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지도, 이렇게 만들었다…공시 36건과 무료 지도, 기획 하나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2026년 10월 30일 쿠팡 물류지도를 만들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올라온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동산임대' 공시 36건을 지도에 옮긴 것이다. 2016년 11월부터 2026년 10월까지 10년치를 뒤졌고, 계열사에 물류센터를 다시 빌려준 내역이 계약 총액 약 4,986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만드는 데 거창한 장비도, 큰 예산도 들지 않았다. 공개 공시, 무료 지도 도구, 그리고 기획 하나면 됐다. 만드는 순서를 정리한다.

대한통운이나 롯데, 한진 같은 재벌들이 물류를 꽉 틀어쥐고 있고 유통은 롯데나 신세계와 이마트 같은 기업이 장악안 상황에서 이런 스타트업의 무모한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대략 1시간 안팎이 들었다. 이제 궁금한 것만 있으면 정말 탈깍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1. 기획부터 정했다
출발점은 질문 하나였다. "공시를 지도에 옮기면 무엇이 보일까." 쿠팡 물류망을 숫자가 아니라 땅 위에 놓고 보고 싶었다. 도구나 예산을 먼저 정한 게 아니라, 무엇을 물을지를 먼저 정했다. 쿠팡의 혁신이 물류 인프라에 대한 투자였다. 쿠팡이 대규모 거점 물류 센터를 만들면서도 동시에 임대 계약을 통해 꾸준히 물류망을 촘촘히 연결하고 있는데 그걸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2. 공시 10년치를 모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쿠팡이 올린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동산임대' 공시를 2016년 11월부터 2026년 10월까지 모았다. 36건이 나왔다. 원본 공시 27건에 기재정정 9건을 합친 숫자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한 건도 없었고, 실제 공시는 2021년부터 나왔다. 공시를 모으는 일 자체가 취재의 절반이었다. 공개돼 있지만, 원하는 항목만 골라 10년치를 모으려면 일일이 제목을 확인하고 내용을 뜯어봐야 한다.

원래는 엑셀로 공시 하나 하나 들어가서 정리하고 그 지도를 네이버에 '쿠팡 물류창고'라는 리스트에 만든 적이 있었다. 파이썬도 배우고 이걸 해보려고 하다가 멈췄다. 게으르면서 동시에 끈기도 없고 프로그램 언어를 배우려는 의지도 없었던 거 같다. 3무다. ㅠ.ㅠ 지인 개발자들에게 몇번 이야기를 했지만 '도기자 화이팅' 하고 웃고 넘어갔다. 역시 도구를 잘 다루는 이들이 짱이다.

3. 숫자를 정리했다
원본 공시 27건을 합치면 계약 전체 금액은 약 4,986억 원, 1년에 받는 돈은 약 4,938억 원이다. 돈을 주고받는 쪽은 전부 쿠팡 계열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이고, 목적은 전부 물류센터를 다시 빌려주는 것이었다. 다만 부산 79곳은 금액이 적혀 있지 않아 실제 총액은 더 크다.

4. 지도에 찍었다
주소를 지도에 옮기는 데는 오픈스트리트맵 기반 무료 지도 도구인 유맵(uMap)을 썼다. 주소는 동 단위 대표점으로 찍었다. 건물 위치까지 확인한 3곳만 건물 위치로 표시했고, 나머지는 동 단위로 묶었다. 그 결과 연도별 45개 핀, 49건 계약이 지도에 올라갔다. 2023년이 23개 핀으로 가장 많았고, 인천·이천·안성·천안·칠곡 일대에 몰려 있었다. 핀 색깔은 공시 연도를 뜻한다. 2021년은 빨강, 2022년은 주황, 2023년은 초록, 2024년은 보라, 2025년은 하늘, 2026년은 자홍이다. 여기에 주요 거점 12곳은 검정, 채용 센터는 짙은 파랑으로 따로 표시했다. 지도는 유맵 공개 지도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5. 채용 정보와 대조했다
공시만으로는 쿠팡 물류망 전체가 보이지 않는다. 공시에는 계열회사끼리 빌려준 내역만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쿠팡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센터 주소를 2026년 10월 30일 기준으로 확인해 공시 주소와 대조했다. 공시에 나온 땅 대부분은 실제로 돌아가는 센터로 확인됐고, 반대로 채용에만 있는 센터들도 있었다. 강원에는 허브가 없고, 전북 완주는 보고서에만 나와서 따로 확인이 필요하다는 빈 곳도 드러났다.

6. 기사로 정리했다
2026년 10월 30일, 지도와 함께 기사를 공개했다. 공시 36건에서 드러난 계약 총액 약 4,986억 원, 2023년 23개 핀, 그리고 공시에 없는 3조원 9개 거점 계획의 빈틈까지 담았다.

