 상황을 판단하고 구조대에 자동으로 신고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AI가 안전을 지키는 핵심 레이어가 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AI: 포드는 "AI는 운전석뿐만 아니라, 코드를 작성하는 개발 단계부터 공장 제조 라인까지 자동차 생태계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핵심 요약: 2026년의 AI는 사용자가 호출할 때만 응답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맥락을 이해하고, 차량 기능을 제어하며, 외부와 연결해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하는 '지능형 동반자'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4. 전략(Strategy): 데이터 주권과 엣지(Edge) 컴퓨팅
자동차가 똑똑해질수록 쏟아지는 데이터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패널들은 '하이브리드 접근'에 동의했습니다.
엣지(Edge)의 역할: 포드와 퀄컴은 '지연 시간(Latency)'과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엣지 컴퓨팅을 강조했습니다. 자율주행 판단이나 "매주 목요일 술집에 간다"는 사적인 정보는 클라우드로 보내지 않고 차량 내부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클라우드(Cloud)의 역할: AWS는 글로벌 규제 준수와 대규모 데이터 학습을 위해 클라우드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가별로 다른 데이터 법규를 준수하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5. 전망(Future): 2026년 이후, 승부처는 어디인가?
토론의 마지막, 패널들은 미래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속도'와 '생태계'를 꼽았습니다.
차이나 스피드(China Speed): 퀄컴은 레거시가 없는 중국 신생 전기차 업체들의 무서운 개발 속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향후 5년 내 중국발 AI 혁신이 글로벌 표준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협력의 시대: 패널들은 "어느 한 기업 혼자서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OEM, 칩셋 제조사, 클라우드 기업이 거대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표준을 만들고 협력하는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에디터의 한마디]
이번 CES 2026 패널 토론은 화려한 기술 시연보다, 그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산업계가 겪고 있는 '성장통'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자동차는 스마트폰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아니오(No)'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 '아니오'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100년 넘게 이어온 기계 산업의 관성을 소프트웨어 문법으로 완전히 치환하는 과정이 그만큼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2026년은 이 거대한 전환의 승패가 갈리는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테크수다는 자동차 분야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좀 다뤄봐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2012년 CES 2012에서 엔비디아가 차량용 대시보드를 그래픽 카드를 제공해 바꾸겠다는 발표와 그게 탑재된 차량을 현장에서 본 게 문뜩 생각납니다.
특히나 올해 엔비디아(www.nvidia.co.kr, CEO 젠슨 황)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안전하고 추론 기반의 차세대 자율주행차(AV)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엔비디아 알파마요(NVIDIA Alpamayo) 제품군을 공개했습니다. 알파마요는 오픈 AI 모델, 시뮬레이션 도구, 데이터세트로 구성돼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는 광범위한 주행 조건 속에서 안전하게 작동해야 합니다. 흔히 '롱테일(long-tail)'이라 불리는,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복잡한 상황들은 자율주행 시스템이 안전하게 처리하기 가장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기존 자율주행차 아키텍처는 인식 기능과 계획 기능을 따로따로 처리했는데, 이런 방식은 새롭거나 특이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확장해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물론 최근 엔드-투-엔드 학습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이러한 롱테일의 극단적 사례를 완전히 극복하려면, 특히 훈련된 범위를 벗어난 상황에서도 원인과 결과를 안전하게 추론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합니다.
알파마요 제품군은 인간과 같은 사고 과정을 자율주행 의사결정에 접목해 단계별 사고와 추론을 기반으로 하는 비전 언어 행동(vision language action, VLA) 모델을 선보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새로운 상황이나 아주 드문 상황에 대해 단계별로 사고할 수 있어 운전 능력과 설명 가능성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게 엔비디아측의 주장입니다. 특히 설명가능성은 지능형 차량의 신뢰와 안전을 확장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고 알파마요 시스템은 엔비디아 헤일로스(Halos) 안전 시스템을 기반으로 강화됐다고 합니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는 "피지컬 AI의 챗GPT(ChatGPT)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제 기계가 현실 세계를 직접 이해하고 스스로 추론하고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로봇택시가 가장 먼저 수혜를 받을 것입니다. 알파마요를 통해 자율주행차는 추론 능력을 갖추게 되며,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복잡한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주행하며, 스스로 내린 주행 결정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안전하면서도 확장 가능한 자율 주행 기술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술이 만들어 내는 현실 혹은 미래는 화려합니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방법과 해법을 찾아내는 일이 바로 혁신가들이 만들어가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일을 테크 분야 종사자들이 하고 있습니다.
호시우행 (虎視牛行)과 우공이산 (愚公移山) 의 자세와 행동으로 이 숨가빠 보이는 기술 변화의 현실에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 이 기사를 작성하면서 구글 제미나이, otter.ai 를 활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