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부터 손대지 않았다"…현대캐피탈, AI를 대출심사와 차량가치평가에 먼저 꽂았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현대캐피탈이 전사 AI 전환의 첫 삽을 자동화나 효율화가 아니라 대출심사와 차량가치평가 같은 핵심 의사결정 영역에 꽂았다고 밝혔다. 김우영 현대캐피탈 AI전략실장(상무)은 27일 서울에서 열린 AWS코리아 금융산업 행사 기조연설에 초청 연사로 나와 회사의 AI 전략을 우선순위, 경영진 스폰서십, 현장 확산 세 가지로 정리하고 각 단계에서 부딪힌 벽과 해법을 공개했다.

핵심 요약

  • 역순 우선순위 — 성과 측정이 쉬운 생산성 도구가 아니라 정확도 요구가 가장 높은 미션 크리티컬 영역부터 적용해 정량적 근거를 먼저 만들었다.
  • 톱다운의 실체 — 지난해 초부터 사장과 비즈니스 헤드가 모두 참여하는 AI 회의를 매달 열고 3개년 마스터플랜을 실행 중이다.
  • 보텀업 보완 — 비개발자 중심 바이브 코딩 해커톤 'ㅎㅋ톤'을 열어 본선에 오른 12개 과제를 모두 내년 사업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김우영 현대캐피탈 AI전략실장(상무)

"어제의 최신 기술이 오늘은 아니다"

김우영 실장은 청중을 향한 질문으로 발표를 열었다.

"요새 많이 힘들지 않으신가요. 기술 업데이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어제의 최신 기술이 오늘은 아니기도 합니다."

핵심 기술이 바뀌면 내부 AI 전략을 다시 짜야 하고, 바뀐 전략을 조직의 언어로 설명해야 하며, 투자수익률(ROI) 측면의 성과 부담까지 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캐피탈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회사의 접근법을 소개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캡티브 금융사다. 김 실장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로 자산의 80%가 해외 자산이라는 점을 들었다. 14개국에 진출해 19개 해외 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력인 자동차 금융 외에 개인금융과 기업금융을 함께 영위한다. 그가 이끄는 AI전략실은 전략만 세우는 조직이 아니라 50명 규모의 인하우스 개발 조직으로, 데이터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전사의 AI 모델과 에이전트를 직접 개발한다.

자동화가 아니라 심사부터

첫 번째 축은 우선순위다. 그는 이 우선순위 선정을 몇차례 강조했다. 김 실장은 AI를 업무에 적용할 때 자동화나 효율화보다 핵심 비즈니스의 의사결정 영역에 가장 먼저 적용했다고 밝혔다. 개인금융의 심사와 마케팅, 채권 관리, 그리고 오토 할부금융 회사인 만큼 중요한 차량 가치 평가가 대상이었다.

일반적인 도입 순서와는 반대 방향이다. 통상 기업은 리스크가 작고 실패해도 파장이 없는 생산성 도구부터 시작한다. 김 실장이 든 이유는 성과 측정이었다. 이런 영역은 핵심 업무에 AI를 적용할 때 정확도가 매우 높아야 하지만, 성공하면 명확한 성과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취급액과 만기이익 같은 정량 지표로 성과를 증명했고, 여기서 내재화한 기술을 해외 학회에서 발표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목은 회사가 앞서 공개한 실적과 맞물린다. 현대캐피탈은 2022년부터 대출심사 최적화 모델을 모든 대출심사에 적용해 연체율을 유지하면서 대출 취급액을 14% 늘리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힌 바 있다. 설명 가능한 AI 대출심사 모델링 관련 연구로 국제인공지능학회(IAAI)에서 2년 연속 상을 받기도 했다. 사진을 공개했는데 순간 놓쳤다.

단기 성과와 장기 과제를 함께 굴린다

정량 성과가 나오는 영역을 먼저 공략한 이유는 다른 과제를 끌고 가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김우영 실장은 대화형 에이전트나 생산성 향상에 적용하는 AI는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래서 코어 비즈니스 의사결정에서 정량적 성과가 나오는 프로젝트와 장기 성과를 바라보는 과제를 병행하면서 전환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기업의 AI 도입이 대체로 세 단계를 거친다고 봤다. 다양한 활용 사례를 발굴해 개념검증(PoC)과 파일럿을 하며 내재화하는 단계, 핵심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전환 단계, 그리고 종단간 워크플로우가 AI로 재설계되고 에이전트끼리 협업하며 평가 파이프라인이 자동으로 돌아 AI가 스스로 진화하는 'AI 네이티브 컴퍼니' 단계다. 그는 현대캐피탈이 아직 전환 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각 단계가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계 사이의 간극이 커서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달 사장이 앉는 AI 회의

두 번째 축은 경영진의 스폰서십이다. 김 실장은 전사적 AI 전환이 한 조직만 열심히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전사가 원팀이 돼야 성공하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현대캐피탈은 2025년 초 AI 전환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사장을 포함한 비즈니스 헤드가 모두 참여하는 AI 중심 회의를 매달 열고 있다.

