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에 대한 궁금증 5가지…수석 아키텍트가 서울 팝업 현장에서 직접 답했다
온톨로지 정의부터 클라우드법, FDE 경쟁, 한국 법인 역할, AI 일자리까지…소버린은 모델 국적 아닌 스택 전체의 결정권이라는 메시지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서울 기온 4도. 초겨울 날씨였어도 쉽사리 만날 수 없는 이들이 있어서 사무실을 나섰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가 마련한 두 번째 서울 팝업스토어를 가기 위해서다. 테크 기업이 기술 설명회 자리를 마련하지는 않으면서 모자, 티셔츠 같은 옷을 판다. 오늘은 가장 먼저 도착했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다 있다.

아크셰이 크리슈나스와미(Akshay Krishnaswamy) 수석 아키텍트(Chief Architect)와 채드 월퀴스트(Chad Wahlquist) AI 아키텍처 총괄(Head of AI Architecture) AI 아키텍처 총괄이 기자들과 만났다.
약 한 시간 동안 순차 통역으로 이어진 일문일답에서 기자들은 온톨로지의 정체, 소버린 AI와 미국 클라우드법의 충돌, 앤트로픽과 마이크로소프트, AWS까지 뛰어든 FDE(Forward Deployed Engineer) 경쟁, 팔란티어코리아의 역할, AI와 일자리 문제를 차례로 물었다. 두 사람은 소버린 AI를 한국산 모델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컴퓨팅·모델·업무 프로세스 전 계층의 결정권을 고객이 쥐는 문제로 규정했다. 테크수다는 이날 문답을 독자가 가장 궁금해할 다섯 가지 질문으로 다시 묶었다.
핵심 요약
- 소버린 AI는 '결정권'의 문제 — 팔란티어는 주권을 모델 선택에 한정하지 않고 데이터, 컴퓨팅, 모델, 배포 위치, 업무 프로세스 전체의 소유권으로 정의했다. 클라우드법 우려에는 어디에 배포하느냐를 고객이 정하고, 팔란티어는 데이터를 통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 남들의 FDE는 다시 컨설턴트 — 팔란티어는 FDE를 직무가 아니라 회사 조직 전체가 돌아가는 중심축으로 설명했다. 특정 제품 사용량을 늘리려는 FDE는 고객이 아니라 공급사의 이익에 봉사한다고 선을 그었다.
- AGI 기다리지 말고 제조 특화 AI로 — 두 사람은 AI 도입 고객이 오히려 사람을 더 뽑고 있다고 전하며, 한국은 조선·제조처럼 AI가 아직 잘 다루지 못하는 영역에서 한국 특화 모델을 만들 기회가 크다고 조언했다.
궁금증 1. 팔란티어가 말하는 소버린 AI는 무엇이 다른가
올해 팝업의 주제는 소버린 AI다. 팔란티어는 지난해 10월 성수동에서 연 첫 팝업에 약 5천 명이 몰리자, 올해는 행사 장소를 한남동으로 옮기고 22~23일 이틀간 문을 열었다. 웬만하면 기자도 지갑을 열려고 했다. 후드티 한 벌이 25만원 가량해서 입이 떡 벌어졌다. 이걸 아끼고 차라리 팔란티어 주식을 사야지 싶었다.

