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서울서 '프론티어 전환' 선언… "AI 도입 여부 아닌 성과가 문제"
코파일럿 유료 이용자 160%↑·한국 AI 시장 2032년 500억 달러 전망… KT·현대백화점·연세의료원 등 현장 혁신 사례도 공개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마이크로소프트가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 AI 투어 서울(Microsoft AI Tour Seoul) 2026'을 개최하고, 인공지능(AI) 도입의 다음 단계인 '프론티어 전환(Frontier Transformation)'을 국내 기업 공략의 핵심 화두로 내세웠다.
전 세계 도시를 순회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글로벌 플래그십 컨퍼런스가 서울 땅을 다시 밟은 이날, 스콧 거스리(Scott Guthrie)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및 AI 수석 부사장이 직접 기조연설자로 나서 '대한민국의 AI 프론티어 구축(Building South Korea's AI Frontier)'을 주제로 전략 방향을 제시했고, 조원우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와 KT·현대백화점그룹·연세대학교의료원 등 국내 기업 리더들이 구체적인 AI 도입 성과를 공유했다.

■ PoC의 시대는 끝났다… '프론티어 전환'으로의 대전환
이날 행사의 핵심 메시지는 단 하나였다. AI는 이제 실험실 밖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원우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는 기조연설 첫머리에서 "AI 전환은 더 이상 도입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측정 가능한 실질적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잘라 말했다. PoC(개념증명)와 파일럿 단계에 머물던 국내 기업들을 향해 '실행 중심의 로드맵'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 발언이었다.
조 대표는 한국 AI 시장의 현주소를 수치로 제시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현재 약 70억 달러(한화 약 10조 원) 규모인 국내 AI 시장이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해 2032년에는 약 500억 달러(약 7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Fortune Business Insights도 한국 인공지능 시장이 2032년에 약 538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망치는 주요 기관 예측과 대체로 부합한다.
국내 기업의 AI 도입 속도도 주목할 만하다. 전체 기업의 약 70%가 AI를 도입했고, 전 국민의 약 30%가 이미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는 수치가 제시됐다. 작년 한 해에만 110만 개의 새 스타트업이 창업됐고, 그 중 18%가 기술 분야에 집중됐으며, 상반기 벤처 투자의 38%가 AI 관련 프로젝트로 흘러들어 갔다. AI 스타트업에 대한 10년간 누적 투자 규모는 약 14조 원으로 세계 9위권 수준이다.
스콧 거스리 수석 부사장은 기조연설에 앞서 마이크로소프트의 AI 비서 '코파일럿(Copilot)'에게 한국인들이 AI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고 소개했다. 돌아온 답변은 '강한 낙관론과 현실적인 우려의 공존'이었다. 그는 AI 도입 모멘텀이 분명히 존재하는 동시에, 기술 격차와 보안·신뢰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공존한다고 짚었다. 이 배경 위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한 해법이 바로 '프론티어 전환'이다.
거스리 부사장은 "프론티어 전환은 초기 AI 도입 단계를 넘어, 새로운 차원의 성과를 창출하고 비즈니스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며, 지능형 솔루션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AI 혁신을 주도하는 신뢰받는 프론티어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생산성 도구를 제공하는 기업에서, 고객과 함께 결과를 만들어내는 파트너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역할을 재정의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 '프론티어 성공 프레임워크' 4대 축… 조직 전체를 AI로 재설계
이날 공개된 '프론티어 성공 프레임워크(Frontier Success Framework)'는 단순한 AI 도입 체크리스트가 아니다. 조직이 실험 단계를 완전히 벗어나 실질적 비즈니스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4가지 핵심 성과 축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첫째는 '임직원 경험 강화(Enrich employee experiences)'다. 더 나은 도구로 임직원이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둘째는 '고객 참여 혁신(Reinvent customer engagement)'이다. AI를 활용해 보다 개인화되고, 즉각적이며, 확장 가능한 고객 경험을 만들어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장으로 연결하는 과제다. 셋째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설계(Reshape business processes)'다. 워크플로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편해 직원들이 더 높은 가치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넷째는 '혁신 가속화(Bend the curve on innovation)'다. 아이디어를 시장에 더 빠르게 내놓을 수 있는 조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거스리 부사장은 이 네 가지 성과가 동시에 구현될 때 비로소 '프론티어 기업'이 탄생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은 '지능(Intelligence)'과 '신뢰(Trust)'의 두 기둥이다. 지능은 조직의 데이터와 지식, 프로세스를 AI 시스템에 통합해 개인 역할뿐 아니라 조직 전체가 AI를 통해 추론하고 창조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신뢰는 AI 시스템이 안전하고, 관찰 가능하며, 컴플라이언스를 준수하도록 보장해 조직이 AI가 무엇을 하고, 왜 하는지를 언제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Work IQ', 'Microsoft Fabric', 그리고 에이전트 거버넌스 플랫폼인 'Microsoft 365 Agents'를 이 두 기둥을 지탱하는 기술 인프라로 내세웠다.
