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 : 김덕진 소장이 만난 사람] 정구민 국민대 교수, "청소기가 발이 달렸다?"…로봇, '가전'을 넘어 '파트너'로
[CES 2026 현장 리포트 : 테크수다 *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공동 취재팀] "로봇 청소기가 단순히 바닥만 훑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 로봇은 다리를 이용해 계단을 오르고,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며 인간의 공간 깊숙이 침투하고 있습니다."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6' 언베일(Unveiled) 현장. 정구민 국민대학교 창의공과대학 전자공학부 교수는 올해 CES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주저 없이 '로봇의 진화'를 꼽았다.

AI와 휴머노이드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단순한 가전제품에 머물던 로봇들이 이동성(Mobility)과 지능을 갖춘 '삶의 파트너'로 거듭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소기 업고 계단 성큼"... 공간 한계 깨부순 中 드리미
이날 현장에서 가장 큰 이목을 끈 것은 중국 가전 업체 '드리미(Dreame)'의 변신 로봇이다. 기존 로봇 청소기는 문턱은 넘어도 층간 이동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드리미는 이 고정관념을 보란 듯이 깼다.
정구민 교수는 "드리미가 선보인 기술은 로봇 청소기가 '다리 달린 로봇' 등에 올라타는 방식"이라며 "본체가 레그(Leg) 모듈에 탑승하면 다리를 이용해 계단을 올라가 위층까지 청소를 마무리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로봇이 평면적인 이동을 넘어 수직적인 공간 확장을 이뤄냈음을 의미한다. 단층 아파트를 넘어 복층 주택이나 오피스 환경에서도 사람의 개입 없이 완벽한 청소가 가능해진 셈이다.
이스라엘 '메이트로닉스', 美 수영장 청소 시장 정조준
미·중 무역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기회를 엿보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이스라엘 업체 '메이트로닉스(Maytronics)'는 수영장 청소 로봇을 들고 나왔다.
정 교수는 "수영장 청소 로봇 시장은 그동안 중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었지만, 메이트로닉스는 이를 파고들어 미국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 강화로 드론과 로봇 분야에서 '비(非)중국' 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차, '아틀라스'와 '모베드'로 로봇과 모빌리티 경계 허문다
국내 대표주자인 현대자동차 역시 로보틱스에 방점을 찍는다. 정 교수는 현대차 전시의 핵심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와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모베드는 바퀴가 달려있지만, 4개의 다리가 독립적으로 움직여 계단을 오르거나 경사로를 지날 때도 본체의 수평을 완벽하게 유지한다"며 "이는 배송 로봇이나 퍼스널 모빌리티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정구민 교수는 결국 관건은 이 고도화된 휴머노이드와 로봇을 제조 현장과 일상생활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2026년은 로봇 기술 과시를 넘어 실질적인 '활용성'을 증명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K 빠진 '빈집'? ... "위기 아닌 체질 개선의 시간"
올해 CES의 또 다른 화두는 주요 대기업들의 '숨 고르기'다. 삼성전자가 메인 전시에서 빠지고 SK와 HD현대 역시 불참을 결정하면서 일각에서는 'CES 위기론'까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HD현대의 경우 중장비나 선박을 CES에 전시했을 때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며 "이는 위기가 아니라 각 기업이 자신들에게 맞는 전장(戰場)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오히려 거물들이 빠진 자리를 한국의 혁신 스타트업들이 채우며 'K-테크'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이번 CES 혁신상의 약 60%를 한국 기업이 휩쓸었다.

"미·중 갈등은 기회... 수출만이 살 길"
정 교수는 현재의 국제 정세를 '위너 테이크 올(Winner takes all, 승자독식)'이 심화되는 시기로 정의했다. 미국과 중국이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을 방법은 결국 압도적인 기술 격차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전 세계 드론 시장의 70%를 차지하던 중국산 드론과 로봇이 주춤하는 지금이 한국 기업에겐 절호의 기회 "라며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어 미국 등 거대 수출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고 강조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동 취재 =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ITCL 김덕진 소장 kimdukjin@itc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