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 : 김덕진이 만난 사람] 정원모 한-세르비아 디지털정부협력센터 센터장, "가전과 자동차 경계 붕괴... '제조 AI' 놓치면 韓 위기 온다"
[CES 2026 현장 리포트 : 테크수다 *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 공동 취재팀] 산업 간의 벽이 무너졌다. 가전 회사가 자동차를 만들고, 100년 된 중장비 기업이 최첨단 AI 기업으로 변모했다. CES 2026 현장에서 만난 정원모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센터장은 이번 전시를 ‘경계의 붕괴’와 ‘AI의 실질적 적용’으로 정의했다.
김덕진 소장(IT커뮤니케이션연구소)은 7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현장에서 한-세르비아 디지털정부 협력센터에서 ODA(공적개빌원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정원모 센터장을 만나 올해 CES의 핵심 흐름과 한국 IT 산업의 과제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경계 없는 경쟁, 그리고 ‘안전’을 입은 AI
정 센터장은 이번 CES의 가장 큰 특징으로 산업 간 경계가 사라진 점을 꼽았다. 그는 “LG전자가 가전을 넘어 전장으로, 현대자동차가 로보틱스로 진출하며 서로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됐다”며 “특히 소니 혼다 모빌리티(Sony Honda Mobility)는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게임과 영화를 즐기는 ‘콘텐츠 소비 공간’으로 재정의했다”고 분석했다.
AI가 보여주기식 기술을 넘어 거친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진화한 점도 주목했다. 정 센터장은 100주년을 맞은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Caterpillar)의 사례를 들며, AI가 건설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핵심 기술이 되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작업자가 일일이 조심해야 했던 고압선 접근이나 위험 구역 진입을 이제는 AI가 먼저 인지하고 기계 작동을 멈춰 사고를 예방한다”며 “초보 기술자도 숙련공처럼 안전하게 장비를 다룰 수 있게 돕는 것이 2026년 AI의 현주소”라고 설명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 그러나 ‘제조’ 잊지 말아야
스타트업 존인 유레카 파크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정 센터장은 골전도 기술을 활용해 입에 물면 음악이 들리는 사탕 ‘롤리팝 스타(Lolipop Star)’와 게임처럼 즐겁게 양치질을 유도하는 오랄비(Oral-B)의 카메라 기술 등을 인상적인 사례로 꼽았다.
그러나 화려한 소프트웨어 기술 이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이 AI 서비스와 적응력 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하드웨어 제조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센터장은 “중국은 제조 기반을 바탕으로 엄청난 물량의 스타트업이 쏟아져 나오는 반면, 한국은 제조 기반 스타트업이 예전에 비해 줄어드는 느낌”이라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IT 분야에서도 제조에 대한 부분을 결코 소홀히 하면 안 됩니다.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제조 역량이 같이 발전해야 진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향후 전망: ‘AI 적응력’이라는 한국의 무기
정 센터장은 한국의 미래 경쟁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도, 정부와 기업의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유럽 현지에서 느끼는 한국의 위상에 대해 “세르비아 공항에 한국 화장품 전용 코너가 있을 정도로 K-브랜드의 위상이 높다”며 “무엇보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시도하는 한국인 특유의 ‘적응력’은 AI 시대에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ES 2026은 AI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포크레인의 삽날 끝부터 아이들의 사탕까지 스며든 현실임을 증명했다. 정 센터장의 제언처럼, 이제는 이 기술을 뒷받침할 튼튼한 ‘제조의 뿌리’를 어떻게 지켜낼지가 한국 IT 산업의 숙제로 남았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동 취재 =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ITCL 김덕진 소장 kimdukjin@itc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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