코파일럿의 글로벌 성과 지표도 이날 처음으로 공개됐다. 포춘 500대 기업 중 코파일럿을 채택한 비중이 90%를 넘어섰고, 유료 이용자 수는 전년 대비 160% 이상 증가했으며, 일일 활성 사용자 수는 무려 10배가 늘었다. 3만 5,000명 이상 규모의 대규모 도입 기업 수도 3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수치들은 AI가 일부 얼리어답터의 전유물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방증한다.
아울러 오는 5월 1일부터는 새로운 통합 엔터프라이즈 플랜인 '마이크로소프트 365 E7(프론티어 스위트)'이 출시된다. 기존 E5 플랜에 코파일럿과 에이전트 365를 결합한 제품군으로, 엔트라(Entra)·디펜더(Defender)·인튠(Intune)·퍼뷰(Purview)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보안 솔루션이 모두 포함된다. 이 플랜은 에이전트 AI를 보안이 검증된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 활용하려는 조직을 위한 '올인원 AI 인프라'로 포지셔닝됐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의 최신 업데이트인 '웨이브 3(Wave 3)'도 소개됐다. 'Work IQ'를 기반으로 워드·엑셀·파워포인트·아웃룩 등 M365 주요 앱 내에서 사용자별 업무 맥락을 학습하고 반영하는 개인화된 에이전트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신기능 '코파일럿 코워크(Copilot Cowork)'는 사용자가 목표를 입력하면 이메일·일정·문서 등 M365 앱 전반의 데이터를 통합해 여러 단계의 업무를 자율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한다. 이 기능은 현재 프론티어 프로그램 참여 고객에게 우선 제공 중이다.

■ KT, 헤이디, 연세의료원… 한국 기업의 '프론티어 전환' 현장
이날 행사의 또 다른 핵심은 국내 기업들의 생생한 혁신 사례 발표였다. 프레임워크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준 것은 수치와 현장의 목소리였다.
KT: 임직원이 직접 만드는 AI 에이전트 생태계
KT는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 도입을 시작으로, AI를 조직의 전략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본격화했다. 단순히 코파일럿을 배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내 데이터를 중앙화하고 연동 환경을 구축해 임직원들이 자신의 역할과 워크플로에 최적화된 AI 에이전트를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한 것이 핵심이다. 이 접근법은 개인의 생산성 향상을 기업 차원의 조직적 가치로 전환하는 모델이다.
김훈동 KT 전략사업컨설팅부문 AXD본부장은 직원들이 자신의 특정 역할과 워크플로에 최적화된 AI 에이전트를 직접 구상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결과 실제 성과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 AI 솔루션의 라이프사이클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 개별 업무를 조직적 가치로 전환해 나가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KT의 사례는 '임직원 경험 강화'라는 프레임워크의 첫 번째 축을 국내에서 구현한 대표 모델로 평가된다.
