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CEO가 미래 대응해 커낸 키워드 ‘시스템·AI·사람’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국산 ERP 대표 주자 중 하나인 영림원소프트랩이 모처럼 신제품과 제품 로드맵을 공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권영범 대표는 국내 최초로 IBM 메인프레임을 클라이언트 서버 구조로 다운사이징한 인물이다. ‘시스템, AI 그리고 사람’이라는 주제로 꾸려진 이번 무대는 ERP(전사적자원관리) 기업으로서 30년 넘게 한국 기업 경영의 백엔드를 책임져 온 영림원이,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어떻게 변신을 꾀하고 있는지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CEO

권영점 영림원소프트랩 대표는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은 마술을 실제라고 믿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오픈AI가 ChatGPT를 선보이며 관련 업계는 AI의 ‘전능함’을 믿고 달려왔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보여주는 문장 생성 능력, 데이터 요약, 음성 인식과 합성은 놀라웠다. 개인들이 먼저 반응했지만 실제 기업 경영의 세계는 준비할 게 많다. ERP는 단일 프로그램이 아니라, 인사·회계·생산·영업을 연결하는 수천 개 프로세스의 집합이다. 여기서 오류는 치명적이고, 작은 비효율은 곧장 손실로 이어진다. 영림원소프트랩은 100여개의 프로세스 중 고객들이 우선 적용 가능한 20-30개의 프로세스에 이를 적용하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권영범 대표의 발언은 바로 그 현실을 겨냥하고 있다. 2500여 고객사들이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만큼 고객들의 요구에 맞게 순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우선 자사의 제품 라인업을 새롭게 구성했고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AI를 “사람의 가장 좋은 도구이자 파트너”라고 규정했다. 이는 AI의 한계를 폄훼하기보다, 오히려 그 한계를 명확히 이해할 때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시각이었다. AI는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지만, 목표를 설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협업을 조직하는 일은 사람의 몫이라는 메시지였다.

영림원은 ERP 기업이다. ERP라는 단어가 한국에 도입되던 1990년대 초반부터 영림원은 그 맥락 한복판에 있었다. 기자가 처음 영림원 본사를 찾았던 2000년대 초, 이 회사는 SAP와 오라클 등 글로벌 강자들 사이에서 “한국형 ERP”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었다. 당시 영림원이 강조한 것은 ‘시스템 경영’이었다.

권영범 대표는 이번에도 같은 철학을 강조했다. 경영은 곧 시스템이며, 시스템은 인풋을 넣고 정돈된 프로세스를 통해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다만 달라진 것은 그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기술이 AI와 모바일이라는 점이다.

그는 "AI가 모바일의 작은 화면 제약을 해결합니다.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업무 생산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제품군—‘K-System AI’, ‘K-System Ace I&I’, ‘K-SMART 세일즈먼’, ‘플렉스튜디오’, ‘에버온사람’—은 모두 이 철학을 토대로 설계됐다.

‘K-System AI’는 제품이라기보다 플랫폼적 아키텍처라고 강조한다. ERP의 정형 데이터와 생성형 AI의 확률적 특성을 조율해, 사람 검증을 필수로 하는 지능형 ERP를 구현하고 있다. ‘마스터 에이전트’ 구조를 도입해, 사용자의 의도를 해석하고 필요한 데이터·도구·프로세스를 호출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히 ERP에 챗봇을 붙이는 수준을 넘어, ERP 자체를 AI 네이티브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영림원이 이미 32년간 5만여 개의 업무 프로그램을 커스터마이징해 온 경험을 기반으로, 산업별 맞춤형 AI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한 대목이다.

권영범 대표는 모듈형태로 7개 다양한 산업별 ERP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에 더 맞춤형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해 가고 있고 AI도 역시 이런 기조 아래 제품에 통합되어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K-System Ace I&I’는 새롭게 선보이는 ERP 제품이다. AI 도입의 장애물인 데이터 파편화, 보안, 전문인력·예산 부족을 새로운 제품을 중ㅎ심으로 통합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I&I는 Integrated + Intelligent의 약자다. 통합과 지능화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MES+ERP 연계, 스마트 공급망 관리, 회계·결산 자동화 같은 기능은 ERP 고객들이 수십 년 동안 꿈꿔온 것들이다.