한국에서 소버린 AI는 대체로 국내 기술과 국내 데이터로, 미국 기술 의존을 줄이자는 의미로 쓰이는데 왜 미국 회사가 이 주제로 행사를 여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월퀴스트 총괄은 팔란티어가 보는 주권은 모델 하나에 머물지 않는다고 답했다. 데이터를 어디에 저장하는지, 어떤 컴퓨팅 위에서 어디에서 돌리는지, 어떤 모델을 쓰는지, 그 위에 어떤 업무 프로세스를 얹는지까지 모든 계층을 고객이 스스로 소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팔란티어가 무엇을 하든, 다른 누가 무엇을 하든 그 결정권은 고객이 가져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체 데이터센터에서 자체 구성 요소로 팔란티어를 운영하는 고객이 있고, 이들은 팔란티어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대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모델을 고르는 것은 주권의 일부일 뿐이고, 자기가 소유한 모델에 자기 지식을 주입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산 모델 사용 사례도 질문에 올랐다. LG 엑사원(EXAONE)이나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를 팔란티어 AIP에 얹어 쓰는 한국 고객이 있는지 묻자, 크리슈나스와미 수석 아키텍트는 고객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한국 LLM과 한국 모델을 배포 환경에서 쓰는 고객이 있다고 확인했다. 팔란티어 아키텍처는 어떤 모델이든 붙일 수 있게 설계돼 있어, 고객이 미세조정한 맞춤 모델과 한국 모델을 함께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클라우드법(CLOUD Act) 관련 질문도 나왔다. 미국 정부가 사법 절차로 데이터를 요구하면 미국 기업이 응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고객이 데이터를 통제한다는 소버린의 정의와 어긋나지 않느냐는 물음이다. 크리슈나스와미 수석 아키텍트는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자국 관할의 데이터센터와 인프라에 미친다고 답했다. 팔란티어는 어떤 하드웨어에도 배포할 수 있고, 한국에서는 상당수를 고객의 하드웨어에 올린다는 것이다. 아일랜드 리전에 배포하면 아일랜드 정부의 규율을 받고, 온프레미스나 그룹사 클라우드, 한국 정부가 승인한 클라우드에 배포하면 사정이 다르다는 논리다. 그는 팔란티어가 데이터를 통제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쓸지도 고객이 정한다며, 이런 보장이 없다면 유럽 정부나 스위스 은행이 팔란티어를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팔란티어는 이날 미국에서도 소버린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회사는 엔비디아(NVIDIA) 네모트론(Nemotron) 같은 오픈 웨이트 모델을 자사 플랫폼 위에서 미세조정해 쓰는 L3해리스, 맥카시 빌딩, 탬파 제너럴 병원 등의 사례를 발표했다.
알렉스 카프(Alex Karp) 최고경영자(CEO)는 올여름 이후 프런티어 AI 연구소의 토큰 과금 모델을 비판하며 기업이 자기 모델과 데이터를 직접 쥐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해 왔다. 중국산 오픈 웨이트 모델에 대한 입장을 묻자 크리슈나스와미 수석 아키텍트는 경쟁은 좋은 일이고, 고객이 상업 영역에서 원한다면 중국 모델이든 미국 모델이든 엔비디아 모델이든 가져다 쓸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업계 논의가 소수의 거대 모델에 지나치게 쏠려 있고, 결국 영역마다 특화한 모델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안 질문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AI 모델이 해킹의 주체이자 대상이 되는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 월퀴스트 총괄은 모델이 취약점을 찾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낮췄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찾는 쪽이 아니라 고치는 쪽이다. 그는 많은 고객이 취약점을 패치해 소프트웨어를 최신 상태로 유지하는 과정에서 병목을 겪는다며, 팔란티어는 자체 배포 시스템 아폴로(Apollo)로 패치를 빠르게 배포한다고 설명했다.
궁금증 2. 온톨로지는 지식 그래프와 무엇이 다른가
필자는 먼저 온톨로지를 일반인도 알아듣게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맨틱 레이어나 지식 그래프와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도 덧붙였다. 월퀴스트 총괄은 온톨로지를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가 실제로 돌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옮긴 디지털 트윈이라고 정의했다. 핵심은 데이터만 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업무 프로세스는 데이터뿐 아니라 로직, 실행(액션), 보안으로 이뤄진다. 데이터 관점에서만 접근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더 잘 이해할 수 있지만, 그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까지는 가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크리슈나스와미 수석 아키텍트는 여기에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더했다. 사람끼리 협업할 때는 현실이라는 공유 공간이 있다. 어떤 데이터가 중요한지, 누가 어떤 조치를 취하고 누가 승인하는지가 그 안에서 정해진다.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려면 디지털 공간에도 그런 공유 세계가 있어야 하고, 그것이 온톨로지라는 설명이다. 그는 팔란티어가 창업 초기부터 인간과 컴퓨터의 공생(human-computer symbiosis)을 목표로 시스템을 설계해 왔다고 말했다. 초기 온톨로지는 복잡한 영역에서 사람 간 협업을 돕는 용도였지만, 그 준비 덕분에 AI가 등장했을 때 곧바로 AI를 그 세계의 참여자로 들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팔란티어 이후 국내외에서 온톨로지를 내세우는 기업이 쏟아지는 상황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도입 기업이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느냐는 물음에 크리슈나스와미 수석 아키텍트는 단순한 시험대를 제시했다. 그 온톨로지가 실제로 핵심 사업에서 AI를 쓰게 해 주느냐는 것이다. 조선소에서 생산 일정을 더 잘 짜게 하는지,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을 더 잘하게 하는지, 공급망 업무를 개선하는지가 기준이다. 그렇지 않다면 화이트보드 위의 그림과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다. 그는 카프 CEO의 말을 빌려, 다른 시스템을 모두 써 보면 팔란티어 온톨로지가 핵심 업무 현장에 AI를 연결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궁금증 3. 팔란티어의 FDE는 컨설턴트와 무엇이 다른가

포워드 디플로이드 엔지니어(FDE)는 고객 현장에 직접 파견돼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엔지니어다. 팔란티어가 원조로 꼽히지만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AWS 등 빅테크가 앞다퉈 같은 이름을 쓴다. 앤트로픽(Anthropic)은 10월 초 1억 달러를 들여 2027년 말까지 '프런티어 디플로이드 엔지니어' 1만 명을 길러내겠다며 클로드 프런티어 아카데미를 열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클라우드가 6월 국방 AI 전담 조직을 꾸리며 FDE 성격의 현장 인력을 앞세웠다.