현대백화점그룹: 월 8만 건의 AI 쇼핑 큐레이션 '헤이디'
현대백화점그룹의 AI 어시스턴트 '헤이디(HEYDI)' 사례는 오프라인 리테일의 AI 혁신을 보여주는 가장 인상적인 국내 사례 중 하나다. 애저 오픈AI(Azure OpenAI) 기반으로 개발된 헤이디는 현대백화점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실시간 쇼핑 큐레이션, 다국어 안내, 상황 인식형 맞춤 추천을 제공한다. 고객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51점을 기록했으며, 사용 건수는 서비스 오픈 시점의 월 9,000건에서 현재 월 8만 건으로 약 9배 성장했다.
김석훈 현대백화점그룹 ICT전문기업 현대퓨처넷 본부장은 전 세계 고객이 찾는 초대형 오프라인 매장에서 언어와 목적, 취향이 저마다 다른 고객 각각에게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운영상의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헤이디 도입 이후 단순 방문이 실질적인 구매로 이어지고, 고객과의 심층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해지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객 참여 혁신' 프레임워크가 오프라인 유통 현장에서 정량적 성과로 입증된 사례다.
연세대학교의료원: 의사가 만드는 AI 앱, 하루 1.8시간의 기적
의료 분야는 규제와 보안이라는 높은 장벽 때문에 AI 도입이 더딘 영역으로 꼽혀왔다. 연세대학교의료원은 이 난제를 '시민 개발자(Citizen Developer)' 전략으로 풀어냈다. 현장 의료진이 직접 AI 앱을 개발하는 환경을 구축해 임상 워크플로우에 통합된 80여 개의 특화 앱을 이미 가동 중이다. 오는 4월 도입 예정인 '라운딩 코파일럿(Rounding Copilot)'은 의사들의 차트 검토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의사 1인당 하루 최대 1.8시간의 진료 시간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윤빈 연세의료원 정보서비스센터 부소장은 엄격한 의료 규제와 보안 요건으로 인해 임상 현장의 요구사항을 AI 솔루션으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데 시간과 비용 측면의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안전하고 확장 가능한 개발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의료진의 과중한 업무 부담과 반복적인 일상 업무를 줄이고 진료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여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설계'가 의료 현장의 언어로 번역된 결과물이다.
리얼월드: 피지컬 AI로 로봇의 손을 만들다
피지컬 AI 기반 로봇 기술 기업 리얼월드(RLWRLD)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로봇 조작 모델을 포함한 피지컬 AI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애저 블롭 스토리지(Azure Blob Storage)와 애저 데이터 레이크(Azure Data Lake)를 기반으로 산업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저장·관리하는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이를 통해 모델 학습과 반복 실험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향후에는 산업용 데이터 샌드박스를 통해 제조·물류 기업들이 피지컬 AI를 보다 안전하게 검증하고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는 인지·동작·제어가 통합된 피지컬 AI 로봇 모델 구현을 위해서는 실제 산업 환경을 반영한 정교한 조작 데이터와 이를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제조 및 물류 현장에 적합한 데이터 활용 기반을 강화하고, 피지컬 AI 기술의 검증과 적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AI가 소프트웨어의 세계를 넘어 물리적 산업 현장으로 침투하는 '혁신 가속화'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오토에버: 개발자 생산성 혁명
현대차그룹의 IT 서비스 자회사 현대오토에버는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 도입으로 수천 명의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개발 협업 환경 혁신을 추진 중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속도와 품질의 동시 향상이 목표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개발자 커뮤니티의 전반적인 성장세와 맞물린다. 깃허브의 혁신 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개발자 커뮤니티는 272만 명을 돌파했으며, 2020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오픈소스 및 AI 개발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 '지능형 에이전트'의 시대… 코파일럿 스튜디오·MS 파운드리·에이전트 365
이날 행사에서는 이론뿐만 아니라 실제 AI 기술이 어떻게 조직 안으로 침투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라이브 데모도 진행됐다. 가상의 스마트 섬유 스타트업 '자바(ZAVA)'를 배경으로 구성된 시나리오를 통해, 실제 기업이 직면하는 업무 과제들이 에이전트 AI로 어떻게 해결되는지를 단계별로 시연했다.
