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시 "AI가 일하고 사람은 이해한다"…글→도식→웹→영상, LLM 결과물 읽는 4단계 사다리
항공 정비 문서 규격으로 글 다듬고, 맞춤형 설명 영상까지…'쓰고 버리는 소프트웨어'가 감독 업무의 도구로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안드레 카파시(Andrej Karpathy)가 2일 자신의 X 계정에 대규모언어모델(LLM)이 내놓은 결과물을 사람이 더 잘 이해하는 방법을 정리해 올렸다. 게시 시각은 한국 시간 2일 오전 9시 37분이다. 그는 통제 언어로 쓴 글에서 출발해 다이어그램, 인터랙티브 웹 페이지, 맞춤형 설명 영상으로 올라가는 네 단계 출력 형식을 제시했다. AI가 실무를 넘겨받을수록 사람의 일은 감독과 이해로 옮겨 가고, 그 이해를 돕는 데도 AI가 만든 일회용 소프트웨어를 쓰자는 제안이다.
핵심 요약
- 글보다 도식, 도식보다 웹, 웹보다 영상 — 카파시는 출력 형식마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는 말을 붙이며 단계를 올렸고, 가장 기대하는 형식으로 맞춤형 설명 영상을 꼽았다.
- 항공 정비 규격 ASD-STE100의 재발견 — 오해의 여지를 줄이려 만든 통제 언어 규격을 LLM 글쓰기 지시문으로 쓰자고 제안했다. 규격이 엄격해 '80% 수준'으로 완화해 요청하는 요령도 덧붙였다.
- 사람의 일은 감독과 이해로 — 지능과 코드가 흔해진 만큼, 과거엔 만들 이유가 없던 맞춤형·일회용 산출물을 적극 요청하라고 권했다.

"결과물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시간 쓰게 될 것"
카파시는 글을 이렇게 시작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는 언어 모델이 내놓은 결과물을 이해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것"이라고 썼다. 문제 제기는 단순하다. 에이전트가 코드를 짜고 보고서를 쓰고 분석을 끝내도, 그 결과가 맞는지 판단하고 책임지는 몫은 여전히 사람에게 남는다. 결과물의 양이 늘수록 읽고 이해하는 작업이 병목이 된다.
카파시는 오픈AI 공동창업자이자 테슬라 AI 총괄을 지낸 인물로, 현재 AI 교육 스타트업 유레카 랩스(Eureka Labs)를 이끌고 있다. 유튜브 강의로 LLM의 원리를 일반인에게 풀어 온 그가 이번에는 '설명받는 쪽'의 기술을 다뤘다.
1단계 글쓰기: 항공 정비 문서 규격을 지시문으로
첫 단계로 그는 LLM에게 설명을 ASD-STE100 형식으로 써 달라고 요청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ASD-STE100, 즉 단순화 기술영어(Simplified Technical English·STE)는 기술 문서를 단순하고 명확하게 쓰도록 설계한 통제 자연어다. 항공기 정비 지시를 잘못 읽으면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읽는 사람 상당수가 영어 원어민이 아니며 작성자에게 되물을 길도 없다는 점이 이 규격을 낳았다. 한 단어에 한 뜻, 능동태, 단순 시제, 한 문장에 한 지시, 짧은 문장이 핵심 원칙이다.
규격의 역사도 길다. 유럽 항공우주·방산산업협회(ASD)의 실무 그룹인 STEMG가 1983년부터 관리해 왔다. 현행판인 9판은 2025년 1월 15일 나왔고, 이 판부터 '규격'에서 '국제 표준'으로 지위를 바꿨다. 9판은 새 규칙을 더하지 않는 대신 기존 53개 규칙 가운데 31개의 문구를 손봤다.
카파시는 LLM이 이 언어를 잘 알고 있어 결과물이 훨씬 읽기 쉬워진다고 평가했다. 다만 규격이 워낙 엄격해 'ASD-STE100의 80% 수준으로' 써 달라고 완화해 요청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장황한 수식과 얼버무림을 걷어 내는 문체 지시를 이미 검증된 표준 하나로 대신하는 셈이다.