그는 바쁜 경영진이 모여 앉아 다소 지루할 수 있는 AI 기술 트렌드까지 경청하고, 회사의 AI 우선순위와 방향이 맞는지를 두고 치열하게 토론한다고 전했다.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톱다운으로 의사결정이 내려지면서 3개년 마스터플랜과 체계적인 실행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기조연설과 기자간담회에서 AWS와 앤트로픽 양사가 공통으로 지목한 변화도 경영진 주도였다. 최기영 앤트로픽 코리아 대표는 CEO급 경영진이 바이브 코딩 교육을 직접 받을 정도로 과거 클라우드나 디지털 전환 때보다 관심이 크다고 진단했고, 노경훈 AWS코리아 금융산업·공공부문 리더는 새로운 기술의 확산은 결국 톱다운이라며 대표를 설득하라고 청중에게 주문했다.

톱다운의 그늘을 메운 'ㅎㅋ톤'

세 번째 축은 그 톱다운의 부작용에서 출발했다. 김 실장은 1~2년을 그렇게 진행하다 보니 현장의 의견을 잘 듣고 있는가 하는 걱정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AWS가 바이브 코딩 해커톤을 제안했고, 이를 받아 사내 행사로 만들었다.

행사 이름은 'ㅎㅋ톤: 말하는 대로'다. 현대캐피탈의 사내 약칭인 '현캐'와 해커톤의 자음을 겹친 중의적 작명이다. 4월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해 두 달 가까운 준비 과정을 거쳐 6월 24일부터 이틀간 본 행사를 진행했다.[^3]

가장 중요하게 잡은 원칙은 개발자 중심이 아니라 비개발자와 일반 구성원 중심으로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김 실장은 운영 방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개발자끼리 팀을 짜지 못하게 했습니다. 개발자는 철저하게 서포터로만 참여하게 했습니다."

곧바로 참가 신청을 받지도 않았다. 오리엔테이션과 워크숍 과정을 먼저 거치며 관심도를 끌어올렸고, 이 과정의 교육과 가이드는 AWS가 맡았다. 사장이 오리엔테이션부터 참석해 이 행사가 회사에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반복해 전달했다.

본선 12개 과제, 전부 내년 사업계획에 올렸다

결과는 예상을 넘었다. 김 실장은 현업으로 바쁜 분위기 탓에 본선에 10개 과제를 올릴 수 있을지 걱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는 약 50개 팀이 신청했고, 그중 12개 팀 51명이 본선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오리엔테이션 신청자만 300명 안팎이었고 자동차금융, 해외사업, 마케팅, 리스크관리, 고객서비스, 기업문화 등 여러 부문에서 참여했다.[^3]

이틀간의 본 행사 첫날에는 AWS가 오피스를 제공해 팀별 과제를 수행했고, 둘째 날에는 부스를 만들어 심사위원과 직원들이 돌아보며 실제 결과물을 사용해 볼 수 있게 했다. AWS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크레딧을 지원하고 바이브 코딩 사전 교육을 맡았으며, 대상 팀에는 오는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AWS 리인벤트 2026' 참관 기회가 주어졌다.[^3]

김 실장은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발표할 때 제가 울컥할 정도로 직원들이 진심으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참여 직원들이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밤을 새워가며 과제를 수행했고, 본부장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시상했다는 설명이다. 당초 계획은 수상한 3개 팀의 과제만 프로덕션 레벨로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아 본선에 오른 과제를 모두 내년 사업계획에 반영할 정도로 확대해 진행하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현대캐피탈은 AWS와 AI 외에 클라우드 영역에서도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마존 베드록 환경에서 AI 플레이그라운드를 함께 구축했고, 올해는 해커톤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프로덕션으로 만드는 과정에 AWS 아키텍처를 활용할 예정이다.