마케팅 담당자는 '코파일럿 코워크'를 통해 미팅 예약, 문서 초안 작성, 임원 보고용 덱 구성을 동시에 병렬로 진행했다. 재무 담당자는 엑셀 내 코파일럿을 활용해 제품 버전별 예산 비교표를 자동 생성하고, 최선·최악 시나리오의 수익성 모델을 즉시 산출했다. 모든 시나리오에서 최악의 경우에도 투자 대비 2배 이상의 수익이 예측됐다. 보안 레이블이 자동으로 적용돼 기밀 정보가 문서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 거버넌스 기능도 함께 시연됐다.
개발자 세션에서는 깃허브 코파일럿과 'GitHub Copilot CLI'(가칭: 'GA by Copilot')를 통해 코드를 한 줄도 직접 작성하지 않고도 킥오프 회의 녹화본에서 요구사항을 추출하고, 깃허브 이슈를 생성하며, PR을 열고, 실제 웹사이트를 배포하는 전 과정이 에이전트를 통해 자동으로 이뤄지는 장면이 펼쳐졌다. 인간 개발자는 목표만 설정했을 뿐, 나머지는 에이전트가 알아서 처리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파운드리(Microsoft Foundry)' 플랫폼에서는 오픈AI·앤트로픽·메타·구글 등 생태계 전반에서 제공되는 1만 1,000여 개의 모델을 비교·선택해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환경도 공개됐다. 조직은 특정 업무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골라 에이전트를 설계하고, 비정형 문서를 이해해 추론하는 기능('Knowledge' 모듈)과 연결한 뒤, 다른 에이전트와 협력하는 멀티 에이전트 아키텍처로 확장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365 에이전트(Agent 365)'는 이렇게 배포된 수십, 수백 개의 에이전트를 통합 관리하는 거버넌스 레이어다. 어떤 에이전트가 몇 명의 사용자를 보호하고, 어떤 데이터에 접근하며, 어떤 권한을 갖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시각화한다. 특히 보안이 침해된 에이전트를 신속하게 탐지해 한 번의 클릭으로 차단하는 기능도 시연됐다. 이상 징후 탐지, 민감 데이터 외부 공유 시도, 허가되지 않은 지식 접근 등 복합적인 위험 신호가 타임라인으로 구성돼 보안 담당자의 대응을 지원한다.
■ 272만 개발자, 200만 명 교육… AI 생태계 저변 확대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술 솔루션 판매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 전반의 AI 역량 저변을 넓히는 데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음을 이날 강조했다. 이는 단기적 매출 확대를 넘어 장기적인 생태계 파트너십 전략의 일환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2025 AI 확산 보고서(AI Diffusion Report 2025)'에 따르면, 한국의 누적 AI 도입률은 81.4%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인구의 30% 이상이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글로벌 AI 도입률 세계 18위에 오르는 등 독보적인 시장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높은 도입률을 기술 격차 없이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음 과제다.
이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인사혁신처·NIA·SK하이닉스 등 30여 개 공공·민간·비영리 파트너와 협력해 약 200만 명에게 AI 교육을 지원했다. 최근에는 교육기관·인력 양성 프로그램·비영리 단체와 협력해 AI 활용 역량을 확대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 '마이크로소프트 엘리베이트(Microsoft Elevate)'를 한국에 론칭했다. 지역 인재 양성 측면에서는 지난해 부산시와 설립한 '부산 데이터센터 아카데미'를 통해 실무 중심 교육을 제공 중이다.
신뢰 생태계 구축 측면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2월 뮌헨 안보회의에서 발족한 '트러스티드 테크 얼라이언스(Trusted Tech Alliance)'의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보안 및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5가지 핵심 원칙을 준수하며 디지털 주권 보호를 위한 전사적 이니셔티브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도 이날 강조됐다.