크리슈나스와미 수석 아키텍트는 팔란티어에서 FDE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팔란티어 FDE는 고객사에 들어가 성과를 내는 동시에 제품팀의 일원으로 일한다. 캘리포니아, 뉴욕, 런던의 핵심 개발팀과 함께 무엇을 만들지 배우고, 직접 핵심 제품을 개선할 권한을 갖는다. 조선소 현장의 FDE가 엣지 제품을 어떻게 고칠지, 어떤 기능을 더할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현장 인력과 핵심 개발 인력의 수준이 같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른 회사들의 FDE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크리슈나스와미 수석 아키텍트는 "FDE라는 이름이 멋져 보이니 브랜딩으로 쓰는 것뿐, 결국 다시 컨설턴트입니다"라고 말했다. 제품 결정은 여전히 본사의 큰 조직이 내리고, 현장 인력은 구현만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팔란티어에서는 회사 전체가 FDE를 중심으로 존재하지만, 다른 회사에서 FDE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하나의 직무라고 대비했다.
모델 개발사의 FDE 공세를 경쟁 구도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원칙론으로 답했다. FDE는 특정 제품이 아니라 고객이 이루려는 성과를 중심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팔란티어 플랫폼이 여러 스토리지 기술, 여러 모델, 오픈 모델, 다양한 앱 빌더와 엣지 기술을 품고 있는 이유도 고객이 자기에게 맞는 해법을 완전히 통제하게 하려는 데 있다고 했다. FDE의 임무가 특정 제품을 더 쓰게 만드는 것이라면 그것은 고객이 아니라 공급사의 이익일 뿐이고, 그 수가 한 명이든 1만 명이든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FDE를 떠받치는 인재론도 이어졌다. 15년 가까이 팔란티어에 몸담은 크리슈나스와미 수석 아키텍트는 생물의학 분야 출신이다. 그는 팔란티어가 처음부터 물리학, 국방, 컴퓨터과학 등 흔치 않은 배경을 가진 사람을 찾았고,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살아 있는 예술가 집단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월퀴스트 총괄은 미국 육가공 기업 타이슨푸드(Tyson Foods)의 IT 조직을 이끌던 팔란티어 초기 고객이었다. 대학을 중퇴해 학위가 없다는 그는 지금 팔란티어의 AI 업무를 이끈다. 그는 18세 신입과 16세 인턴도 있다고 소개하며, MIT를 중퇴하고 석 달 전 합류한 20세 엔지니어가 탬파 제너럴 병원의 모델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21일 GTC 베를린 기조연설에서 팔란티어와 탬파 제너럴 병원의 모델 맞춤화 사례를 소개했다.

궁금증 4. 팔란티어코리아는 무엇을 하고, 왜 한국인가
팝업을 2년 연속 연 이유에 대해 월퀴스트 총괄은 팬과 개인 투자자를 꼽았다. 그는 한국이 전 세계 팔란티어 굿즈 구매에서 3위라고 소개했다. 회사가 공식 수치를 공개한 것은 아니다. 그는 X(옛 트위터)에서 한국 개인 투자자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최근 유튜버 빅데이터닥터와 인터뷰도 했다며, 높은 관심에 감사를 표하려고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한국 법인의 역할이 모호하다는 지적에는 현지 팀의 필요성으로 답했다. 크리슈나스와미 수석 아키텍트는 팔란티어가 프랑스, 일본처럼 사업하는 나라마다 현지 팀을 두는 이유를 FDE 방식에서 찾았다. 고객 가까이에서 함께 일할 사람이 필요하고, 민감한 업무라면 한국 국적자가 맡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현지 팀원이 고객 조직에 합류해 고객 정책을 지키며 소프트웨어를 쓰도록 돕는 구조가 소버린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법인이 마케팅이나 영업만 하느냐는 질문에 월퀴스트 총괄은 전날 HD현대 현장에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부산에서 팔란티어 엔지니어, 현지 FDE와 함께 고객의 자체 모델을 선박에 배포하고 엣지에서 온톨로지를 돌리는 작업을 했다며, 그 과정을 담은 영상이 1~2주 안에 유튜브에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는 2021년 HD현대오일뱅크를 시작으로 조선·해양, 에너지, 건설기계 사업에 팔란티어를 도입했고, 올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 파트너십을 그룹 전반으로 넓히기로 했다.