테크수다의 시각

김우영 실장의 발표에서 가장 값진 대목은 성과 수치가 아니라 순서였다. 대부분의 기업은 실패해도 타격이 없는 곳부터 AI를 붙인다. 사내 문서 요약, 회의록 정리, 이메일 초안 같은 것들이다. 안전하지만 그 성과는 좀처럼 숫자로 환산되지 않고, 그래서 다음 예산을 따내지 못한다. 현대캐피탈은 반대로 갔다. 틀리면 손실이 바로 발생하는 대출심사와 차량가치평가에 먼저 들어가 연체율과 취급액이라는 익숙한 지표로 결론을 냈다. 경영진 회의에서 통하는 언어를 먼저 확보한 것이다.

이 순서가 세 번째 축인 해커톤까지 이어진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정량 성과가 이미 나와 있는 조직에서만 사장이 매달 AI 회의에 앉고, 그런 조직에서만 오리엔테이션 신청자가 300명씩 몰린다. 국내 상당수 금융사가 해커톤을 열지만 대개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이유는 그 앞단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본선 12개 과제를 모두 내년 사업계획에 반영했다는 대목은 이 행사가 홍보용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반대로 말하면, 나온 아이디어를 예산에 넣지 못하는 회사는 다음 해커톤에 사람이 오지 않는다.

다만 김 실장 스스로 회사가 아직 전환 단계에 있다고 말한 점은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AI 네이티브 컴퍼니를 에이전트 간 협업과 자동화된 평가 파이프라인, 닫힌 학습 루프로 정의한다면 그 격차는 작지 않다. 게다가 자산의 80%가 해외에 있는 회사에서 19개 해외 법인까지 같은 전환을 밀어붙이는 일은 국내 조직을 바꾸는 것과 난도가 다르다. 이날 발표에는 해외 법인 확산 계획이 빠져 있었다.

한 가지 덧붙이면, 김 실장은 2024년 당시 팀장 직함으로 AI 대출심사 성과를 설명했던 인물이다. 그 사이 조직은 AI전략실로, 직함은 상무로 올라갔다. 금융사에서 AI 조직의 위상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개인 이력이기도 하다.

현대캐피탈 AI 전환, 이런 점이 궁금하셨나요?

Q. 현대캐피탈이 AI를 가장 먼저 적용한 영역은 어디인가.
A. 자동화나 효율화가 아니라 핵심 의사결정 영역이었다. 개인금융의 심사와 마케팅, 채권 관리, 그리고 자동차 할부금융의 핵심인 차량 가치 평가다. 정확도 요구가 높은 대신 성공하면 성과 측정이 명확하다는 점이 선정 이유였다.

Q. 성과는 어떤 지표로 증명했나.
A. 취급액과 만기이익 같은 정량 지표다. 회사는 2022년부터 대출심사 최적화 모델을 전체 대출심사에 적용해 연체율을 유지하면서 취급액을 14% 늘렸다고 밝힌 바 있으며, 관련 연구로 국제인공지능학회(IAAI)에서 2년 연속 수상했다.

Q. 'ㅎㅋ톤'은 어떤 행사인가.
A. 현대캐피탈이 AWS와 함께 연 사내 바이브 코딩 해커톤이다. '현캐'와 해커톤의 자음을 겹친 이름으로 부제는 '말하는 대로'다. 4월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해 6월 24일부터 이틀간 본 행사를 열었고, 약 50개 팀이 신청해 12개 팀 51명이 본선을 치렀다.

Q. 개발자는 왜 참여를 제한했나.
A. 행사 목적이 비개발 직군의 AI 리터러시를 올리고 현장 아이디어를 모으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개발자끼리 팀을 구성하지 못하게 하고 서포터 역할로만 참여시켰다.

Q. 해커톤 결과물은 어떻게 됐나.
A. 당초 수상한 3개 팀 과제만 프로덕션 레벨로 개발할 계획이었으나, 완성도가 높아 본선에 오른 과제를 모두 내년 사업계획에 반영해 진행하고 있다. 대상 팀에는 11월 'AWS 리인벤트 2026' 참관 기회가 주어졌다.

[테크수다 기자 도안구 eyeball@techsu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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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가 전 산업 영역에 스며드는 소식에 관심이 많다. 1999년 정보시대 PCWEEK 테크 전문지 기자로 입문한 후 월간 텔레닷컴, 인터넷 미디어 블로터닷넷 창간 멤버로 활동했다. 개발자 잡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 편집장을 거쳐 테크수다를 창간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태블릿을 가지고 얼굴이 꽉 찬 방송, 스마트폰을 활용한 현장 라이브를 한국 최초로 진행했다.