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코리아 30년, 왜 다시 ‘AI 스위트’로 돌아왔나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SAP코리아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창립 30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즈니스 AI’와 ‘데이터 스위트’ 중심의 새로운 성장 전략을 밝혔다.

1995년 한국 진출 이후 30년간 국내 기업의 ERP 혁신을 주도해온 SAP는 이제 AI·클라우드 중심으로 진화한 ‘비즈니스 스위트’를 내세우며, 한국 시장을 아태 지역의 핵심 거점으로 재정의했다. SAP 아태지역(APAC) 총괄 사이먼 데이비스는 “한국은 AI 정책과 기업 수용도가 결합된 가장 이상적인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배경: ERP 1세대의 30년, AI 1세대로의 전환

SAP코리아는 1995년 설립 이후 국내 ERP 시장의 표준을 만들어왔다. 2005년 SAP 랩스 코리아 설립, 2013년 S/4HANA 출시, 2020년 KSUG 출범 등 이정표를 거치며 한국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했다.

신은영 SAP코리아 대표

신은영 SAP코리아 대표는 “30년간 한국 기업과 함께 성장하며 혁신의 동반자 역할을 해왔다”며 “AI·클라우드 전환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할 시대”라고 말했다.

SAP가 다시 ‘스위트(Suite)’를 언급하기 시작한 것도 이 맥락이다. 하경남 SAP 고객자문부문장은 “예전 스위트가 프로세스 표준화 중심이었다면, 지금의 비즈니스 스위트는 애플리케이션·데이터·AI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AI 시대의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략·의도: 파트너·고객·AI 정책, 세 축의 성장 선순환 구조(플라이휠)

SAP코리아는 30주년을 맞아 ‘파트너-고객-AI 정책’ 3대 축을 중심으로 성장전략을 제시했다. 한국 정부의 ‘AI+X 산업전략’과 SAP의 기술 방향이 맞닿아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산업별 AI 확산 정책(50개 산업·1조9천억 원 투자)을 SAP의 쥴(Joule)과 비즈니스 데이터 클라우드(BDC) 전략에 연계한다는 구상이다.

사이먼 데이비스 APAC 회장은 “한국은 AI 정책, 클라우드 인프라, 인재 기반이 결합된 드문 시장”이라며 “파트너와 고객, 정책 생태계를 연결해 비즈니스 혁신의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SAP는 현재 한국 내 140여 파트너와 협력 중이며, CJ제일제당·LG·삼성·현대 등 주요 기업이 SAP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 중이다.

시장 맥락: ‘AI+X’와 데이터 주권, 한국이 가진 실험실적 위치

SAP는 한국 시장을 “아태 지역의 전략적 허브”로 규정했다. 크리스티안 클라인 CEO는 3월 방한 당시 “한국의 클라우드 전환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SAP의 10대 글로벌 고객사 대부분이 한국 대기업”이라고 평가했다. SAP는 한국 내 데이터센터 확충과 함께 AWS·MS Azure·Google Cloud 등 하이퍼스케일러와의 선택형 구조를 제공해 데이터 주권과 보안 우려를 동시에 대응하고 있다.

SAP의 시각에서 한국은 기술 수용 속도와 정책 정렬이 맞물린 ‘AI 비즈니스 모델의 테스트베드’다. AI 윤리·데이터 보안 규제가 강한 동시에, 정부 주도의 AI 통합 산업정책이 추진되는 한국은 SAP의 ‘제로카피(Zero Copy)’·‘델타셰어링(Delta Sharing)’ 기반 데이터 연합 모델이 작동하기 좋은 시장이다.

SAP의 핵심 기술 축은 ‘플라이휠(Flywheel)’이다.
이는 “좋은 데이터가 좋은 AI를 만든다(good data leads to good AI)”는 클라인 CEO의 메시지를 구조화한 개념이다. 하경남 부문장은 이를 “애플리케이션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AI를 학습시키고, 다시 그 AI가 프로세스를 고도화하며 더 나은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사이먼데이비스(Simon Davies) SAP 아태지역(APAC) 총괄회장, 권일 CJ제일제당Next ERP TF 리더, 신은영 SAP 코리아대표이사가패널토의를나누고있는모습

SAP의 비즈니스 데이터 클라우드(BDC)는 이 구조의 중심이다. BDC는 SAP·비SAP 데이터를 통합하고, 데이터브릭스·스노우플레이크 등과 연동해 분석·AI 학습용 데이터 제품으로 전환한다. 특히 ‘제로카피’ 구조를 통해 데이터를 외부로 복제하지 않고 AI 분석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 하나의 축은 SAP의 생성형 AI 코파일럿 ‘쥴(Joule)’이다. 쥴은 SAP의 모든 애플리케이션과 AI의 단일 진입점으로, ‘AI 슈퍼 오케스트레이터(super orchestrator)’로 불린다. SAP는 2025년까지 400개 이상의 임베디드 AI 사례를, 2030년까지 전 세계 1,200만 명의 AI 역량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은영 SAP코리아 대표는 “AI 도입은 기술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며 “한국 기업의 디지털 전환 과제를 AI·데이터·파트너십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권일 CJ제일제당 리더는 “SAP와 협업해 디지털 트윈 기반 상시 프로세스 혁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AI 기반 데이터 중심 경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사이먼 데이비스 SAP APEC 회장은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SAP는 고객이 AI를 가져오기보다, AI가 고객의 데이터로 찾아가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AP의 30년은 ERP의 역사이자 데이터의 역사였다. SAP는 이제 그 데이터를 ‘AI로 되돌리는 회로’를 완성하려 한다.

클라인 CEO가 말한 “AI는 기술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목적”이라는 선언은, SAP가 ERP·HANA·S/4 이후 새로운 성장 곡선을 ‘AI 스위트’로 잡았음을 의미한다.

한국은 그 실험의 전면에 있다.
30년간 ERP 혁신의 현장이었던 한국 시장이 이제 AI 스위트의 첫 실험장이 되고 있다. SAP의 다음 10년은 ‘데이터에서 AI로, AI에서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이 구조가 실제 고객의 가치로 연결되느냐에 달려 있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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