필자가 CES 2023에서 HD현대 지게차 제품이 팔란티어 부스에 전시되었다며 오랜 협력 기간을 언급하자 월퀴스트 총괄은 팔란티어가 고객 수는 많지 않지만 깊게 협력하는 방식을 택한다고 했다. 새로운 과제가 생기면 인력을 늘려 들어가고, 고객이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면 잠시 물러났다가, 소버린 AI 같은 새 과제가 생기면 다시 들어가는 식이다.
한국 시장의 전략적 의미에 대해 크리슈나스와미 수석 아키텍트는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한국은 통신, 반도체, 조선처럼 핵심 산업의 실제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팔란티어는 앱스토어나 소비자 서비스보다 이런 산업에서 강하다. 둘째, 지난 50~60년의 역사를 거친 한국은 한미동맹과 국방, 민주주의 제도를 지키는 일의 의미를 깊이 이해한다. 셋째, 기술 수준이 높은 인재가 많아 기술의 정교함을 알아본다는 것이다. 다만 KT, LG와 1년 넘게 협력하며 생긴 변화를 묻자 그는 파트너와 조율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네이버가 국방 AI로 한국판 팔란티어를 표방하는 데 대해서는 새로운 국방 기술 기업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라며, 안드릴(Anduril)이나 쉴드AI(Shield AI)처럼 협력도 경쟁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궁금증 5. AI는 일자리를 빼앗는가, 한국은 무엇에 집중해야 하나
AI 에이전트가 확산하는 지금, 내년 일자리는 어떻게 바뀌느냐는 질문에 월퀴스트 총괄은 현장의 신호를 꺼냈다. 지난 6개월 동안 팔란티어와 AI 에이전트를 도입한 고객들이 사람을 더 뽑아야 하니 인재를 찾아 달라는 요청을 부쩍 늘렸다는 것이다. 더 효율적으로, 더 나은 마진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자 채용을 늘린다는 설명이다. 팔란티어는 이를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휴먼 에이전시(human agency), 1 더하기 1이 3이 되는 관계로 표현했다. 일의 형태는 달라지겠지만 한 사람을 대체하기보다 한 사람이 열 배의 일을 하게 만드는 편이 훨씬 이득이라는 논리다.
미국과 한국의 AI 격차 속에서 한국이 무엇 하나에 집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도 답은 분명했다. 월퀴스트 총괄은 범용 인공지능(AGI)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있는 AI를 올바른 곳에 적용하는 편이 더 가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장 현장에 필요한 건 박사가 아니라 그 일을 하는 장인과 전문가입니다"라고 비유했다. 자체 모델을 새로 만드는 데 매달리기보다 이미 있는 지능을 제대로 적용하면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조언이다.
크리슈나스와미 수석 아키텍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다. 조선, 중공업, 제조에 능한 한국은 제조용 최첨단 모델이나 한국 특화 미세조정 모델을 만들 큰 기회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제조와 현장 작업은 오늘날 AI가 가장 못 다루는 영역이고, 한국 기업 안에 이미 쌓인 지식이 바로 그 모델의 재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쓰임새에서 출발하되 글로벌로 나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곁들였다.
테크수다의 시각
이날 문답은 팝업스토어라는 가벼운 무대에서 나왔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팔란티어는 한국에서 쓰이는 소버린 AI라는 말을 정면으로 다시 정의했다. 국산 모델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데이터와 컴퓨팅과 모델과 프로세스에 대한 결정권을 누가 쥐느냐가 주권이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국가대표 모델 경쟁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미국 회사가 모델 선택은 주권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한 셈이다.
