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 : 김덕진이 만난 사람] 전진수 볼드스텝 대표, "메타버스 넘어 '피지컬 AI' 시대... 韓 기업 순혈주의 깨야 산다"
[CES 2026 현장 리포트 : 테크수다 *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공동 취재팀] “이제 AI는 화면 속에서 나와 현실의 노동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피지컬 AI(Physical AI)’의 파도 앞에서 한국 기업들은 더 이상 ‘순혈주의’를 고집해서는 안 됩니다.”
‘메타버스의 어머니’로 불리는 전진수 볼드스텝 대표(前 슈퍼랩스 대표, SKT 부사장)가 CES 2026 현장에서 던진 화두는 ‘위기’와 ‘개방’이었다. 김덕진 소장과의 인터뷰에서 전 대표는 AI와 로봇이 결합한 새로운 산업 지형도를 분석하고, 한국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화면 밖으로 나온 AI, ‘피지컬 AI’의 시대
27년 차 IT 전문가인 전 대표는 올해 CES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주저 없이 ‘피지컬 AI’를 꼽았다. 과거의 로봇이 단순한 반복 작업을 수행했다면, 이제는 거대언어모델(LLM)과 시각 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복잡한 판단을 내리고 인간의 노동을 직접적으로 돕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그는 “골프장에서 사람들이 모두 떠난 밤, 로봇이 스스로 돌아다니며 잔디의 디봇(Divot, 골프 스윙 시 공을 친 후 클럽이 잔디를 파고 들어가 생기는 자국 및 조각) 을 메우는 기술이 이미 상용화됐다”며 “우리는 더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쓰고, 어렵고 힘든 일은 움직이는 기계들이 처리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엔비디아(NVIDIA)가 있다. 전 대표는 젠슨 황 CEO의 기조연설을 언급하며, 엔비디아의 로봇 플랫폼이 스타트업들의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췄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로봇을 하려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걸 다 만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엔비디아의 ‘아이작 그루트(Isaac GR00T)’ 같은 플랫폼과 파운데이션 모델을 가져다 쓰면 됩니다. 한국의 스타트업들도 이 생태계 위에서 빠르게 성장할 기회가 열린 셈입니다.”

XR의 부활, 그리고 중국의 공세
한동안 주춤했던 XR(확장현실) 및 메타버스 분야도 ‘확장현실 공간 컴퓨팅(XR Spatial Computing)’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전 대표는 엑스리얼(Xreal), TCL Rokid 등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에 주목했다. 그는 "메타 글라스보다도 더 가벼운 30g대의 가벼운 안경형 디바이스에 AI 비서 기능이 결합되면서,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길을 찾거나 번역을 하는 일상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 기업들이 주춤한 사이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점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한국 언론이 ‘메타버스는 끝났다’고 보도할 때, 글로벌 기업과 중국은 묵묵히 기술을 축적해 다시 기회를 잡았다”며 끈기 있는 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위기의식’ 없는 한국... ‘개방형 협력’이 살길
전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한국 기업 문화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현대자동차와 엔비디아의 협력 사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많은 한국 기업이 ‘NIH(Not Invented Here, 외부 기술을 배척하는 순혈주의)’ 증후군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내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면 인정하지 않는 폐쇄적인 문화로는 이 빠른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혁신상을 몇 개 받았느냐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라, 회사의 대표부터 말단 직원까지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외부와 협력해야 됩니다.”
CES 2026은 AI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로봇)로 확장되는 대전환점이다. 전 대표의 진단처럼, 폐쇄적 마인드르 버리고 글로벌 생태계에 과감히 뛰어드는 ‘오픈 이노베이션’만이 한국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동 취재 =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ITCL 김덕진 소장 kimdukjin@itc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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