■ "에이전트가 직원보다 많아질 것"… 스타트업이 보는 내일
행사의 마지막 무대는 현장의 열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버티컬 에이전트 운영체제(OS) 스타트업 인헨스의 이승현 창업자가 단상에 올라 "앞으로 단기간 내에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에이전트가 사람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실제 고객사 사례를 통해 에이전트 AI의 가능성을 수치로 증명해 보였다. 22개의 에이전트가 밤낮없이 협력해 시장 가격 조사와 가격 조정, 무허가 저작권 침해 신고를 처리한 결과, 해당 고객사의 베이스라인 매출 대비 연간 2,000만 달러(약 280억 원)의 매출 증가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투자 대비 수익이 약 100배에 달하는 이 사례는 에이전트 AI가 단순한 생산성 도구가 아니라 매출을 직접 창출하는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이네스는 삼성전자 등 글로벌 대기업을 포함한 30개 이상의 고객사에 에이전트 OS를 공급하고 있으며, 50개국 이상에서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를 수행 중이다.
이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파트너십이 이 같은 성과를 가능하게 한 핵심 요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1년여 만에 이미 20개 이상의 파이프라인이 구축됐고, 그 중 10곳 이상에서 실제 업무가 진행되고 있으며, LG전자 등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3곳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다. 일부 기업은 첫 상담 후 단 일주일 만에 AI 도입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마무리로 꺼낸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있었던 2016년 3월 9일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2026년 3월 9일, 이세돌 9단이 직접 AI 바둑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국을 펼쳤다는 것이다. 그 바둑 시스템은 알파고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평가됐는데, 이세돌 9단이 활용한 것은 복잡한 코드가 아닌 자연어 명령이었다. AI와의 경쟁이 아닌, AI와의 협업을 통해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일을 가능하게 만든 사례였다. 두려움과 거리감이 공존했던 2016년의 감정이 설렘과 가능성으로 전환된 2026년의 풍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강연을 끝내고 잠깐 테크수다와 만난 이 대표는 "최근 고객 프로젝트로 무척 바쁘다"면서 '많은 기업들이 활용하는 오프스 제품 기반으로 AI 에이전트를 개발 활용하는 추세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 KT ASD, 마이크로소프트와 '원팀'… AI 전환 파트너십 생태계도 진화
행사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너사들이 어떻게 고객의 AI 전환을 지원하고 있는지도 구체적으로 공유됐다. KT ASD(AI Service Delivery) 딜리버리 본부의 김민경 본부장은 KT와 마이크로소프트가 '300명 프론티어 클라우드 엔지니어를 키운다'는 기조 아래 설립한 AI 전문 조직의 성과를 발표했다.
2025년 1월 단 1명으로 시작한 KT ASD는 5월 본격 출범 이후 약 10개월 만에 140여 명의 AI 전문가 조직으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26개 고객사의 43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고객 재계약률은 65%에 달한다. 서울 광화문 본사 같은 건물·같은 층에 마이크로소프트 직원 15명이 상주해 고객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협업 방식이 이 높은 성과를 이끈 것으로 평가된다.
김 본부장은 자율 실행형 에이전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통 사례도 공개했다. 약 5,000명의 B2B 영업 인력을 보유한 유통사에 자율 실행형 에이전트를 적용해 고객 견적 문의 대응 업무를 완전 자동화한 것이다. 견적 요청 수신부터 내외부 데이터 분석, 맞춤형 견적서 생성, 담당자와의 협의, 최종 발송까지의 전 프로세스가 에이전트 주도로 이뤄진다. 전통적으로 수일에서 수 주가 걸리던 업무가 단 몇 분으로 압축된 것이다.
■ 전망: '2032년 500억 달러 시장'을 향한 레이스가 시작됐다
마이크로소프트 AI 투어 서울 2026이 던진 가장 큰 메시지는 단순하다. AI를 '도입할 것인가'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 경쟁은 'AI로 무엇을 얼마나 빠르게 실현하느냐'를 놓고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반도체·제조·초고속 인터넷 등 새로운 혁신을 빠르게 수용해 실질적인 국가 경쟁력으로 전환해온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AI 도입률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수치가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날 행사가 강조한 것처럼, 실험에서 성과로, 도입에서 전환으로, 도구에서 전략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진정한 '프론티어 기업'의 조건이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는 한국 AI 시장 규모가 2025년 71억 7,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33.4%의 성장률로 2032년에는 538억 7,00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이 거대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과 에이전트 AI, 그리고 파운드리 플랫폼을 무기로 국내 기업들의 프론티어 전환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이날 분명히 했다. 기업들이 이 흐름 속에서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깊이 AI를 내재화하느냐에 따라 2032년 시장의 주도권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에이전트 AI는 앞으로 더 많은 산업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일하는 디지털 동료로 확산될 것이다. 이세돌 9단이 코드 없이 자연어로 알파고를 능가하는 바둑 시스템을 만든 것처럼, AI와 인간의 협업은 기술 전문가만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산업 종사자의 기회로 열려가고 있다. 한국 기업이 이 전환의 물결을 주도할 수 있을지, 2026년이 그 시험대가 될 것이다.