이 정의는 팔란티어의 사업 모델과 정확히 맞물린다. 어떤 모델이든 얹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계층을 파는 회사에게 고객이 모델을 바꿀 자유는 곧 판매 논리다. 카프 CEO가 프런티어 연구소의 토큰 과금을 공격하고 오픈 웨이트 모델을 옹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클라우드법 질문에 대한 답은 배포 위치를 고객이 정한다는 원칙에 머물렀다. 미국 법인인 팔란티어 자체에 대한 법적 요구가 어디까지 미치는지는 고객이 계약과 아키텍처로 따져 봐야 할 숙제로 남는다.
FDE를 둘러싼 대목은 업계 판도를 읽는 데 유용하다. 앤트로픽은 파트너사 엔지니어 1만 명을 인증하는 방식으로, 네이버는 국방 현장 인력으로 FDE를 내세운다. 팔란티어는 이를 컨설턴트의 재포장이라고 규정했다. 판단의 기준은 현장 엔지니어가 제품을 바꿀 권한이 있느냐, 그리고 특정 제품이 아니라 고객의 성과에 묶여 있느냐다. 국내 SI와 클라우드 기업들이 FDE 조직을 꾸릴 때도 같은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자사 제품을 만드는 조직과 이를 구현하는 조직이 달랐던 기존 테크 기업들과는 접근 방식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필자는 몇 해 전 라스베이거스 CES 팔란티어 부스에서 HD현대 계열 지게차를 본 기억이 있다. 그 협력이 지금은 선박 엣지에 모델을 올리는 단계까지 왔다. 팔란티어가 한국에 던진 조언, 즉 AGI를 기다리지 말고 제조 현장의 지식으로 특화 모델을 만들라는 말은 한국 제조업이 가진 데이터를 누가 쥐고 어떻게 쓰느냐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소버린 AI의 진짜 시험대는 거기에 있다.
팔란티어, 이런 점이 궁금하셨나요?
Q. 팔란티어가 말하는 소버린 AI, 국산 모델과 무엇이 다른가?
A. 팔란티어는 주권을 모델 선택에 한정하지 않는다. 데이터 저장 위치, 컴퓨팅, 모델, 배포 지역, 업무 프로세스까지 모든 계층의 결정권을 고객이 갖는 것을 소버린으로 본다. 한국 모델을 쓰는 것도 그 일부이며, 실제로 한국 LLM을 쓰는 국내 고객이 있다고 밝혔다.
Q. 미국 클라우드법이 적용되면 한국 데이터가 넘어가지 않나?
A. 팔란티어는 정부 권한이 데이터센터와 인프라가 있는 관할에 미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고객 하드웨어나 그룹사 클라우드, 정부 승인 클라우드에 배포하는 경우가 많고, 팔란티어는 데이터를 통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적 요구의 범위는 고객이 계약과 구조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Q. 온톨로지는 지식 그래프와 무엇이 다른가?
A. 지식 그래프가 데이터 간 관계에 초점을 둔다면, 팔란티어 온톨로지는 데이터에 로직, 실행, 보안까지 담은 업무의 디지털 트윈이다. 사람과 AI가 같은 정보를 보고 조치와 승인을 주고받는 공유 공간 역할을 한다. 도입 효과는 핵심 업무에서 실제로 AI를 쓰게 해 주느냐로 판단하라는 것이 팔란티어의 조언이다.
Q. 팔란티어 FDE와 다른 회사 FDE의 차이는?
A. 팔란티어 FDE는 고객 현장에서 일하며 핵심 제품 개선에도 직접 참여하는 제품팀의 일원이다. 팔란티어는 다른 회사의 FDE가 본사 결정을 구현하는 컨설턴트에 가깝고, 특정 제품 사용을 늘리는 데 묶여 있다고 비판했다.
Q. 한국은 AI에서 무엇에 집중해야 하나?
A. 팔란티어는 AGI를 기다리거나 거대 모델 경쟁에 매달리기보다, 지금 있는 AI를 핵심 업무에 적용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조선·제조처럼 AI가 아직 잘 다루지 못하는 물리적 현장에서 한국 기업의 지식으로 특화 모델을 만들 기회가 크다고 봤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테크가 전 산업 영역에 스며드는 소식에 관심이 많다. 1999년 정보시대 PCWEEK 테크 전문지 기자로 입문한 후 월간 텔레닷컴, 인터넷 미디어 블로터닷넷 창간 멤버로 활동했다. 개발자 잡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 편집장을 거쳐 테크수다를 창간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태블릿을 가지고 얼굴이 꽉 찬 방송, 스마트폰을 활용한 현장 라이브를 한국 최초로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