ERP가 그간 ‘관리자용 시스템’이라는 오명을 썼던 것을 벗겨내고, 전사 직원이 체감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생성형 AI가 적용되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특정 프로세스에 우선 적용하면서 고객들의 요구사항도 파악해 나갈 계획이다.

AI에 대한 새로운 로드맵을 제공하는 자리였지만 모바일 ERP가 사용자 친화적으로 고객에게 다가설 수 있다는 걸 강조하는 무대기도 했다.

ERP는 백오피스 시스템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K-SMART 세일즈먼’은 프런트오피스에 가까운 제품이다. 영림원은 “DX와 AX 이후의 경쟁력은 현장 실행력에 달려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AI 기반 요약, 음성 채팅, 일정 브리핑, 보고서 작성은 이미 익숙한 기능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ERP 데이터와 직접 연동해 영업 활동 전체를 기록·분석·추천하는 것은 차별화 포인트다. ERP와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AI 영업 비서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엿보였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모바일용 앱이나 웹 서비스를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노코드 제품인 플렉스튜디어(Flextudio)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플렉스튜디오는 기업에서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로우코드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으로써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와 강력한 기능을 통해 합리적인 비용으로 기업에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게 한다.

기업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레거시 시스템이나 DB를 플렉스튜디오에 연결하여 실제 업무환경에 필요한 데이터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다. 플렉스튜디오는 기업의 생산, 영업, 인사, 총무 등의 업무영역에서 활용 가능한 웹/앱 형태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공함으로써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전환하는데 기여한다.

권영범 대표는 "한국 대학교들에서 활용하겠다면 무료로 제공하겠습니다. 학생들이 이걸 활용해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내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에 취직을 하는데도 유리할 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CES 2025] 영림원소프트랩, 기업용 앱 개발 플랫폼 ‘플렉스튜디오’로 세계 시장 노크···30분 만에 기업용 앱 개발 뚝딱
ERP 전문 기업 영림원소프트랩(대표이사 권영범, 060850)이 세계 최대 IT전시회 ‘CES 2025’에 참가하여 로우코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플랫폼 ‘플렉스튜디오’를 선보인다. 영림원측은 30분 만에 기업용 비즈니스 앱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 노코드 앱 제작 플랫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에버온사람: 사람을 자산으로 보는 철학

마지막 발표는 다소 의외였다. ERP 행사장에서 ‘셀프 코칭 앱’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그러나 곱씹어보면 이 또한 권 대표가 강조한 “사람 중심” 철학의 연장선이었다. ‘에버온사람’은 직원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마이크로 러닝·셀프 리플렉션 도구다. 국제노동기구(ILO)의 ‘2030년까지 3억 명 일자리 전환·소멸’ 전망을 인용하며, AI 시대의 인재 위기를 정면으로 다뤘다.

이는 영림원이 단순히 ERP 벤더가 아니라, 조직 문화와 사람의 성장을 돕는 파트너로 자신을 재정의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동안 ERP 기업들은 인적 자원 관리라는 말을 자주 사용해 왔다. 기업들도 '인사부'라는 말로 직원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겼다. 하지만 최근 이런 부서가 '피플팀', '조직문화혁신팀', '컬처팀', '피플 & 컬처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바뀌고 있다. 직원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고 익명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지원하겠다는 것.

권영범 대표는 끝으로 "영림원소프트랩은 시스템과 AI, 그리고 사람을 연결해 고객의 지속 성장을 지원하는 최고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2030년까지 1억 달러 매출, 직원 평균 연봉 1억원, 아시아 ERP 1위 기업, 주가 10만원을 달성하겠다늠 목표는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100억원 대 계약도 체결했고 개발 센터도 마련했다. 일본 시장은 고객 커스터마이징 능력을 더욱 강화해 2028년 경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은 권영범 대표가 가진 질의 응답

Q1. 오늘 발표된 제품 중 어떤 것이 신제품이고, 기존 제품과의 차별점은 무엇입니까?