2·3단계: 도식으로 보고, 웹 페이지로 만진다
카파시는 단계를 하나씩 올렸다. 글 대신 다이어그램을 요청하면 처리하고 파악하기가 훨씬 쉽다고 했다. 그다음은 웹 페이지다. 결과를 'HTML로' 달라고 하면 인터랙티브한 페이지를 받을 수 있고, LLM의 프런트엔드 실력이 빠르게 늘어 애니메이션까지 수준급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읽는 문서에서 보는 그림으로, 다시 직접 조작하는 화면으로 이해의 방식이 바뀌는 구조다.
4단계 설명 영상: "이게 실제로 되기 시작했다"
그가 가장 기대를 건 형식은 어떤 주제든 맞춤형으로 만드는 설명 영상이다. 예시로 수학 유튜브 채널 3Blue1Brown(3b1b) 스타일의 설명 영상을 만들고, 내레이션은 음성 AI 기업 일레븐랩스의 API로 입히는 요청을 들었다. API 키가 없으면 내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무료 대안을 LLM에게 찾아 달라고 하면 된다는 설명도 붙였다. 그는 이 방식에 대해 "이게 실제로 되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반응은 곧바로 나왔다. 개발자들은 카파시의 네 단계를 그대로 옮긴 에이전트 스킬을 깃허브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한 저장소는 STE 텍스트, 한 장짜리 도식, 인터랙티브 페이지, 내레이션 영상의 네 형식을 각각 기계 검증 절차와 함께 묶었다. 회의론도 있다. 해커뉴스에서는 'ASD-STE100으로 써 달라'는 한 줄 지시만으로 별도 도구가 하는 일 대부분을 해낼 수 있다는 비판이 가장 큰 공감을 얻었다. 모델이 9판 규격을 얼마나 충실히 따르는지는 아직 열린 질문이며, '80%' 우회책 자체가 그 어려움을 드러낸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계를 밀어붙여 보라"…쓰고 버리는 소프트웨어의 시대
카파시는 글을 두 가지 결론으로 맺었다. 첫째, LLM이 좋아질수록 실무를 더 많이 스스로 처리하고, 사람의 일은 추상화 단계를 타고 올라가 감독과 이해로 옮겨 간다. 둘째, 그 이해 작업에도 LLM이 쓸모 있다. 지능과 코드가 흔해진 덕분에 예전엔 만들 이유가 없던 크고 맞춤형이며 쓰고 버려도 되는 산출물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 한계를 밀어붙여 보라. 깜짝 놀랄 것"이라고 권했다.
테크수다의 시각
카파시의 글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일회용'이라는 단어다. 지금까지 소프트웨어는 한 번 만들어 많은 사람이 오래 쓰는 물건이었다. 개발 비용이 컸기 때문이다. 코드를 만드는 비용이 0에 가까워지면 계산이 바뀐다. 보고서 한 건을 이해하려고 웹 앱을 만들고, 버그 하나를 설명하려고 영상을 만드는 일이 낭비가 아니게 된다. 소프트웨어가 '제품'에서 '소모품'으로 내려오는 장면이다.
언론사도 비켜 갈 수 없다. 기자가 AI로 녹취를 정리하고 초안을 받는 일은 이미 흔해졌다. 남는 일은 그 결과물이 맞는지 확인하고 독자가 이해하도록 다시 짜는 일이다. 카파시가 말한 '감독과 이해'가 곧 데스크의 일이다. 독자 입장에서도 같은 기사를 글, 도식, 인터랙티브 페이지, 짧은 영상으로 골라 보는 날이 멀지 않았다.