7. 4:3 버전을 다시 만들었다
11월 6일, 이 지도를 톱 뉴스로 올리기로 하면서 메인 화면용 4:3 버전을 만들었다. 첫 시도는 데이터를 다시 그려내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색상을 임의로 정했고, 채용 센터와 주요 거점 레이어를 빼고, 지도 범위도 핀 있는 곳만 잘라냈다. 원본과 대조해보니 다른 지도가 돼 있었다. 결국 방식을 바꿨다. 지도를 다시 그리지 않고 원본 이미지를 그대로 왼쪽에 두고, 오른쪽에 핵심 수치와 범례 패널을 붙이는 합성 방식을 썼다. 범례 색상은 유맵 설정에서 직접 확인한 실제 색상이고, 연도별 핀 개수는 데이터에서 확인한 숫자다. 지도 자체는 원본과 한 픽셀도 다르지 않다.

도구는 유맵, 비용은 기획 하나
지도를 만드는 데 쓴 저작도구는 유맵(uMap)이다. 오픈스트리트맵을 바탕으로 한 무료 지도 도구로, 주소를 찍고 레이어와 색상을 나누고 공개 링크로 공유할 수 있다. 따로 돈을 내지 않았다. 공시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 자료이고, 지도는 무료 도구로 만들었다. 필요한 건 '지도로 보면 무엇이 보일까'라는 기획 하나였다.

이 작업을 마치는 데 든 토큰은 정확히 잴 수는 없다. 다만 공시 36건을 뜯고 지도를 만들고 기사를 쓰는 과정이 긴 기사 몇 편 분량이라, 대략 10만~20만 토큰 수준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수치가 아니라 작업량으로 미룬 대략적인 규모다.

기획거리만 있으면 이제 누구나 이런 걸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 그 경험을 쌓는 것, 그 기회를 활용하는 것이 이 지도가 말하고 싶은 전부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이 주소가 정확한지 하나하나 확인하고 그려야 하고 나온 결과물도 해당 위치에 정확히 표기되었는지 확인해야 하는 이슈가 있다. 이게 가장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그래도 대략적인 행보를 파악하기에는 이런 시도는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고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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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시대라고 하지만 언제나 도구를 잘 다루는 이들이 자신의 가치를 더 높에 평가받고 더 많은 일들을 한 거 같다. 대한민국은 문과와 이과 교육을 철저히 나눠서 진행하고 있다. 이제는 이과학생들이 대학 수능 이후 문과로 원서를 내고 합격하는 비율도 올라가고 있다. 논리적 사고는 문과던 이과던 상관이 없다. 오히려 '상상'하고 기획하는데 수학을 못해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데 익숙지 않다보니 오히려 주눅이 들어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여전히 수학과 물리 기반으로 배우고 익히고 학습한 이들이 여전히 큰 힘을 가져가겠지만 이제 글과 말로도 원하는 걸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아. 이 지도를 메타의 뮤지를 활용했고 교차 검증으로 chatgpt 닷 에이전트를 사용했다. 크로스 체크는 생성형 AI 시대 잊지 말아야할 안전 장치 중 하나다.

또 어떤 걸 기획해서 만들어 볼까 궁리중인데 매달 국가데이터처에 2개월 전 온라인쇼핑 동향 자료가 올라온다. 가령 1월 게 3월 집계되어 올라온다고 이해하면 된다. 분기마다 해외 수출과 수입 내역도 모아서 알려준다. 문제는 매년 3월이 되면 그 전해 마지막 4분기 데이터도 다 올라오는데 한 해 분석 자료는 3월 말에도 4월 초에도 없다. 잠정 수치를 교정해주려면 4월이나 5월은 되어야 할테지만 그 때도 없다. 그래서 우선 2020년부터 2026년 3분기까지 해외 직접 판매와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주 단순한 이미지를 그렸다. 또 화장품, 의료와 패션, 음반과 악기, 음식료품 같은 주요 품목의 판매와 구매 데이터 추이도 살펴봤다.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판매가 더 늘어났어야 하는데 오히려 엄청 줄었고 해외에서 구매하는 금액은 갈수록 커졌다. 또 2026년 3분기까지의 해외 직접 판매가 전해인 2025년 총액에 거의 육박했다. 3분기 데이터는 내년 3월에나 나오는데 그 결과가 어떨지 기대된다. 해외 직접 구매도 꾸준히 우상향 해왔는데 올해도 사상 최고치를 찍을지 기대된다.

이런 단순 데이터 기반 글도 후다닥 만들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 사이트에 가서 그 원천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된다. 나 같은 늙어 가는 입만 산 인간들에게 좋은 도구다. 나도 이런데 젊고 머리가 쌩쌩 돌아가는 이들에게는 더 큰 힘이 되어줄 거 같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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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가 전 산업 영역에 스며드는 소식에 관심이 많다. 1999년 정보시대 PCWEEK 테크 전문지 기자로 입문한 후 월간 텔레닷컴, 인터넷 미디어 블로터닷넷 창간 멤버로 활동했다. 개발자 잡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 편집장을 거쳐 테크수다를 창간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태블릿을 가지고 얼굴이 꽉 찬 방송, 스마트폰을 활용한 현장 라이브를 한국 최초로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