📌 이런 점이 궁금하셨나요? (FAQ)
Q1. '프론티어 전환(Frontier Transformation)'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A. 프론티어 전환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한 AI 도입의 다음 단계 개념입니다. 단순한 AI 툴 도입이나 파일럿(PoC) 단계를 넘어, AI를 조직의 운영 방식 자체에 내재화해 측정 가능한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임직원 경험 강화·고객 참여 혁신·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설계·혁신 가속화의 4가지 축을 동시에 달성할 때 '프론티어 기업'이 된다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정의합니다.
Q2. 코파일럿 유료 이용자가 160% 증가했다는데, 현재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A.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날 구체적인 절댓값 대신 성장률을 공개했습니다. 포춘 500대 기업의 90% 이상이 코파일럿을 채택했고, 유료 이용자는 전년 대비 160% 이상, 일일 활성 사용자는 10배 증가했습니다. 또한 3만 5,000명 이상 규모의 대형 기업 도입 사례도 3배 늘었습니다. 이 수치들은 코파일럿이 대기업 전반에 실질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Q3. 연세의료원에서 '의사 1인당 하루 1.8시간 절감'이 어떻게 가능한가요?A. 연세의료원은 의료진이 직접 AI 앱을 만들어 활용하는 '시민 개발자' 환경을 구축했습니다. 오는 4월 도입 예정인 '라운딩 코파일럿'은 의사가 병실을 돌며 환자를 확인할 때(라운딩) 필요한 전자의무기록(EMR) 검토 시간을 AI가 단축해줍니다. 환자 데이터와 팀 커뮤니케이션 내용을 자동 통합해 진료 계획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1인당 최대 1.8시간의 추가 진료 시간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Q4. 마이크로소프트 365 E7(프론티어 스위트)는 기존 요금제와 무엇이 다른가요?A. 기존 마이크로소프트 365 E5 플랜에 코파일럿과 에이전트 365를 결합한 신규 통합 엔터프라이즈 플랜입니다. 오는 5월 1일 출시 예정으로, 엔트라(Entra)·디펜더(Defender)·인튠(Intune)·퍼뷰(Purview) 등 주요 보안 솔루션이 모두 포함됩니다. 에이전트 AI를 보안이 검증된 환경에서 안전하게 운영하려는 기업을 위한 '올인원 AI 인프라 패키지'라고 보면 됩니다.
Q5. 에이전트 AI가 인간 직원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건 아닐까요?A. 이날 연사들의 공통된 견해는 '대체'보다 '협업'에 방점을 뒀습니다. 이승현 이네스 창업자는 에이전트가 직원보다 많아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그 핵심은 인간이 에이전트를 자연어로 지휘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세돌 9단이 코드 없이 자연어로 AI 바둑 시스템을 만든 사례처럼, AI는 특정 전문가만의 도구가 아닌 모든 역할의 사람이 활용할 수 있는 협업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테크가 전 산업 영역에 스며드는 소식에 관심이 많다. 1999년 정보시대 PCWEEK 테크 전문지 기자로 입문한 후 월간 텔레닷컴, 인터넷 미디어 블로터닷넷 창간 멤버로 활동했다. 개발자 잡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 편집장을 거쳐 테크수다를 창간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태블릿을 가지고 얼굴이 꽉 찬 방송, 스마트폰을 활용한 현장 라이브를 한국 최초로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