한계도 분명하다. ASD-STE100은 영어 규격이다. 한국어로 쓰는 우리에게는 그대로 가져다 쓸 표준이 마땅치 않다. 짧은 문장, 한 문장에 한 뜻, 능동형, 같은 개념에는 같은 용어라는 원칙을 한국어 지시문으로 직접 옮겨 정리해 두는 작업이 필요하다. 신문사 교정 원칙이 오래 쌓아 온 내용과도 상당 부분 겹친다. 도식과 영상 역시 보기 좋을수록 오류를 감추기 쉽다. 형식이 화려해질수록 사실 확인의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결국 AI가 만든 결과물을 이해하는 능력이, 앞으로 일하는 사람의 경쟁력을 가를 것이다.
카파시의 LLM 결과물 이해 사라지, 이런 점이 궁금하셨나요?
Q. ASD-STE100이 뭐길래 LLM 글쓰기에 쓰자는 건가
A. 항공기 정비 문서를 오해 없이 읽히도록 만든 영어 통제 언어 표준입니다. 한 단어 한 뜻, 능동태, 짧은 문장 같은 규칙을 둡니다. 카파시는 이 규격으로 설명해 달라고 하면 LLM의 글이 훨씬 읽기 쉬워진다고 봤습니다.
Q. 왜 '80% 수준'으로 요청하나
A. 규격이 매우 엄격해 그대로 적용하면 표현이 지나치게 딱딱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파시는 원칙의 대부분만 따르게 완화하는 요령을 제시했습니다.
Q. 네 단계 출력 형식은 무엇인가
A. 통제 언어로 쓴 글, 다이어그램·이미지, 인터랙티브 HTML 웹 페이지, 맞춤형 설명 영상 순입니다. 카파시는 단계가 올라갈수록 이해하기 쉬워진다고 보고, 설명 영상에 가장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Q. '쓰고 버리는 소프트웨어'는 무슨 뜻인가
A. 한 번의 이해나 결정을 위해 만들고 버리는 웹 앱, 영상 같은 산출물입니다. 코드 생성 비용이 크게 떨어지면서 예전엔 만들 이유가 없던 맞춤형 도구를 부담 없이 요청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Q. 한국어 사용자도 바로 쓸 수 있나
A. ASD-STE100은 영어 표준이라 한국어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짧은 문장, 능동형, 용어 통일 같은 원칙을 한국어 지시문으로 정리해 쓰는 방법이 현실적입니다. 다이어그램, HTML, 영상 단계는 언어와 관계없이 바로 시도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및 원문 출처
원문
- Andrej Karpathy, X 게시물, 2026.10.2. https://x.com/karpathy/status/2105819303471976479
ASD-STE100 표준
- STEMG, ASD-STE100 공식 홈페이지. https://www.asd-ste100.org/
- ASD, "A milestone in Simplified Technical English: ASD-STE100 Issue 9". https://www.asd-europe.org/news-media/news-events/news/simplified-technical-english-asd-ste100-issue-9/
- tcworld, "ASD-STE100 Issue 9: Setting a standard for technical documentation". https://www.tcworld.info/e-magazine/technical-writing/asd-ste100-issue-9-setting-a-standard-for-technical-documentation
개발자 커뮤니티 반응
- Ray0907, "explain-ladder", GitHub. https://github.com/Ray0907/explain-ladder
- danyuchn, "asd-ste100-skill", GitHub. https://github.com/danyuchn/asd-ste100-skill
- explainx.ai, "ASD-STE100: The Aerospace Standard Fixing AI Slop Writing". https://explainx.ai/blog/asd-ste100-simplified-technical-english-ai-skill-2026
- FourWeekMBA, "Karpathy's Case for Discardable Software", 2026.10.2. https://fourweekmba.com/ai-karpathy-discardable-software-artifacts/
테크가 전 산업 영역에 스며드는 소식에 관심이 많다. 1999년 정보시대 PCWEEK 테크 전문지 기자로 입문한 후 월간 텔레닷컴, 인터넷 미디어 블로터닷넷 창간 멤버로 활동했다. 개발자 잡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 편집장을 거쳐 테크수다를 창간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태블릿을 가지고 얼굴이 꽉 찬 방송, 스마트폰을 활용한 현장 라이브를 한국 최초로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