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변의 기술 변론] AI 시대 영업비밀 보호가 중요한 이유

1. 영업비밀의 법적 의미

먼저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회사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정보가 곧바로 법이 보호하는 영업비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법(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은 영업비밀을 일정한 요건을 갖춘 정보로 한정해 정의합니다. 다음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 비공지성입니다. 그 정보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아야 합니다. 이미 공개되었거나 업계에서 누구나 아는 정보는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둘째, 경제적 유용성입니다. 그 정보가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져야 합니다. 즉, 보유함으로써 경쟁상 이익을 얻거나 그 취득·개발에 상당한 비용·노력이 들어간 정보여야 합니다.

셋째, 비밀관리성입니다. 보유자가 그 정보를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기업이 가장 많이 무너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많은 기업이 분쟁 단계에서야 깨닫습니다. 정보가 아무리 중요해도, "우리가 이것을 비밀로 관리했다"는 사실을 증거로 보여주지 못하면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것을. 영업비밀 보호는 선언이 아니라, 평소에 쌓아 둔 기록과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2. AI·클라우드 환경에서 새로 생기는 위험

AI와 클라우드는 이 세 번째 요건, 즉 비밀관리성을 입증하는 일을 훨씬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정보가 머무는 장소와 흐르는 경로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위험이 새로 생깁니다.

첫째,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생성형 AI 입력의 문제”입니다. 직원이 업무 효율을 위해 회사 자료를 외부 AI 서비스에 입력하면, 그 정보가 어디에 저장되고 학습에 쓰이는지 회사가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비밀로 관리했다"는 주장이 흔들리는 결정적 지점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클라우드 저장과 접근권한의 문제”입니다. 자료가 여러 협업 도구와 클라우드에 분산되면서, 누가 어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 경계가 흐려집니다. 접근권한이 느슨하면 비밀관리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셋째, 전통적인 “퇴직자와 협력사를 통한 유출”입니다. 재택·원격 근무와 외부 협업이 늘면서, 자료가 회사 밖 단말과 협력사 시스템으로 흘러가는 일이 일상이 됐습니다. 제공 이력과 회수 절차가 기록되지 않으면, 나중에 침해를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넷째, “기록과 증빙의 공백”입니다. 회사의 모든 업무 흐름에서 로그가 남지 않으면, 분쟁이 생겼을 때 회사는 "우리가 관리했다"는 말을 증거로 뒷받침하지 못합니다.

기술은 빠르게 바뀌었는데, 많은 기업이 정보를 지키는 방식은 예전 그대로라는 점. 이것이 핵심입니다.

3. 기업이 관리체계를 갖춰야 하는 이유

그래서 영업비밀 보호는 사후 대응이 아니라“사전 예방”의 문제입니다. 사고가 난 뒤 소송으로 다투는 것은 가장 비싸고 가장 늦은 방법입니다. 기술을 잃은 기업은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빼앗긴 시간과 시장 격차를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최소한 다음 항목을 점검하는 것을 권합니다. 자세한 실무 가이드는 협회가 이어지는 글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 입력금지 정보 분류: 어떤 정보는 외부 AI에 절대 입력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회사의 정책과 문서로 마련해 두었는가
- 생성형 AI 사용 내부 규정: AI 사용에 관한 사내 규정이 마련되어 있고 임직원이 알고 있는가
- 임직원 교육과 서약: 영업비밀의 범위와 취급 방법에 대한 교육·서약 기록이 있는가
- 접근권한과 반출 통제: 핵심 자료에 누가 접근하고 어디로 반출되는지 통제·기록하고 있는가
- 로그와 증빙 관리: 접속·입력·반출 기록이 남아 분쟁 시 비밀관리성을 입증할 수 있는가
- 퇴직자·협력사 관리: 퇴직 시 자료 회수와 협력사 제공 이력이 절차로 정착되어 있는가
- 외부 서비스 약관 검토: 사용하는 AI·클라우드 서비스의 데이터 보관·학습 정책을 확인했는가

이 점검표의 목적은 AI 사용을 금지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기준 없이 쓰면 위험하다는 것, 그리고 그 기준을 기록으로 남겨야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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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기술과 권리를 지키는 변호사.
한국영업비밀보호협회 회장, 법률사무소 데이터로 대표변호사.
기업의 영업비밀, 시민의 개인정보, 국가의 기술주권을 하나의 문제로 보고 글을 씁니다.
<팔란티어처럼 해체하고 연결하고 장악하라>, <영업비밀 전직금지 Q&A>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