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클라우드가 탈락하는 대이변…'패자부활전' 꼼수 카드 꺼낸 과기정통부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대한민국 인공지능(AI) 주권을 위한 국가 프로젝트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네이버클라우드가 탈락하는 대이변이 발생했다. 정부가 '독자 AI(Sovereign AI)'의 정의를 '바닥부터(From Scratch) 설계·학습한 모델'로 엄격하게 규정하면서, 기존 모델을 미세조정(Fine-tuning)하는 방식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반면, LG AI연구원은 모든 평가 지표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며 '국가대표 AI'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배경훈)는 15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단계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3개 팀을 2차 단계 진출 정예팀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유력한 경쟁자였던 네이버클라우드와 엔씨소프트(NC AI)는 고배를 마셨다.

◇ "무늬만 국산은 가라"... 뼈아픈 '독자성' 검증

이번 평가의 최대 쟁점은 '독자성(Sovereignty)'이었다. 과기정통부는 "오픈소스나 해외 모델의 가중치(Weight)를 가져와 미세조정하는 것은 독자 모델로 인정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클라우드가 제출한 'HyperCLOVA X SEEDThink(32B)' 모델은 심사 과정에서 "독자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동안 네이버가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하며 자국어 중심 AI 생태계를 이끌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결과는 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는 "국가 안보와 기술 종속을 막기 위해 가중치 초기화 후 자체적으로 학습한 모델만 인정한다"며 타협 없는 기준을 적용했다.

◇ '준비된 1등' LG AI연구원, 기술력으로 압도

이번 평가의 주인공은 단연 LG AI연구원이었다. LG는 ▲벤치마크(33.6점) ▲전문가 평가(31.6점) ▲사용자 평가(25.0점 만점) 등 모든 부문에서 경쟁사들을 제치고 최고점을 휩쓸었다.

LG AI연구원이 선보인 모델은 매개변수 2,360억(236B) 개 규모로, 산업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한 수준의 완성도를 보였다. 이미 지난 2024년 '엑사원 3.0'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글로벌 상위권 성능을 입증했던 LG는, 이번 평가에서도 기술적 혁신성과 개방형 생태계 전략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 SKT '물량 공세' vs 업스테이지 '경량화 혁신'

함께 선정된 SK텔레콤과 업스테이지의 약진도 돋보였다. SK텔레콤은 매개변수 5,190억 개에 달하는 초대형 모델을 앞세워 '최대 규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반면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는 1,000억 개(100B) 수준의 비교적 작은 모델로도 대규모 모델에 버금가는 성능을 구현해 '가성비'와 '기술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특히 업스테이지의 'Solar Pro2' 모델은 미국 내 AI 성능 평가에서도 주목받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패자부활전 예고

과기정통부는 “이번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독자적 기술로 당당히 맞서기 위한 역사적 도전”이라며, “정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반드시 확보하여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기술 경쟁의 선두에 설 수 있도록 가용한 모든 국가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진짜 한국형 AI'를 가려내기 위한 정부의 엄격한 잣대가 국내 AI 기업들의 기술 자립을 가속화할지, 아니면 생태계의 재편을 불러올지 2026년 AI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번 결과에 대해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은 "2026년 초반을 달군 업스테이지의 프롬스크래치 논쟁의 시작이 이번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독자성의 정의를 명확하게 하지 못한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형AI라는 것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것이 아닌가 한다"라며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치열한 AI경쟁 속 탈락한 두 회사의 자산도 국가 AI라는 차원에서 중요한 리소스가 될 수 있기에 이들의 노력의 결과가 그냥 엎어지고 사라지는게 아닌 어떤 방법으라도 한국형AI에 기여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결과로 AI 생태계가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패자부활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과기정통부는 탈락한 팀과 신규 참여 기업 모두에게 문호를 개방해 1개 정예팀을 추가로 선발, 총 4개 팀 체제로 2026년 상반기 경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네이버클라우드와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유수 국내 대학들의 탈락을 다시 구제해주기 위한 꼼수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패자부활전 카드는 초기에는 전혀 거론되지도 않았던 카드다. 이래 저래 이 프로젝트는 뒷말을 많이 남기게 됐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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