K-SMART 세일즈맨과 에버온사람은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신제품입니다. K-System Ace I&I는 지난 4월 출시 이후 꾸준히 진화중인 제품으로, 이번에는 프로세스 기반의 디지털화와 AI 적용 범위를 확장한 점을 보여드린 것입니다. 단발적 출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ERP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AX화할 수 있는 구조를 완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Q2. 글로벌 ERP 벤더들도 AI ERP를 내놓고 있는데, 영림원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입니까?

ERP는 기업 내 모든 인과적 데이터가 축적되는 핵심 시스템입니다. 차별화의 본질은 고유한 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영림원은 프로세스 단위로 모듈을 탈착할 수 있는 독자 아키텍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산업별 ERP를 7개 이상 출시했으며 앞으로도 확장 가능합니다.

경쟁사들이 범용 플랫폼을 제공한다면, 우리는 산업별 맞춤형 ERP와 모바일 기반 AX 실행력으로 차별화를 꾀합니다.

Q3. 구축형과 클라우드 고객의 비율과 최근 변화는 어떻습니까?

ERP 전체를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속도는 예상보다 더딘 편입니다. 다만, 커스터마이징이 불필요한 ‘에버타임(근태관리)’과 ‘에버페이롤(급여관리)’ 같은 SaaS형 서비스는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전체 ERP 구축 건수도 과거 연 100건 수준에서 올해는 150~200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향후 클라우드 기반 ERP 확산보다는, 특화 SaaS와 모바일 앱 중심 성장이 더 빠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4. AI 기능의 정확도나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정량적 지표가 있습니까?

현재 100여 개 프로세스를 AI화 대상으로 나누어 연구 중이며, 약 20~30개 프로세스에 대해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질문 형태가 다양해 정량적 정확도를 단순 수치로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품질혁신단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개선을 하고 있으며, 같은 데이터 구조를 가진 고객군을 대상으로 알파·베타 테스트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Q5. 기존 ERP 고객들도 이번 AI 기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까?

기존 고객들도 온프레미스·클라우드 여부와 상관없이 업데이트를 통해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고객 서비스 조직 내에 AX 전담팀을 신설해, 업그레이드 모듈 제공 및 기업별 맞춤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단순 기술 지원을 넘어, 컨설턴트들이 AI 활용 역량을 직접 갖추도록 교육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매년 3명씩 선발해 대학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Q6. 해외 시장 공략 전략은 무엇입니까?

2025년 초 인도네시아에서 100억 원 이상 규모 단일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동남아 공장형 고객군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일본은 특히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SaaS보다는 장기간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온프레미스 ERP를 선호합니다. 영림원의 강점이 바로 커스터마이징 역량이기 때문에, 일본 시장에서는 이를 전면에 내세울 전략입니다.

또한 인도네시아에 모바일 AX 개발자 트레이닝 센터를 개설해, 한국과 일본 고객 수요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Q7. 수익 구조와 판매 전략은 어떻게 되나요?

AI 기능은 ERP 모듈별 프롬프트 사용량에 따라 추가 과금하는 구조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플렉스튜디오는 ERP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대학에 무상 제공해 학생들이 학습 후 산업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하도록 하는 장기적 생태계 전략도 추진 중입니다. 기존 2,500여 고객사를 기반으로 신제품 마케팅은 큰 부담이 없으며, 파트너 생태계도 점차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Q8. AI 도입 속도와 매출 성장 전망은 어떻습니까?

AI 도입은 고객들의 수용 속도에 맞춰 점진적으로 진행할 것입니다. ‘맛보기 앱’(K-SMART 모바일, 세일즈맨 등)을 통해 경험을 제공한 뒤 확대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구체적 수치를 밝히긴 어렵지만, 매출은 400억→500억→600억 원대 성장세를 이어왔으며 올해는 700억 원 이상이 예상됩니다.

2030년까지 ‘ACE 4 비전’을 통해 매출 1억 달러(약 1,400억 원)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해외 성과는 2027~2028년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Q9. 데이터 플랫폼과 AI 협력은 어떻게 진행 중입니까?

ERP는 기업 내 인과적 데이터가 집적되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제로 산업별 데이터 통합에는 제약이 있습니다.

따라서 고객별 협약을 통해 데이터를 익명화·가공해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외부 AI 모델·업체들과 협력해 다중 모델 전략을 추진중입니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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